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온몸으로 책과 사람을 대하는 서점원 이야기

<서점원고지>(글쓴이- shys, 2020) - 독해독 #3

독해독 #3

온몸으로 책과 사람을 대하는 서점원 이야기

<서점원고지>(shys, 2000)



*독해독이란?

'독립출판을 한 해준이 (독립출판의 편견에서 벗어나)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 읽기'의 줄임말입니다.


몇 년 전 책을 읽다가 ‘직업’을 고찰한 부분에 한참을 멈추었다. ‘직(職)’이 회사, 직무, 급여 등 지금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크다면, ‘업(業)’은 그동안 일한 경험과 앞으로 꿈꾸는 일에 관한 고민과 진로를 위한 공부 등, 원하는 일을 스스로 추구해가는 과정을 뜻한다는 내용이었다. 1년 동안 서점원으로 일한 이야기 shys의 <서점원고지>를 읽으면서 ‘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공대생이던 그는 책이 좋아 서점에서 일을 배웠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서점원으로 일한 하루를 돌아보았다. 그래서인지 <서점원고지>는 자신만의 ‘업’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출발처럼 보였다.


   작가는 <서점원고지> 초반을 ‘서점원의 눈, 코, 입, 귀, 어깨’ 등 신체를 연결하여 풀어낸다. 온몸으로 책을 다루고 손님을 맞이한 흔적이 담긴 이 부분에서 나의 사회생활 초년병 시절이 자주 떠올랐다. 실수투성이와 고민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괴로웠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일을 많이 배웠고 열정이 넘쳤다. 그래서인지 전심전력으로 책과 손님을 대하는 글쓴이 모습이 아름답고도 애처로웠다.      



   평소 낯을 가리고 주변 사람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던 그에게 서점은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는 장소였다.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책을 찾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며, 동료의 조언에 열려있었다. 계속 좋을 줄만 알았던 서점 일이 반복되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서점 안에서 그는 책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을 체험하고 있었다. 서점을 그만두고 나와서 쓴 이야기라는 말에 고충을 토로할 줄만 알았는데, 서점에서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내용으로 원고지 대부분을 채웠다.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서점원의 존재를 알아차린 점이다. 이전에는 서점원이 그저 서가 주위를 옮겨 다니기만 하는 사람 같았고, 내가 찾는 책이 놓인 서가 앞에서 서점원이 있으면 짜증만 내지 않았지 어서 비켜주었으면 했다. <서점원고지> 속 서점원의 하루는 전투와 같았다. 중고 책 매입과 진열은 기본이고, 분기마다 PDA로 일일이 책 바코드를 찍어 매장 재고를 파악하는데 일주일을 쏟아부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하루에 한두 번은 진상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다루는 일을 시작했다지만, 결국 그가 책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기우와 달리, 그는 더 책을 찾고 있었다.     



   ‘서점원의 어깨’라는 부분에서 그는 한꺼번에 들어온 많은 책을 옮기느라 어깨에 통증이 생겼고 스트레스에 편두통까지 겹쳤다. 그때 <작은 서점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채 일만 하는”(p.59) 자신의 모습이 겹쳤다고 말한다. 그가 옮긴 책의 무게 만큼 스스로 짓누를 수도 있었지만, 다른 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어깨에 놓인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책으로 세상을, 그리고 자신을 인식하려는 모습에, 나의 사회초년병 시절을 돌아보았다. 주변에 휘둘려 단상 하나 남길 여유조차 없었던 당시 나와는 달리, 그는 이미 읽고 쓸 줄 알기에 거칠어 보이는 현실을 마주하더라도 버티어 낼 것만 같다.     

   누구보다도 그는 책이라는 물건에 애정을 갖는 사람이다. 베스트셀러였다가 하루아침에 외면받는 책에 안타까워하고, 폭우에 천장이 뚫려 빗물에 젖은 책에 슬퍼했다. 그에게 책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존재이다. 마치 독자에게 앞으로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포부처럼 느껴졌다.



‘책과 사람을 잇는 다리 역할’이라는 동기가 내 몸을 더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했다. 내가 진열한 책이 전부 판매되지 못할지라도, 단 한 권의 책이라도 손님의 마음을 두드리고 싶다는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만 같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충분히 보람 있도록 이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다리(legs)가 아파도, 손님과 책 사이 다리(bridge) 역할을 해온 1년이 아쉽지는 않은 이유다. (p.69)     


   그는 자신을 “쉽게 당황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이 큰 사람”(p.80)이라고 소개했지만, 부끄러움은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온 것이다. 독자가 필요로 하는 책을 적절히 소개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부끄러워한다. 그에게 문제가 있기보다 대형 중고서점이라는 공간 특성에 손님을 대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나는 구매할 책을 미리 검색하고 중고서점으로 가기에 우연히 책을 발견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독립서점에서는 애쓰지 않아도 서가를 돌아보다가 눈에 띄는 책을 만나고, 책방지기의 추천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 글쓴이가 손님과 만난 장소가 동네책방이고, 그가 책방주인이라면 어땠을까. 현실적으로 서점 꾸리기가 어렵지만 1년 동안 서점원으로 일한 경험을 이렇게나 솔직히 드러내는 이가 많지 않기에, 자신만의 책방에서 손님을 맞이할 그를 상상해본다.     


   서점원으로 일한 1년뿐 아니라 이 책을 내는 과정에서도 그는 고생했을 것이다. 일상이 수고로워도 그는 그 속에서 자신을 돌이켜 볼 줄 알고, 세상을 향해 애쓰며, 하루의 마무리로 조금이나마 오늘을 돌아보려고 했다. 즐겁기보다는 괴로운 시간이었겠지만, 그 덕분에 <서점원고지>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서점에서 고생(苦生)하며 고생(固生)을 얻었기에, 앞으로 그의 삶과 글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해준 #가익가 #독해독 #서점원고지 #에세이 #shys #독서 #리뷰 #독후감 #독립출판 #독립출판물 


*독해독이란? '독립출판을 한 해준이 (독립출판의 편견에서 벗어나) 독립서점에서 만난 책 읽기' 줄임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함께 살아 만난 ‘공간의 애틋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