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시카고 네오콘을 다녀와서
신입사원 때부터 '오피스 생활자'들을 위한 공간을 다루기 시작해 어느 정도 이 일이 익숙해질 때쯤 workspace를 다루는 디자인 페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게 바로 Neocon. 하지만 마이클 조던밖에 안 떠오르는 시카고에서 열리는 페어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가기에는 그동안 어떤 동기부여와 용기가 부족했다. 그렇게 몇 년을 소식만 간혹 접하다가 올해는 뭔가 홀린 듯이 이 페어가 가고 싶어졌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터넷 창을 열고 검색, 그리고 10월쯤으로 생각했던 일정이 6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뭔가 마음이 급해졌다. 부랴부랴 가깝게 지내는 해외가구 벤더업체 사장님께 정보를 좀 알고자 혹시 이번 네오콘 가시냐고 물었다. '당연하죠! 이번에 갑니다. 그리고 더 큰 이벤트가 있어요... 스틸케이스 본사 투어도 해드릴 수 있는데... 같이 가시죠!' 스틸케이스라니! 그 한마디에 나의 첫 네오콘이 2023년임을 직감했다.
2020년까지 '오피스 생활자'들을 위한 공간을 기획, 설계, 시공, 운영을 거의 혼자 하다시피 하면서 외롭게 싸워왔다. 회사에서 꽤나 혼자 고군분투하는게 불쌍해 보였나보다. 아니면 또 다른 일을 주려는지 직원 한 명을 뽑게 해주었다. 뭔가 상당히 잘 훈련된 경력사원보다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봤다. 그리고 나와 같이 공간을 전공한 신입사원을 하나 뽑아 지금까지 같이 일하고 있다. 나도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면서 느겼지만 학교와 실무는 너무나 다르다. 특히 이 친구와 함께 하면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입사와 동시에 야전에 두고 일을 배우게 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며 상상했던 실무는 많이 달랐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숱한 직원들의 불만 섞인 voc를 겪어가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에게 좋은 영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기회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항상 좋은 거 보러 다녀라 말만 했지 잘 데리고 다니지 못한 것에 반성하며 과감하게 전무님께 말씀드렸다. '좋네, 다녀와!' 너무나 쿨한 답변으로 우리는 시카고를 가게 되었다.
네오콘은 처음이었지만 나는 사실 엄청 기대된 건 아니었다. 지금까지 이 영역을 다루면서 잘해보려는 마음에 부단히 노력했다.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경험들을 설계하기 위해 많이 찾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동안 오피스내 여러 공간을 직접 다루면서 공간의 영역을 막론하고 나부터 많은 경험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것들이 나오면 일단 직접 보고 경험을 했다. 그리고 실쩨 그것을 내가 구성하는 공간에 어떻게든 적용해보는게 그 다음이었다.
'collaboration'이 workplace 콘셉트에서 화두가 되어갈 때쯤 스틸케이스에서 Flex collection 제품이 출시되었다. 그때는 마땅한 workspace 프로젝트도 없었고 GREEAT(GS타워 사원식당) 프로젝트를 하던 와중이었다. 혹시 거래처에 샘플이 있는지 알아보고 구경하러 사무실에 갔었다. 유연한 workspcae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기능은 '얼마나 가구나 집기들이 movable 한가?'이다. 모든 가구에 바퀴를 달아보거나 최대한 가벼운 형태나 방식을 택한다. 이때 디자이너로서 가장 큰 고민은 이동성을 달성하면서 얼마나 예쁘게 할 수 있는가이다. Flex collection 제품을 보면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직관적으로 가구 다리에 바퀴를 달고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점이었다. 책상한쪽을 들고 수레를 끌듯이 움직이는 스틸컷에서 생긴 와우포인트가 상당했다.
항상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저 스틸컷의 와우포인트를 과연 우리의 공간에서는 가능할까? 저것은 연출된 장면이고 무엇보다 외국의 문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자유로움이 아닌가! 우리도 어떻게 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계속되고 계속되었다. 답은 실제 해봐야 아는 것이니 써봐야 하는데 나에게는 당장 실험할 공간이 없었다. 마침 난 그때 식당을 디자인하고 가구를 고르고 있었다. '식당 가구로 써볼까? 뭐 꼭 책상하고 식탁이 말만 다르지 Table이잖아?' 그렇게 고민 없이 셀렉했다. 가장 큰 목적은 일단 사보고 써보자였다. 비록 오피스 공간이 아니었지만...
그 후로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사무용 가구였지만 식당에서도 형태나 색상도 무겁지 않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프로젝트가 다행히도 'collabaration workspace, keeeet' 이었다. 이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미리 이 제품을 정해두었다. 그리고 그 와우 포인트의 발생을 기대하는 방식으로 모든 설계가 이루어졌다. 실제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의 keeeet에서는 그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유기적인 조합으로 협업 프로젝트가 열리면 그들은 자신의 책상을 이리저리 옮기며 상황에 맞는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펼친다. 물론 이상적인 아름다움만 있는건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꾸준하게 사용자들을 관찰하고 모니터링 하면서 조금씩의 변화들을 만들어가며 운영하고 있다. 매번하는 프로젝트마다 어떤 고민은 해결되고 어떤 고민들은 다시 생겨난다. 한번도 말끔히 해결된 적은 없고 아마 그 변화되는 고민들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게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업무환경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현실적 공간운영 담당자로서 이번 네오콘에 대한 기대감은 실제 나의 고민과 노력들이 올바른 방향을 가지고 있는가를 점검하고, 이것들을 다양한 사람들과 나눠보는 것이었다. 오피스를 막론하고 공간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의 최근의 화두는 당연 '코로나 이후의 변화'이다.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어색했다. 하지만 그 강제적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새로움을 경험했다. 그 자산으로 삶의 영역에서 각각 다른 방식의 행동을 시도했고 이제 제법 그것들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모든 사안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오피스를 중심으로 내가 다루는 공간의 관점으로 이 희로애락을 어떻게 읽고 사용자들을 위한 공간적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이 화두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요즘 나의 고민이다. 페어를 보고 스틸케이스에서 전문가들과 대담을 하면서 그들도 고민해 보고 이야기해 주는 여러 방식들의 대응, 우리와의 같거나 비슷하거나 혹은 매우 다른. 그 대화들 속에서 형성된 동질감과 떠오른 새로운 시도들이 앞으로 나의 작업에 펼쳐질 것이다. 이게 이번 시카고에서의 소득이다.
앞으로 3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개인적으로 해보면서 이번기회에 정리해보려 한다. 이 질문은 스틸케이스에서 Workplace Insight VP, Tracy와 아침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의 주제를 내 관점에 맞게 해석한 것이다. 앞으로 정리될 이 질문의 답도 한 개인의 이기적이고 편향적인 생각이나 입장일 수 있으나 이것 또한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볍게 읽고 지나가 기실 바란다.
세계적으로는 'Talent Shortage'가 화두라고 하네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집으로 돌아간 직원들을 다시 회사로 오게끔하는 것도 동일하게 고민인 것 같습니다. 더 좋은 직원들에게 좋은 직원경험을 제공하고 이미 Active하고 Smart해진 인재들을 위해서 제가 다 알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다녀보고 본 오피스는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쉽게 정리하면 '재택근무 그거 별거아니네!' 별거였던게 금방 별게 아닌게 되었습니다. 오피스로 다시 돌아올 것 같았던 직원들은 이제 집뿐만아니라 다른곳에서도 일을 잘 하거든요. 심지어 6년동안 한번도 사무실 가지 않았다는 HP직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형태가 된 리모트 생활자와 오피스 생활자들를 동등하고 쉽게 연결하는 게 고민이 되었습니다
건강. 이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죠. 요즘의 오피스생활자들의 건강은 어떤영역이 화두일까요? 꽤 오래전부터 화두였던 'well-being'의 키워드가 코로나 이후에는 약간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나는데요. 사회적 연결이 낮아지고 외로움이 커지면서 오피스에서 이걸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다들 안전하게 일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