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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Nov 11. 2019

당신은 큐레이티브한가요?

디지털 마케터에게 필요한 능력은 큐레이티브다

#콘텐트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현상들 

요즘 가장 경쟁이 심하고 핫한 업계를 고르라면, 아마 OTT(Over the top)를 고를 것이다. 선구자 넷플릭스를 필두로 애플, 디즈니, 아마존 등 전세계를 움직이는 기업들이 OTT 시장에 모이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52조에 ‘21세기 폭스’를 인수했던 사건은 이러한 OTT 경쟁의 상징적 사건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한 사건에 대해 “콘텐트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라고 평했으며, ‘이코노미스트’는 “갑자기 모든 기업이 넷플릭스가 되려고 한다”고 했다. 2013년 ‘하우스오브카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트를 무기로 전 세계 가입자 수 1억을 돌파하면서 명실상부한 콘텐트 No.1 기업으로 올라서니, 이에 질세라 ‘디즈니’, ‘애플’,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투어 콘텐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콘텐트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증명하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콘텐트를 소비하는 플랫폼인 유튜브는 그 위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제 유튜브에서 콘텐트를 검색하고 소비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심지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보다 앱 사용시간이 2배 가까이 높다. 한국인의 체류시간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며, 국민들이 그만큼 콘텐트를 많이 소비한다는 증거다.



#콘텐트 커뮤니케이션 시대

TV나 라디오 등 한정된 매체에 의해 소수의 콘텐트가 유통되던 시대를 넘어 디지털 시대를 맞으며 누구나 콘텐트를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다양한 정보 창구가 생김으로써 이제 소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권력이 생겼다. 아날로그 시대의 유통 화폐가 ‘미디어’였다면 디지털 시대의 유통 화폐는 ‘공감’이다. SNS에 올라온 콘텐트에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고 공유해줘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고 정보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를 만들지 않으면 정보가 확산되지 못하는 시대다. 웹드라마 ‘연플리(연애플레이리스트)’의 누적조회수가 3억 건이 넘으며 5분 남짓한 에피소드 1건의 조회수가 1,300만 건에 육박한다는 건 소비자가 TV가 아닌 콘텐트를 본다는 의미다.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SNS 콘텐트를 가장 잘 만든다는 ‘딩고’에 정치인부터 연예인, 브랜드가  줄 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싶은데 그 소통을 콘텐트로 잘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청와대도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 포맷을 패러디하여 ‘청쓸신잡’이라는 자체 콘텐트를 SNS에 올렸다. 콘텐트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누가 흥미로운 콘텐트를 확보하는가의 싸움,
그야말로 ‘콘텐트 커뮤니케이션 시대’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터는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발굴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콘텐트 확보의 전쟁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콘텐트’다. 사실 콘텐트의 중요성은 귀가 따갑게 들었을 것이다. 다만, ‘흥미로운 콘텐트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 국내 마케터들은 디지털 시대에 콘텐트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발 빠르게 이해했지만, 실제 대응하는 모습에서는 미숙함이 발견되었다. 마케터들은 우리도 노력하면 흥미로운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과 예산 절감이라는 이유로 내부에서 마케터가 직접 콘텐트를 만들었다. 그래서 마치 부장님이 젊은 사람들의 유행어를 흉내 낸 것 같은 콘텐트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내부의 젊은 직원에게 나이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SNS 채널을 담당하게 하고 콘텐트를 만드는 중책을 떠안겼다. 콘텐트를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데도 말이다. 아니면 변변찮은 가이드 하나없이 대행사에 의뢰했다.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재밌는 콘텐트를 만들어달라고 말이다. 가이드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콘텐트 퀄리티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는 부연설명이 없어도 이해할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콘텐트 원석이 디지털 세상에 유통되고 있다. SNS 덕분에 소수의 영향력이 높아지며 대중문화가 되고 싶은 하위문화들은 호시탐탐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디지털 세상을 떠돈다. 유형으로 규정할 수 없는 콘텐트의 홍수 속에서 마케터가 콘텐트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은 이제 놓아두었으면 한다. 시대 흐름을 읽을 시간도 부족한데 콘텐트를 만드는 것까지 고민하기에는 너무 벅차 보인다. 대신, ‘잘 만드는 것’과 ‘잘 찾는 것’은 다르다. 마케터는 콘텐트 크리에이터는 아닐지라도 브랜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에 항상 밝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즉, 우리 브랜드와 어울리면서 소비자와 소통하기 좋은 콘텐트가 무엇인지, 가장 잘 찾을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만드는 능력’이 아닌 ‘발굴하는 능력’이다. 흥미로운 콘텐트 원석을 발굴했다면, 그 원석으로 콘텐트 제작만 맡기면 된다. 



#베조스를 통해 배우는 콘텐트 큐레이팅 능력의 중요성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기울어가던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고 1년 만에 ‘뉴욕타임스’를 앞서는 언론사로 기사회생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베조스의 큐레이팅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며 가한 변화의 핵심은 큐레이션이었다. 원래 있던 기술 중에서 워싱턴포스트에 필요한 기술을 잘 적용한 것인데,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고객 취향에 맞는 기사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추가하여 고객마다 다른 메인화면의 워싱턴포스트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비자가 궁금해할 뉴스기사 주제를 빅데이터가 찾도록 하여 ‘워싱턴포스트’의 기사는 항상 소비자 입장에서 흥미로운 주제일 수 밖에 없다. 기사의 사진을 움직이게 만들고 싶어 했던 내부 기자들을 위해 스닛펫(움짤)을 만들 수 있는 툴을 제공한 것도 워싱턴포스트의 변화 중 하나였다. 원래 있던 기술이라도 ‘워싱턴포스트’에 필요한 기술로 알맞게 적용함으로써 디지털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언론사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 디지털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발굴’, ‘큐레이팅’ 능력이다. 우리 브랜드와 어울리는 콘텐트가 무엇인지, 브랜드의 소비자가 좋아할 콘텐트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콘텐트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Create’가 아닌 ‘Curate’,
‘크리에이티브’가 아닌 ‘큐레이티브’가 중요한 것이다. 


‘큐레이팅’의 본래 의미는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전파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를 ‘콘텐트 큐레이팅’으로 해석해보면 ‘여러 콘텐트를 수집, 선별하고 이에 브랜드 가치를 부여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 전파하는 활동’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혹시나 ‘큐레이팅’을 콘텐트를 배치하는 정도의 좁은 의미로 해석하지 않길 바란다. 배치를 넘어 발굴과 전파에 더 큰 의미를 두어 이 글에서는 사용하고자 한다.


 


#콘텐트 큐레이팅의 좋은 사례

그렇다면 브랜드가 콘텐트 큐레이팅에 성공했다고 할만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실제 마케터가 발굴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마케터가 이렇게 발굴했다면 적절했을 사례들을 소개한다.


A.    ‘동서식품 핫초코 미떼’의 강형욱과 박완규 발굴

매년 겨울만 되면 기다리지던 동서식품의 핫초코 미떼의 광고가 새로 나왔는데,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과 가수 '박완규'를 더블 캐스팅했다. '강형욱'과 '박완규'가 닮은꼴로 온라인 상에서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던 것을 잘 캐치한 것이다. 이처럼 밀레니얼이 열광하는 코드를 발굴한 대표적인 콘텐트 큐레이팅 사례다. (콘텐트 보러가기 : https://youtu.be/ZlZiZjO68Xk)



B.     ‘레드불’의 파쿠르 발굴

레드불이 유럽에서 하위문화로 주목받던 파쿠르(뛰기, 구르기, 공중제비 같은 여러 동작으로 도심의 빌딩과 주차된 자동차 등 장애물을 뛰어넘는 스포츠의 일종)를 발굴하여 자사의 콘텐트로 활용한 것은 대표적인 콘텐트 큐레이팅 사례다. (콘텐트 보러가기 : https://goo.gl/b8Tu2v)



콘텐트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콘텐트를 잘 만드는 플레이어(제작사)를 발굴, 협업하는 것도 콘텐트 큐레이팅의 적절한 방법이다. 콘텐트 수요가 증가하며 높은 퀄리티의 콘텐트를 찾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콘텐트를 잘 만드는 파괴적 플레이어가 여럿 등장했다. ‘플레이리스트’, ‘딩고’, ‘콬TV’, ‘셀레브’, ‘돌고래유괴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잡는 것도 능력이다.


C.     ‘콬TV’와 ‘TNGT’

웹드라마 ‘전지적짝사랑시점’으로 유명한 ‘콬TV’와 ‘TNGT’가 만든 영상은 광고가 아닌 한편의 설레는 드라마다. 특히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인사이트 있게 보여주는 것이 압권이다. (콘텐트 보러가기 : https://goo.gl/1qPw3n)



인기 유튜버나 최근 주목받는 V로거처럼 집단이 아닌 개인 콘텐트 생산자(플레이어)들도 집단 플레이어만큼 큰 영향력을 끼친다. 


D.     ‘장삐쭈’와 ‘콜롬비아나’

유튜브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던 ‘장삐쭈’에게 콘텐트 제작을 의뢰한 ‘콜롬비아나’의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460만을 넘어섰다. (콘텐트 보러가기 : https://goo.gl/KQvGqs)




#콘텐트 큐레이팅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긴 글인데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이제 마케터가 어떠한 역량을 키워야 할지 예상이 될 것이다. 콘텐트 큐레이팅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건 세 가지다. 콘텐트 시야, 사회적 인식능력, 그리고 연결 능력이다.



1.     콘텐트 시야

우선 콘텐트를 많이 봐야 한다. 머릿속에 다양한 콘텐트가 담겨 있어야, 어떠한 콘텐트가 좋은 콘텐트인지를 구별할 능력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본인이 좋아하지 않는 콘텐트도 봐야 한다. 소비자의 성향은 무척 다양하기 때문이다.


2.     사회적 인식능력

콘텐트를 많이 봤다면, 성공한 콘텐트를 보고 왜 이 콘텐트를 소비자가 좋아하는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인식능력과 유사한데, 사회적 인식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반응에 대해 인지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사실 어느 한 콘텐트가 성공하고 안 하고를 마케터 본인의 직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그들이 공감하는 이유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케터라면 소비자의 리얼한 반응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마케터 본인을 일반적 소비자라 생각하는 순간, 판단은 흐려진다.


3.     연결 능력 (Link, 다른 말로 창의성)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좋아하는 콘텐트 중에서도 우리 브랜드와 어울리는 브랜드를 걸러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콘텐트에 우리 브랜드를 연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창의성이라는 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와 콘텐트를 연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콘텐트는 발명이 아닌 발견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역량은 인문학 지식과 통섭형 사고에서 만들어진다. 인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기반 지식을 습득한다면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트를 발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마케터는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잘 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융합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전문 지식은 결코 고정돼 있지 않으며 변화의 속도는 무척 빠르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콘텐트를 발굴하는 마케터만이 살아남을 것

마케터의 기본 역량 중, 발굴 능력은 이전부터 중요한 능력이었다. 고객 가치를 발굴, 발견, 개발하여 전략 기획 및 실행하는 사람이 마케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는 콘텐트로 소통해야 하므로 마케터에게 ‘콘텐트 큐레이팅’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이 큐레이팅 능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스킬이나 기교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콘텐트에 대한 관심과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연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마케터라면, 디지털 시대에 소비되는 수많은 콘텐트 중에서 우리 브랜드와 어울리고 대중의 엄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콘텐트 원석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아니,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콘텐트를 발굴하는 마케터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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