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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Jun 17. 2022

공주박물관 충청권역 수장고에서 떠올려 본 옛날이야기

낯선 눈으로 보고 쓰는 공주


분류번호 : 코리아 LK-7.889     


흰색이 가장 많지만 다양한 색과 형태가 존재한다. 대략 21세기 초를 전후해서 사용되던 것 같은데 정확한 용도를 알려면 샘플 연구가 더 필요하다. 엊그제 새로 발견된 이와 비슷한 샘플은 크기가 확연히 작고 희미하지만 일정한 무늬의 흔적이 보인다고 했다. 지구 상 전 대륙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특히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대부분 훼손이 심해 정확한 형태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몸판 양쪽에 끈이 붙어 있었던 모양이다.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어떤 샘플은 오른쪽에, 또 다른 샘플은 왼쪽에 끈이 달려있던 흔적이 남아있다. 어떤 한 시기에 폭발적으로 많이 쓰였다가 사라진 것 같다.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결과 거의 모든 샘플의 시기가 엇비슷하게 나타난다.      


재질은 천과 종이의 중간 단계쯤 되는 것 같다. 지금이야 비닐, 플라스틱까지도 자연분해가 가능하지만 21세기 초 당시에는 제조 능력이 많이 떨어졌던 모양이다. 자연분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환경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4022년 6월 어느 날               








공주박물관에 갔다가 오는 길에 2천 년쯤 후에는 코로나로 외출 필수품이 되어버린 마스크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봤다.     


작년에 공주로 이주한 얼마 뒤 자주 가던 파주 헤이리에 국립 민속박물관 수장고가 문을 열었다. 아쉽게도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인이 직접 찍어서 보여준 사진 속에는 ‘이게 수장고라고?’ 싶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쇼윈도 같기도 하고 투명 엘리베이터 같기도 한 유리관 안에 수많은 유물들이 층층이 질서 정연하게 진열돼 있었다. 역사 프로그램을 하면서 몇 번 가본 적 있는 기존의 박물관 수장고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민속박물관 수장고이니 얼마나 재미있는 유물들이 많겠는가. 친정에 갈 일이 생기면 여기부터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민속박물관 수장고 같은 곳이 공주에도 생겼다. 공주박물관에 있는 <충청권역 수장고>. 그동안 공주박물관은 몇 번 갔었는데 충청권역 수장고는 이번에 처음 가봤다. 작년 11월에 개관했다고 한다. 알고 간 것은 아니었다. 공주박물관을 둘러보고 이번에도 뭔가 아쉬워서 더 볼 것이 없을까 기웃대다가 들어간 곳이 생각지도 못한 횡재였던 것이다.     


특징 없는 어찌 보면 물류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투명한 유리벽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4개의 공간을 둘러볼 수 있는데 스킵플로어 구조라 4개 층이라고 해도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어렵지 않다. 공주뿐 아니라 충청권역 전체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들이 유리 전시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관 내부는 예전에 핸들을 돌려 책장을 앞뒤로 움직여 책을 찾던 도서관 같은 시스템이다. 이동이 가능하고 3단, 4단 수납이 가능한 책장 같은 수장대 위에 유물들이 놓여 있다.      


1층과 M1, 2층과 M2 전면에는 2개 층높이의 대형 수장대가 있어서 웅장함과 화려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제5수장고와 제8수장고는 수장고 작업장 내부까지 관람로를 만들어서 뭔가 특별한 공간을 구경하는 느낌을 준다. 2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구조여서 더 그런 것 같다. 분류나 복원 작업의 진행을 볼 수 있었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애석하게도 안에 작업하는 분은 아무도 없었다.     


각 수장고 별로 어떤 유물을 보관하고 어떤 환경을 유지하 고 있는지에 설명도 눈에 띈다. 충청권역 수장고에는 토기, 석기, 도자기 유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비슷한 성격의 유물을 모아두어야 적합한 보존 환경을 유지하기에 용이할 것이고 충청권역이 철기문화가 꽃피었던 가야나 통일신라의 무대가 됐던 지역이 아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의례 박물관 수장고는 베일에 싸인 장소로 여겨져 왔다. 아무나 들어가 볼 수 없는 쉽게 열리지 않는 공간. 중요한 유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유물과 유물을 복원하는 과정까지도 일반에게 공개하는 개방형 수장고가 한참 전부터 자리 잡았고 우리나라에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공주박물관의 충청권역 수장고가 반가운 이유는 박물관이 형식적이고 도식화되어있는 공간이라면 수장고는 좀 더 자유롭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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