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까지 +29명 남았습니다.
ㅡ브런치 구독자가 20명 되면 파티를 하자는거지, 20명이 되는 '날' 파티를 하자고 한 건 아니잖아~
구독자 20명을 달성했는데 왜 파티를 해주지 않냐고 아내가 묻자 남편이 꽤나 당당한 표정으로 한 대답이다. 아내는 역시는 역시다,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브런치 구독자 20명 되면 파티하자!>라는 글을 10월 8일 목요일 저녁에 업로드하고, 그 다음날 잠에서 깨보니 구독자수가 20명이 되어 있었다. 두 명이 추가된 것인데 한 명은 이름 모를 감사한 분이고, 마지막 20번째 구독자는 아내의 엄마였다. 아내가 링크를 보내가며 브런치를 구독하라고 대놓고 압력을 줘도 앱을 까는 게 귀찮다며 가끔 링크를 타고 들어와 눈팅만 하던 아내의 엄마였는데, 딸의 파티를 위해서였는지 앱을 깔고 가입을 하는 수고를 마다해주었다. 이로써 파티를 위한 구독자는 모두 채워졌고 아내는 은근히 언제쯤 파티를 하려나 기대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 걸, 10월 9일이 다 지나도록 남편은 파티를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끝내 아내가 축하 파티를 언제 하냐고 묻자 대답한 게 위와 같은 문장이다.
그렇게 10월 9일이 지나고, 10월 10일이 다 지나가는데도 파티가 있을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았다. 10월 10일, 잠시 아내의 친정에 들렀을 때 시기적절하게 아내의 엄마가 물었다.
ㅡ그래서 구독자 20명 축하파티는 했니?
아내는 이때다 싶어 남편의 대사를 읊었다.
ㅡ아니. 안 했어. 아니 글쎄, '브런치 구독자가 20명 되면 파티를 하자는거지, 20명이 되는 '날' 파티를 하자고 한 건 아니잖아~'라고 하잖아.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아내의 남동생은 '맞는 말이네~'하며 옆에서 얄밉게 거들었고, 아내의 엄마는 그래도 아내의 편을 들어주었다.
ㅡ아니~ 그래도 20명이 되는 날 해주는 게 맞지.
ㅡ허허.. 요즘 좀 바빠가지고요.
실제로 남편은 한글날이었던 10월 9일과 10월 10일 토요일 모두 일을 나갔다 온터라 아내도 이해 못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친정에서 돌아오는 길, 아내는 '오빠는 말만 하는 사람이네~'라고 장난반 진담반 투정을 부리곤, 사실상 구독자 20명 파티에 대해서는 포기했다.
그런데 10월 11일 일요일, 아내가 교회를 갔다 돌아와 백팩을 내려놓기 위해 작은 방에 들어섰는데 작은방에 딸린 뒷 베란다에 다음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내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남편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는 이렇게 그냥 지나가나 싶었던 구독자 20명 파티를 남편이 잊지 않았단 사실에 새삼 감동했다. 알록달록한 가랜드와 '20'이라는 빨간 초가 꽂힌 작은 티라미슈 케익, 맛탕 위에 빼곡히 꽂아놓은 별들도 귀엽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교회에 다녀오는 동안 마냥 쉰 줄로만 알았던 남편이 부지런히 다이소에 나가 가랜드도 사 오고, 스타벅스도 들리고, 정성스레 맛탕도 만들며 부지런히 움직였단 게 기특했다. 아내는 잔뜩 신이나 남편을 축하상(?) 뒤로 불러 세우며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다. 결혼 이후 거의 처음 찍는 것 같은 커플 셀카였다. 아내는 찍은 사진을 바로 친정 식구 카톡방에 전송했다. 남편에게 구독자 20명 축하파티를 받았다는 인증이었다.
ㅡ오빠, 이거 하니까 너무 좋다. 우리 구독자 30명 파티도 하고, 40명 파티도 하고, 50명 파티도 하자!!
신이 난 아내와 달리 남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표정으로 대답이 없었다. 아내가 왜 대답이 없냐고, 하기 싫은 거냐 재촉하자 남편이 말했다.
ㅡ00아, 우리 크게 보자~
아내는 당황하며 대답하는 남편이 마냥 웃겼다. 그리곤 반 강제적으로 합의를 보아 50명 축하 파티를 하기로 새롭게 약속을 했다. 지금 구독자가 21명이니까 29명이 남았다! 기념일을 챙기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거였다니, 하고 아내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