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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링유리 Jan 23. 2022

20. 어서 와 남미는 처음이지? 응 처음이야.

피렌체에서 만나 제주에서 살고 있어요.


# 어서 와 남미는 처음이지?     




우리는 터키 여행 후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와 짧은 한국 일정을 같이 보내고 그는 다시 피렌체에 돌아갔다.

여름이 끝나면 다시 바빠질 시기라서 촬영을 하러 돌아갔다. 또 그렇게 떨어졌다.

장거리 연애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내 성향에 딱 맞는 거 같기도 했다.     

나는 자발적 백수라 또 다른 여행을 계획했다. 남미를 가야지 생각했으니 티켓을 질렀다.

짝꿍도 쿠바를 가고 싶었다고 했기에 여행하다 쿠바에서 만나면 되겠다 싶어 남미 여행을 가야지 생각하고 여행 준비를 했다. 비자도 만들었고, 필요한 예방 접종도 했다.      

병원에서 일할 때 가장 자보고 싶었던 나라였지만, 10년 동안 가야 지하고, 가보지 못했던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이었다. 그래서 나는 우유니로 떠났다. 지금이 아니면 그래서 언제 갈 것인지 나도 모르니까 지금 자유로울 때 그냥 떠나기로 마음먹었으니까 말이다.     

오랜 비행시간이었지만 남미에 도착했다. 혼자 오랜 시간 미국 경유를 하고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같이 여행하기로 했던 동행들을 리마에서 처음 만나 숙소로 향했다. 페루 리마는 이런 곳이구나. 하면서 밤에 숙소를 들어가 노란색 콜라를 처음 보았다. 바로 그것이 잉카 콜라였다. 이 노란색 콜라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먹었다.     

동행들은 내 배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배낭에 많은 것들이 있어서다. 내 욕심을 페루 리마까지 갖고 온 것이었다.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데, 다 내려놓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고 꾸역꾸역 짐을 챙겨 왔나 보다. 나는 다들 이렇게 배낭에 가득 넣고 여행하는 줄 알았다. 남미 여행을 여러 번 다닌 언니는 배낭 하나에 필요한 짐만 쏙쏙 넣어 다니던데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세상에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배우고 싶다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미는 처음이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는데. 참 설레었다.

역시 나에게 낯선 도시 자체가 설렘이었다.      

페루 하면 나는 마추픽추를 떠올렸다.

그러나 마추픽추를 보는 일!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서 고산병을 견디어야 했다.

쿠스코에서는 비니쿤카라는 무지개산을 보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움직였다.

이렇게 일찍 움직여 비니쿤카에 도착했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했다.

그리고 내 심장은 쉼 없이 뛰고 또 뛰어 튀어나올 듯했다.

고산병 약은 미리 먹었기에 아주 작은 두통 정도만 있었는데, 비니쿤카에서는 손끝이 저리고 입술이 창백해졌다. 코카잎을 씹으며 입에 물고 있으며 비니쿤카를 보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우리에게 안개는 떠날지 몰랐고, 결국 무지개산이 아니라 안갯속에서 사진을 찍었다. 휴대용 산소를 들고 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고, 고산병으로 쓰러지는 사람들을 위해서 의무실 같은 곳도 있었다. 간호사라는 직업병인지 궁금해 들어가 봤는데, 의사 한 명, 간호사 한 명이 있었고, 작은 침대에 한 할아버지가 누워 산소를 흡입하고 있으며 손가락에는 산소 수치를 보는 산소포화도를 보는 기계가 끼워진 채 나에게 괜찮다며 브이를 해주셨다.     

앞이 보이질 않고, 숨이 턱턱 막히고, 춥고, 손발은 저리고, 얼굴은 창백해진 내가 그래도 한국에서 가져갔던 마이주나 새콤달콤을 입에 물고서 버텼던 것 같다. 고산병을 쉽게 생각했는데 무서운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무지개산을 보여주지 않았던 날씨가 참 아쉬웠다. 내가 한국에서 이탈리아도 아닌 남미까지 왔는데 말이다.     

너무 힘들어도 나 혼자 오롯이 견디어야지 누구에게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다 내가 선택했으니 말이다. 고산병이 있으니 입맛이 없어 한식이 당겼다. 우리나라 음식은 치유의 음식 같았다.

새로운 경험을 했던 것에 의의를 두며 비니쿤카의 무지개 산은 안개산을 본 걸로 마음속에 무지개를 그려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워만 하기에는 나에게는 다음 일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추픽추 일정이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모라이, 살리네라스, 오이안타이탐보투어를 갔다가 마추픽추로 향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퀴노아, 옥수수 등 농작물들을 심었던 모라이, 소금 염전이 눈앞에 멋지게 보이는 살리네라스, 신전처럼 보이는 오이안타이탐보! 우리는 이 작은 마을까지 구경을 하고 시장에서 먹을 것을 사서 마추픽추 마을로 넘어가려고 기차역에 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또 나에게 날씨란 걸림돌이 날 마추픽추로 못 가게 만들었다.

하필 비가 와서 강물 수위가 높아져 기차 운행을 안 한다는 것이다.

어제는 무지개 산도 하늘에서 보여주지 않더니, 맞추픽추까지 안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지 속상했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 날씨라는 것이니 우리는 이 마을에 하루 묵고 내일 다시 마추픽추 마을로 가기로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마을 구경이나 더 하기 위해 마을광장에 들어서니 시끄럽고, 괴상하고 무서운 가면을 쓴 사람들 아이들이 행렬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묵는 걸 아는지 축제로 마을이 떠들썩했다.

성인이 된 사람을 기리는 축제 같은 거라는데 퍼레이드 행렬에 신기한 장면들을 볼 수 있어 감사했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경험이 또다시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높아 보이는 카페를 골라 동행들과 자리를 잡고 옹기종기 수다를 떨다 보니 우리가 마지막까지 남은 손님이 되었다. 축체의 피날레를 알려주듯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이런 선물을 보여주려고 우리에게 시련을 줬나 보다 생각하며 동행들과 넋 놓고 팡팡 터지는 불꽃들을 감상했다.

내 인생에도 불꽃이 터지기를 바라면서, 내일은 마추픽추를 꼭 보러 갈 수 있기를 소망했다.

인생에도 늘 맑은 날만 있지 않은 것처럼,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분명히 있다는 것.

비 온 뒤 맑음처럼 내일은 맑지 않을까? 하며 잠을 청했다.

동행들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내가 아는 건 알려주기도 하고,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던 페루였다.

다음날,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열차에 올랐다. 다행히 오늘은 맑은 날을 보여줬기에 드디어 보러 갈 수 있었다.     

내가 마추픽추를 보는 순간, 아~ 자연은 정말 위대하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고 경이로웠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맞겠지?

거기 안내해주는 직원이 준 코카잎을 받고, 혹시 고산병 증세가 있을까 했는데, 이젠 고산병이 적응된 건지 아무렇지 않았다.     

마추픽추 이 장관을 보여주려고 그전에 여정이 있었던 게 아녔을까?     

초록 초록한 이 마추픽추 풍경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아직도 그때 보았던 마추픽추 사진을 보니 참 두근거린다.     

다이나믹하게 왔던 마추픽추야 안녕,

나중엔 사랑하는 그와 함께 올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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