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의 관점과 성장
예를 들어, 창업자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고객의 관점, 무자본의 관점, 건설적인 관점.
무엇이 정답일까.
가장 적절한 답은 모든 산업군과 범주를 아우를 수 있는 360도의 관점입니다.
거기에 추락의 순간을 비행으로 바꿀 수 있는 상상력과 실행력이 수반되어야 하고요.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포지션인 인디펜던트 워커도 이와 같은 안목으로 접근해야 합니다.진부한 이야기지만, 어느 시대건 개인의 노력이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며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에 누가 있는지 보면, 결국 누군가의 아들 딸인 평범한 개인들이잖아요.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국민강사라는 호칭, 마음에 드는 별명인가요?
제가 그런 호칭을 받아도 될까요? (웃음) 감사한 별명이죠.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강사로 많은 분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잖아요. 다른 사람들보다 미리 경험하고 알려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강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주어질 수 있는 최고의 호칭이 아닐까요.
매 순간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때로는 지치고 피곤해서 쉬고 싶은 날도 있잖습니까.
우리의 과거와 미래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뚝 떨어진 오늘이 아닌, 어제의 연장선상이 오늘이라는 거죠.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은 우리의 오감으로 만든 것이라 하지 않았나요. 결국 나의 일분, 하루, 인생 전체는 우주의 개념으로 보면 하나의 물성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보통 오늘의 나는 어제 하던 일들을 이어서 하고 있어요. 그래서 만약 변화가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터닝 포인트를 실행으로 옮겨야 오늘의 변화를 내일도 이어가겠죠. 물론 저도 지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의 80%를 어제 해두었기에, 오늘 내가 지쳐있어도 나머지 20%를 힘들게 해내며 다음 스텝을 준비하는 거예요.
김미경, 어떻게 되나 보자.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한 인간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으로 이름을 남기고 죽는지 나를 통해 실험해보자.
시간을 돌려 2013년에 출간하신 저서 ‘드림 온’으로 이야기를 열어보겠습니다. 책에 도전과 시도의 차이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7년 후인 현재의 시점과 관점에서, 어설픈 시도와 무모한 도전은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본질적인 차이는 책임이 따르는지의 여부에 있습니다. 시도에는 책임이 따르지 않아요. 그러니까 몇 번이고 거듭해서 시도할 수 있어요. 저는 일주일에 몇십 번, 하루에도 여러 번 시도합니다. 하지만 도전에는 책임이 따르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을 거듭 수정해 어떻게든 되게끔 끌고 가는 것이 도전입니다. 첫 시도에 어떻게 배부른 성과를 기대하겠습니까. 나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깨닫는 데에만 수십 번의 시도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요. 부족함을 하나씩 채워가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은 나에게 책임이 따르는 목표지향적인 도전이 됩니다. 결국, 이루고자 하는 바를 향한 끊임없는 시도가 도전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시도부터 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낫습니다. 작은 시도가 어떤 도전과 결과로 이어질 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거든요. 뇌와 몸의 박자가 맞지 않으면 인간은 우울증에 빠져요. 뇌가 지시하는 것을 나머지 기관들이 바쁘게 움직여야 삶의 리듬이 생기죠. 반대로 머리가 움직이지 않을 때는 몸을 움직여 정신을 깨우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이 팔과 다리를 움직여가며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우울증이 치유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최근에 김미경의 리부트를 읽으며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세 번째 리부트 공식 인디펜던트 워커로 일하라는 대목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인디펜던트 워커가 될 수 있을까요? 혹은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것이 본인의 성향에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워킹맘으로 사는 걸바라는 이들도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는 각자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누군가는 결혼을 선택하고, 다른 누군가는 비혼을 선택합니다. 삶의 방식이 이렇게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의 형태는 더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된 거죠. 인디펜던트 워커는 개개인의 선택보다는 시장의 변화로 봐야 해요. 과거 B2C(Business to Customer) 시장이 이제는 C2C(Customer to Customer)로 변화했죠. B2C 시장에서는 ‘내가 다 차려둘 테니 넌 내 밑에 직원으로 들어와서 일 해’라는 수직적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디지털의 성장과 온라인 세상의 확장으로 나의 능력을 구매하고자 하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 연결되는 시대라는 겁니다. 인디펜던트 시대의 본질은 이거예요. 판이 바뀌며 생긴 직업 트렌드의 변화 라고 할 수 있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기업이 피고용인을 상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기업들의 입장 변화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 같나요?
이제는 직원들이 인디펜던트 워커적 속성을 가지고 회사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들이라고 봐야 해요. 다양한 선택지 중 우리 회사를 선택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 지만, 요즘은 청년들이 과거에 비해 폭넓고 다양한 선택을 취하잖습니까. 현재 당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를 할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과거에 비해 기회가 그만큼 다양해졌잖아요. 기업은 이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이 원하는 시기에 보내주는 연습을 해야 하고, 동시에 현재 재직 중인 직원들과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며 회사와 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해야 하죠.
‘리부트’에서 코로나 시대에 개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조언은 충분히 있었던 것 같은데, 제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국가제도와 한국 경제성장의 주 동력인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개인의 노력이 한계까지는 다 갔을까요. 한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지점까지 가보려면 일생을 바쳐야 하죠. 결국 아주 극소수만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한계점을 본 사람은 반드시 사회의 어떤 한 축을 변화시킵니다. 이와 관련해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증명해온 무수히 많은 사례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개인이 당장 어찌할 수 없는 제도적인 한계도 있을지언정 그것이 전제라는 생각은 버려야 해요. 사회 전체가 변화하는 것과 개인의 변화를 분리해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앞서 언급한 소비자의 영향력이 커져 지금에 이른 것은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서 일으킨 사회의 변화예요. ‘나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기업은 보이콧하겠어.’ ‘나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의 물건은 구매하지 않겠어.’ 이와 같은 개인의 결정들이 모여 기업을 압박하고 기업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거 든요. 저는 그것이 개인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바라보고 발언과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분석과 실행력이 능동적으로 수반되는 과정이 결국 체제의 변화로 이어지는 겁니다.
회사의 대표로서 신규채용 시 사람을 보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도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선한 게 최고의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이 친구가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일이건 척척 해내더라도, 그릇이 올바르지 않다면 누군가의 성과를 가로채거나 뒤에서 다른 직원들의 욕을 하며 타인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거든요. 프로젝트 하나를 하더라도 최소 열 명이 협업해야 하는데, 자신을 제외한 아홉 명의 타인과 대화가 안 된다면 그를 어떻게 인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협업이 안 되는 사람들은 인디펜던트 워커로 혼자 일하더라도 문제를 저지를 확률이 커요. 집에서 일을 하더라도 누군가와 상대해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고객이라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겠어요. 기본적으로 마음이 선하고, 타인을 용서할 줄 아는 인성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과 협업하여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음으로써 회사를 성장시키는 인재라고 봅니다.
일보다 사람이 더 힘들었다. 퇴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조직 내 인간 관계는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아닐까요. 수도 없이 들으셨을 질문이겠지만, 원활한 인간 관계를 위한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참으세요. (웃음) 그날 억울한 감정에 생각나는 대로 내뱉은 말은 다음 날 처리해야 할 쓰레기가 됩니다. 독하게 쏘아붙인 한마디와 부정을 담은 수락 의사는 고작 5초짜리 배설이지만, 다음날 괜히 상대방의 눈치를 보고 사과해야 하는 건 몇 날 며칠이 걸릴 수도 있거든요. 현명한 사람들은 애초에 그런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요. 실은 본인들도 겪어봤기 때문에 아는 거죠. 그러니까, 참으세요. 또 하나는 용서하는 것. 인간 관계에서 대체로 약간의 손해를 보면 이자가 복리로 돌아와요. 반대로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애쓴다면 비수가 되어 돌아오죠. 실은 저도 알지만 잘 안돼서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매 번, 매순간 노력하는 거예요.
저서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말미에 김미경의 한 단어를 ‘열정’이라 밝혔는데, 김미경이 경계 하는 한 단어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교만. 혹은 거만. 만약 제가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말이 맞다고 한다면, 강의가 아니라 정신과 상담이잖아요. (웃음) 강의가 되려면 제 앞에 앉아있는 수백 명의 청중이 공감할만한 설득력을 일관된 논리로 펼쳐야 하죠. 그런데 이게 한편으로는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요. 그 수백 명 중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적어도 한두 명은 존재할 수 있잖아요. 제가 끌어가는 논리에 의해 그 누군가는 다치거나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건데, 그것까지 미연에 모두 방지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글쎄요.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가능한 일일까요. 그래서 적어도 강사로서 교만한 태도는 갖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빛이 있으면 반대편에는 항시 어둠이 존재해요. 그 어둠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한 빛을 품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중요하거든 요. 강사, 작가, 정치인, 연예인 등 대중 앞에 얼굴을 내놓고 설득하는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항상 마음에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요. 겉으로 웃어도 마음에는 무거움이 있거든요. 그런데 교만한 마음을 갖게 되면 순식간에 그 무게에 짓눌리고 마는 거죠.
온라인 교육 플랫폼 MKYU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MKYU는 결혼 후 가정에만 매달려 살아온 분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무엇인가 이뤄내고자 할 때, 그들에게 실질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정서적 용기를 북돋워주는 온라인 대학입니다. 궁극적 으로 MKYU를 통해 제가 기대하는 바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김미경의 탄생입니다.
본인을 일으켜 세우고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해요. 이번에 기후변화 전문가 과정을 오픈했는데 그 과정을 통해 가르치는 지구환경오염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방법,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 이런 것들이 사실 미래에는 가장 품격 있는 직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묘한 것은, 저희 수강생들이 모두 여기에 동의 하고 열심히 배우고 학습하며 실행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1년 사이 그만큼 다들 성장한 거죠. 정말 감동이에요.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강연에서 유튜브 ‘김미경 TV’ 온라인 강의로 형식을 옮겨오지 않았습니까. 체감하는 온라인 강의의 장단점을 듣고 싶습니다.
대다수가 공감할만한 온라인 강의의 장점에 저도 동의합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 다양한 사람들과 동시에 소통한다는 점 등이죠. 하지만 대면 강의를 통해 청중을 직접적으로 달래주며 피부로 느끼는 커뮤니케이션의 상실은 아무래도 서운하죠. 온라인만을 통한 소통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거든 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잠잠해질 미래를 기다리고 있어요. 물론 요즘 점차 바깥 활동이 시작되고는 있으나, 어쩌면 과거에 몇천 명 앞에서 강의를 하던 상황은 제가 죽을 때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비슷하게라도 흉내 낼 수 있는 지점이 온다면 저는 잠실 체육관을 대관할 거예요. 청중들은 2미터씩 띄어 앉을 거고요. (웃음)
그날이 온다면, 정말 멋지게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