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자 연희동 골목은 평소보다 고요해졌다. 대문마다 선물 세트를 든 사람들이 분주히 오갔고, 하숙집 식구들도 하나둘 짐을 챙겨 고향으로 떠났다. 하지만 2번 방 미나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미나는 회사 업무가 밀려 연휴 내내 당직이었고, 나는 부모님께 차마 실패한 공모전 소식을 들고 내려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텅 빈 거실엔 TV 소리만 공허하게 울렸다. 그때, 부엌에서 정희 씨의 칼질 소리가 평소보다 육중하게 들려왔다.
"니들 거기 앉아가 뭐 하노! 손이 모자라 죽겠는데 퍼뜩 안 오나!"
부엌으로 가보니 정희 씨는 산더미 같은 나물과 고기 반죽을 앞에 두고 있었다. 명절 음식을 하느라 기름 냄새가 온 집안을 휘감고 있었다.
"아줌마, 우리밖에 없는데 뭘 이렇게 많이 하세요?"
미나가 묻자, 정희 씨는 밀가루 묻은 손으로 이마를 닦으며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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