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의 네덜란드 액셀러레이터 도전기 2탄
암스테르담에서의 갑작스러운 피칭 데이 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피칭 데이가 오니온파이브에 대한 간단 소개 정도로 생각했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셀렉션 데이(Selection day)에 참가하고 MOU를 맺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 코파운더 모두 고민에 빠졌습니다.
계획에 없던 것도 문제였지만 최종 선발되면 1명 이상이 암스테르담에서 3개월간 지내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했는데, 당시 팀원이 10명이 채 안 되는 오니온파이브의 입장에서는 한 명의 공석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며칠을 고민했지만, 답을 내리지 못하며 모두 전전긍긍하던 중 전인혁 대표님이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니온파이브의 비전인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 100위 안에 들기를 실현하려면 글로벌 무대에서 놀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여정에는 전인혁 대표님이 함께 했습니다.
프로그램에 지원한 600개 스타트업 중 셀렉션 데이에 초청된 스타트업은 단 23개. 3박 4일에 걸친 교육과 심사로 최종 10개 팀에 선정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 시작되었습니다.
1일 차 : 프로그램 소개 및 교육 후 네트워킹
2일 차 : 1분 피칭 및 심사
3일 차 : 1분 피칭 및 심사 후 선정 결과 발표
4일 차 : 최종 선정 팀 대상 법률 세션
잔뜩 긴장한 상태로 셀렉션 데이의 첫날을 시작했습니다.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후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놀랍게도 심사위원 대다수가 첫날부터 함께 했습니다. 심사위원과 함께해서인지 긴장감이 맴돌았습니다. 그래도 스타트업이라는 공통 관심사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는 여유로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암스테르담까지 차를 몰고 온 팀, 보험 회사에서 15년을 함께 한 동료들이 모여 창업한 팀, 형제가 함께 창업한 팀 등 다양한 배경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오전을 보낸 후에는 앞으로 있을 피칭과 심사를 대비한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사는 'Pitch To Win'의 저자이자 Best 3 Minutes 교육 프로그램의 CEO David Beckett이었습니다.
Cannon사 출신인 David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피칭의 중요성을 깨닫고 오랜 기간 피칭을 연구하고 실전에서 테스트한 피칭 전문가입니다. 현재 스타트업과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고 SBC의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한다면 피칭을 한 번 쯤은 하게 됩니다. 피칭은 보통 길게는 3분, 짧게는 30초 동안 관중에게 회사와 가치를 소개하는 것인데 저는 이전까지 왜 이 피칭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한다고 하니깐 시키는 것 같은데 그 목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마음 한 편에 피칭에 대한 의구심이 들고 있었습니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강의에서 피칭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고 강의 내용과 'Pitch To Win' 책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피칭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피칭 스킬은 스타트업의 엑싯 밸류에 5-20%를 더할 수 있다. 좋은 피칭으로 제품, 팀 그리고 비즈니즈의 퀄리티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스타트업의 성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Frank Apperldoorn, Arches Capital
피칭의 목적은 단순히 스타트업과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내외부 이해관계자가 내가 원하는 다음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커뮤니케이션 능력(skill)입니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투자자, 고객사 또는 잠재적 입사자 등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수많은 상황을 대면하게 됩니다. 긴 시간을 가지고 발표를 하면서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상황에 따라 시간과 장소가 여의치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피칭은 이러한 제한된 상황에서 명료하고 확실하게 열정을 가지고 관중을 설득하는 능력입니다.
우리는 보통 학교에서 피칭을 목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도 물론 발표 수업과 연습, 피드백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특정 폼이나 템플릿 맞춰 내용을 채우고 무작정 발표를 하는 형태이지 피칭의 목적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키우지는 못합니다.
발표와 관련된 대부분의 블로그, 책, 교육 자료는 딜리버리(delivery)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자세, 바디 랭귀지, 목소리 등 발표자의 행동을 강조하지만, 이는 피칭 관점에서 하나의 요소이지 전부가 아닙니다.
다수를 대상으로 앞에 서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냥 자신감을 가지고 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편하게 해"와 같은 조언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충분한 준비를 통해 그 경험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피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입니다. 발표 자료를 먼저 만들기 시작하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기 때문에 시각 자료는 잠시 뒤로 미뤄놓고 우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다음 액션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피칭 스크립트를 만들어보세요.
듣는 사람이 누구이고 관심사는 무엇인지 작성하기
핵심 목표는 무엇이고 피칭 후 유도하고자 하는 액션 작성하기
작성한 Pitch Canvas© 내용 중 전달할 내용 선택하고 순서 구성하기
피칭을 시작할 맨트 만들기
피칭을 마무리할 맨트 만들기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기
글로 작성한 후 다른 사람에게 말로 연습하고 피드백 받기
연습 또 연습
강의를 듣고 좋았던 점은 피칭의 목적이 분명하게 이해가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피칭을 직접 한 적은 없었지만, 대표님과 함께 피칭을 준비했던 과정이 떠올랐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왜 과거의 피칭 결과가 그러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안 좋았던 점을 골라보자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준비가 안 되어 있나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첫날 일정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니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전날 자정에 도착해서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인데, 피칭 준비까지 하려니 눈앞이 깜깜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밤을 지새우며 Pitch Canvas©를 작성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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