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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전드 박편 Nov 18. 2021

대한 펑크의 붉은 깃발, 크라잉넛

사십 줄 다섯 남자의 저세상 텐션


1990년대 중후반의 서울, 홍대 앞에 하나 둘 라이브 클럽이 태동하던 시기. IMF로 인해 찾아온 혼란한 사회를 버티며 무력감에 몸부림치던 사람들의 눈앞에 크라잉넛이 등장했다. 그 무렵 미국에서 극대화된 상업적 음악시장의 틀을 깨고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밴드가 너바나(Nirvana)라면, 한국에는 크라잉 넛이 등장해 대한펑크라는 장르 아닌 장르로 대형 기획사 위주의 댄스가수들로 즐비하던 음악시장에 붉은 깃발을 꽂았다. 무대를 부술 듯 뛰어다니고 관객들에게 사정없이 물을 뿌리며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노래는 도망칠 곳 없는 현실로부터의 탈출과 해방이었다. 이들의 외침에 소심한 사람들도 대범한 사람들도 저마다 본인의 자아를 투영하며 에너지를 분출했다. 한 가지 아름다운 사례로, 회식자리에서 찾은 노래 방에서 직장 상사를 눈앞에 두고 ‘닥쳐’를 당당하게 내지를 수 있는 전례 없던 사건의 실마리가 된 것. 크라잉넛을 필두로 시작된 록 음악의 전성기는 홍대 문화에 탄력을 불어넣었고, 그 시대를 함께한 우리들은 2000년대로 넘어오며 서로의 취향과 다름을 이해하고, 이해받았다. 그것은 붉은 깃발을 든 다섯 남자가 일으킨 작은 혁명이었다.


크라잉넛


코로나로 인해 찾아온 혼돈의 시대속에 승리라는 단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인류는 희망의 단서를 기어이 찾아내고야 말았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그 희망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에 장르가 없는 장르의 음악을 하며 새로움을 찾아 시도하겠다는 이들의 대답에 있을지도.


*에디터의 말

박윤식=식, 이상면=면, 한경록=록, 이상혁=혁, 김인수=수 로 호칭을 축약하겠습니다.



| 2020, 크라잉넛 데뷔 25주년


반갑습니다. 먼저 한 분 한 분 간단한 소개와 근황 들려주세요.


면 : 크라잉넛의 기타리스트 이상면입니다. 팔이 부러진 게 아직 안 붙어서 코로나 시국에 재수술을 했어요. 행사나 공연으로 바빴으면 스케줄이 꼬였을 텐데, 쉬는 시기에 수술을 하고 휴식기를 가진 게 불행 중 다행이죠. 그리고 요즘 취미 삼아 쉬엄쉬엄 그림 그려요.


혁 : 드러머 이상혁입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없어 25주년 베스트 앨범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의류 브랜드를 론칭해 옷을 만들고 있어요.


록 : 베이시스트 캡틴락입니다. 멤버들과 레코딩 작업에 집중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캡틴락마켓’을 론칭해 저희 멤버들과 크라잉넛 공식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어요. 마켓은 예상보다 팬들 반응이 좋아요. 참 신기한 게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놓아도 6개월간 안팔리던 게 금세 팔리더라고요. 그 밖에는 공연도 하고 유튜브 중계도 하고 있어요.


식 : 크라잉넛에서 노래하고 기타 치는 박윤식입니다. 크라잉넛 공연은 코로나로 다취소됐고요, 그와는 별개로 혼자 어쿠스틱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공연을 하는데 멤버들이 없으니까 외로워요. 최근 한 번은 혼자서 공연하다 흥분해서 ‘모두 일어나~!’를 외쳤는데 스텝이 일어나시면 안 된다고 하셔서 ‘다시 앉아~!’라고 했던 기억이. 아무튼 서로 1미터씩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쓰고, 흥분해도 릴랙스하고 앉은 상태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방방 프로젝트를 함께 했고요.


수 : 아코디언과 건반의 김인수입니다. 저희가 크라잉넛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이미 다 언급이된 것 같고, 개인적인 일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집에서 쉬고 있고 넷플릭스 잘 보고 있습니다. SNS도 있고 사람들이 흔히 소통이라 부르는 행위는 인터넷으로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가 맞지 않나 싶은데. 그리고 아이리시 펑크 음악 4인조 프로젝트 밴드 데디오레디오 (Daddy O Radio)에서 아코디언, 휘슬, 보컬로 활동하고 있어요.



요즘 온라인 페스티벌이 많아졌는데, 온라인 공연으로 잡혀있는 활동 계획이 있으신가요?


식 : 클럽 FF, 생기 스튜디오, 신촌 롤링스톤즈 등 몇 번 했어요. 지금은 25주년 앨범 작업으로 바쁜데, 앨범 작업 끝나고 나면 다양하게 기획해봐야죠. 스트리밍 공연하면서 사람들이 남긴 반응을 보면 재밌는 댓글도 참 많아요.


혁 : 같이 보시는 분들에게 ‘다음 곡은 비둘기니까 비둘기 비둘기 외쳐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채팅창을 비둘기로 도배하기도 하고. 신청곡을 적기도 하고, 요구사항도 있고. 이런 식으로 소통하는 건 관중들 앞에서 공연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있고 새로운 방식의 경험이에요.



25주년 베스트 앨범 트랙리스트의 선정기준이 궁금합니다.


혁 :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싶어했던 것들 중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추렸어요.


록 : 저희 노래가 100곡이 넘더라고요. 추리고 추렸는데도 많아져서 16곡이 수록되었죠. 각앨범의 타이틀곡 위주로 넣었고, 최근에 낸 앨범보다는 예전 곡들 위주로 했어요. 요즘 친구들은 잘 모르는 곡들을 소개하고도 싶었고, 옛날 생각도 나고.


면 : 옛날에 녹음하며 아쉬움을 느꼈던 것들을 다시 녹음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혁 : 20년 전에 한 녹음과 요즘 저희가 공연 때 연주하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요 그동안 라이브를 하며 자연스럽게 정제되고 다듬어진 저희의 연주를 충실히 담아내고 싶었어요


식 : 그동안 수많은 공연에서 합을 맞춰보며 첫 앨범 레코딩때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편곡이된 거 같아요. 세월이 묻은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몇몇 노래는 좀 느려졌어요. 옛날에는 몰랐는데, 다시 녹음하려고 보니 노래가 왜 이렇게 빠른지!!



25년 동안 무대에서 가장 많이 연주한 곡은?


식 : 말 달리자. 그 노래를 저희가 95년 겨울에 만들었던 걸로 기억해요.


면 : 말 달리자, 밤이 깊었네. 공연 때마다 연주하니까 저희도 너무 오랫동안 많이 했다 싶어서셋 리스트에서 의식적으로 빼볼까 했었는데, 앙코르 할 때 나와요. 결국 꼭 해야 하는 곡이죠.


록 : 옛날에는 사람들이 왜 이 노래만 좋아하나 싶었죠. 다른 노래도 좋은 거 많은데. 그래서 셋리스트에서 일부러 빼보기도 했는데, 결국 관객들이 원하는 곡을 저희도 많이 하게 되는 것같아요.



너무 많이 연주해서 지겨움을 느낄 때도 있나요?


록 : 관객들이 늘 다르니까 매번 분위기도 다르고, 새로운 팬들도 있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면 저희도 기분 좋죠. 말 달리자는 발표한 지 2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렇게 좋아해 준다는 게.


수 : 저희가 하는 공연 전체를 연극이나 영화처럼 하나의 작품으로서 접근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공연 중간에 연주하는 한 곡의 노래만으로 판단하게 되지는 않아요.



| 바보 놈이 될 수 없었던 1998


크라잉넛에게 펑크는 정신성 내지는 삶의 태도에 가깝지 않을까 했습니다. 단적으로 제도권에 대한 반발이나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반영하는 것을 펑크 정신이라 한다면, 실제로 인생에서 가치관 또는 음악적인 영역에서도 펑크 정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록 : 20대 초반에 펑크를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 제가 반항아적 기질이 있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런 정서가 저희에게 어울렸던 거 같아요. 펑크라 하면 무정부주의가 연상되는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고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 때로 직설적으로 표출될 때도 있었지만, 저희의 방식은 그보다는 일상의 솔직한 경험을 가사로 쓰면서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쪽에 가까웠죠.


혁 : 거창한 사회적 주제를 갖고 고뇌한 적은 없고, 그땐 그저 하루하루가 부딪힘의 연속이었어요. 찢어진 바지를 입고 지하철을 탔는데 할아버지한테 맞았던 일도 있고, 노란 머리를 하고 돌아다니다가 경찰이 와서 머리채를 잡는다던가. 이런 현실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들었죠. 지금 들으면 참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죠?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90년대 중후반은 방송국에서 염색이나 배꼽티를 검열하던 시대죠. 우린 그 불합리와 부조리에 노래로 맞섰어요. 그러다 보니 비판적인 느낌으로 각인된 것 같아요.


수 : 사회비판이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이 펑크만의 움직임은 아니지만, 펑크에서 조금 더두드러지는 이유는 여과되지 않았거나 직접적인 표현방식이 나타나는 장르적 특성에 있다고 봐요. 노래가 짧고 빠르고 트랙 안에 모든 이야기를 다 하려다 보니까, 직설적인 표현이 나타나고.


혁 : 누군가 ‘이것은 음식을 섭취하여 소화기관을 거친 생리 활동의 결과물인데,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아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고 말을 할 걸 그냥 대변이 마렵다고 한마디로 표현하는게 우리 방식에 가깝다는 거죠.


식 : 크라잉넛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싫어하고, 다른 방향을 찾는 반골 기질을 가진 젊은 애들이 모여 같이 음악을 한 밴드예요. 그 점이 펑크와도 잘 맞았고요.


수 : 난 너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걸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커피를 마시는데 하얀 프림을 보다 너의 하얀 얼굴이 떠올랐어’라고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할 말이 많은 세상이라는 거죠.



|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라는 곡으로 대표부에 초청되어 식사자리를 가진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룩셈부르크였나. 노래하기 편해서? 혹은 룩셈부르크에 관한 사연이 있어서인가요?


수 : 다른 인터뷰에서 많이 한 이야기이긴 한데, 예전에 락타이거즈라는 팀이 있었는데 타이거형이 멋 부리는 걸 좋아해서 마이크 테스트할 때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이러지 않고 ‘룩, 룩, 룩, 룩셈 부르크’라고 했어요. 근데 그게 참 가소롭기도 하고. 하하. 우리랑 친하니까 그걸로 놀리다가 운율이 좋아서 곡으로 만든 거죠.


혁 : 타이거형을 놀리는 곡으로 시작했지만, 우린 결국 똑같은 인간이니까 서로 싸우지 말자는 대통합의 의미를 담은 노래지.


록 : 나중에 타이거형이 그 노래를 듣더니 내가 만들걸! 이러면서 안타까워 하더라고요.



| 팀워크, 장수의 비결


멤버들 중 평소에 누가 가장 솔직한 성격인가요?


록 : 윤식이요.


식 : 제가 눈치가 없어요. 상황을 보고 눈치껏 말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바로 해버려요.


록 : 근데 편해요. 계산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니까 꼬인 게 없고, 시원시원하죠.



| 2009년의 나쁜 아이들


가사를 쓸 때 경험과 계산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인가요?


혁 : 쓰다 보면 계산적으로 라임을 맞추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결국 전반적인 내용은 경험이 녹아있어야 오래가는 노래가 되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만든 웅장한 가사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썼던 게 오히려 더 오래가는 경우도 많았고.


가사는 언제 가장 잘 써져요?


혁 : 밤에 술 먹고 썼을 때. 근데 다음 날 낮에 보면 다 지워요. 하하.


수 : (혁에게) 밤에 가사 쓰는 건 좋은데, 제발 그걸 단체 채팅방에 보내지는 마. 새벽 세시에 알람이 백번이나 울린다고.


록 : 가사는 마감이 닥치면 잘 써져서 스스로 마감을 만들기도 하고요, 계산해서 쓰기보다는 음악이나 가사에 본인이 묻어날 때가 가장 좋은 가사가 돼요. 표현도 자연스럽고.


수 : 뭐든지 술 먹고 하면 더 잘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러니까 술을 마시고 뭘 하면 안 돼요.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왜 이랬지 하면서 후회하고, 정신 차려보면 경찰서에 가있을걸요.



| 크라잉넛의 여름


축제 공연 중 기억나는 일화가 있나요?


혁 : 한양대와 카이스트 공연이요. 학생들이 워낙 잘 놀아서.


록 : 저희에게 좋고 나쁘고는 뭐랄까.. 관객들에게 술이 제공되는지의 여부와도 관련이 있어요. 술을 마신 관객들은 이미 텐션이 업 되어 있고 뛸 준비가 돼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맥주 페스티벌 정말 재밌었어요.


면 : 한양대 재미있었고요, 맥주 페스티벌도 즐겁게 했죠.


식 : 저도 맥주 페스티벌! 관객들이 벌써 달릴 준비가 되어있잖아요. 반대로 무대에서 술을 못마시게 하면 저희도 연료가 덜 찬 느낌이랄까.


록 : 그러고 보니 90년대 말 무렵에 홍대 조치원 캠퍼스에서 했던 공연이 기억나요. 그때 학교 밴드가 오프닝을 했는데 저희 노래를 카피한 거예요. 그 당시만 해도 저희 노래를 카피하는 팀은 별로 없었는데 되게 반갑더라고요. 공연 끝나고 그 밴드 친구들이 사실 저희 노래 카피하면서 본인들 자작곡이라고 거짓말한 적이 몇 번 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하하. 그런데 그런 말을 듣는데 기분이 되게 좋은 거예요. 하여튼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랬다고 말하더라고요.


혁 : 삼청동에 있는 풍문여고에서의 공연도 재미있었어요.


식 : 저희가 공연하니까 아수라장이 된 거예요. 공연이 끝났으니 교실로 돌아가야 하는데 안돌아가니까 선생님이 빗자루 들고 와서 ‘빨리! 교실로! 들어가!!’ 이러면서 내쫓는데도 교실로안 돌아가고… 하하.


면 : 대학교에서 공연하다 무대 부서진 적도 있잖아.


록 : 그런 적 많지. 가끔 지방에 정말 부실한 무대도 많거든요. 그런 데서 평소처럼 뛰다가 그만.. 가끔은 현장에 도착했는데 MR을 달라는 데도 있었어요. 라이브 공연을 할 거란 걸몰랐던 거죠.



| LAST PART. 충분히, 좋지 아니한가


만약 오늘 갑자기 5억이 생기면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혁 : 빚 갚을 거예요.


수 : 이왕 주는 거 좀 더 줬으면 좋겠네요. 5억으로 뭐하지..


그러면 10억으로 늘려드리겠습니다.


혁 : 흔히들 1억 주면 군대 다시 갈래?라는 질문에 2억 주면 다시 간다 했는데. 하하. 5억이나 10억이 있으면 으리으리한 개인 작업실을 만들 거예요.


식 : 갑자기 그렇게 큰돈이 생기면 주식하다가 홀랑 망해버리지 않을까?


도박이나 주식은 안됩니다. 무언가를 경험하는 데에 돈을 모두 소비한다는 가정하에 대답해주세요.


록 : 제가 사우나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5억짜리 개인 사우나를 만들고 싶어요. 식물에도 관심이 많아서 사우나 겸 식물원 같은 느낌인데, 벽면이 스테인드 글라스로 된 아주 고급스러운 그런 장소.


식 : 비닐하우스만 만들어도 사우나를 즐길 수 있어.


록 : 겨울에는 못 즐기잖아.


수 : 그건 습식이 아니라 건식이잖아.


면 : 10억으로 하고 싶은 일 생각났어요. 우주여행! 아니면 냉동인간 되기! 죽기 직전에 냉동상태로 보관했다가 미래에 의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을 때 깨어나는 거죠.


수 : 돈이 많다면 금융 상품을 거래하겠지만 그건 안된다고 하니 못하겠고. 코로나 시국이라 외국에도 나갈 수가 없으니. 음.. 코로나 신약 개발에 지원할까?


혁 : 신약이면 관장약 말하는 건가?


식 : 그냥 변비약 여섯 알 먹어.



멤버들끼리 사석에서 모이면 보통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세요?


록 : 예전에 당구장, 게임방, 사우나 등등 다 했죠. 저희는 연습을 하건 공연을 하건 항상 뒤풀이를 했어요. 그냥 만나서 술 마신 적은 별로 없고요. 뭔가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나면 자화자찬이 시작되는 거죠. 음악 이야기도 많이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부르기도 하고. 요즘은 각자 가족이 있으니까 예전보다는 빨리 들어가지만.


면 : 공통적 취미 생활이 ‘술’이라 회식을 자주 하고요. 자전거 같이 타고 다닐 때도 많아요.


단골 술집은 어느 지역이에요?


혁 : 홍대 전역이죠 뭐.


록 : 크라잉넛은 홍대 상권 지킴이랄까요.


식 : 모여 있으면 나란히 앉아서 SNS 하고 있고, 옆에 있는데 SNS에 댓글 달고 있고. 바로 옆에서 찍은 셀카에 좋아요 누르고. 여러분들의 삶과 똑같아요. 하하.


마지막 질문입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식 : 다들 대답이 없는 거 보니까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거 아니야?


록 : 얼마나 떠야지, 유명해지고 위대해져야지. 이런 것보다 지금처럼 재미있게 살면서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게 음악을 하는 게 제 꿈이라고 봐야죠.


면 : 꿈이라. 저는 전 세계의 국경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혁 : 지구를 정복하고 싶어요.


식 :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에 가서 공연을 하고 싶어요.


록 : 남극은 어때?


식 : 그것도 괜찮네. 펭귄들 앞에서.


면 : 전 죽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러시아 횡단을 해보고 싶어요.


혁 : 저는 음.. 금연?


수 : 제가 술, 담배를 끊었는데 맥주 한잔 딱 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 꿈이에요. 그게 아니라면.. 돈 많이 주는 CF 찍는 거.


혁 : 큰 걱정 없이 즐겁게 계속 음악을 하는 것!


면 : 사실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록 : 이건 꿈이라기보다는 계획인데, 과거의 히트곡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새로운 곡을 만들 거예요. 이 친구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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