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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06. 2020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와 동성애 혐오

5월 6일자 간헐적 박현우로 배포된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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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의 전체 스토리가 유출되는 일이 벌어졌었습니다. 일부 스토리가 아니라 스토리 전체가 유출됐었죠. 이 유출 사태와 코로나19는 무관하지 않습니다. 애초 <라오어>의 출시는 2020년 2월 21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출시 일정을 5월 29일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이 게임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너티독'은 게임 출시를 무기한 연기합니다.


왜? 

너티독은 모든 게이머들이 스토리를 동시에 접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진행 중인 와중에는 손에 잡히는 패키지가 게이머 여럿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누구는 게임이 출시하는 날 받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는 몇 주나 몇 달 뒤에 받을 수도 있었죠.


패키지와 함께 디지털 카피를 동시에 판매하면 이 문제는 다소 완화될 수는 있습니다만, 너티독은 패키지와 디지털 카피가 전세계 모든 게이머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판단한 듯 보입니다.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팀은 다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오프라인에 매물을 미리 풀고, 디지털 카피는 원래 정해진 날짜에 풀었죠. 덕분에 정식 출시일보다 미리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파판>을 제작한 '스퀘어에닉스'는 스토리를 유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공지를 올렸구요.


그 외의 어른의 사정도 고려되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게이머들은 패키지가 늦게 도착할 거라 생각하면 디지털 카피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게임 판매를 강행하면 게임을 유통하는 소니와 유통업체들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니 입장에서는 계속 그들과 장사를 해야 하니 그들의 사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구요.


또다른 어른의 사정도 존재합니다. <라오어>는 <사이버펑크2077>과 함께 2020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원기옥 모았다가 출시일날 뻥 터뜨리면 어마어마한 기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영화업계가 첫 날 성적에 집착하듯, 게임업계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진행되는 와중에는 너티독이나 소니가 기대하는 완벽한 수치가 나오기 힘들죠.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너티독-소니가 무기한으로 게임 출시를 연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상황을 기대했는데, 그때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니까요.  무기한 연기 발표를 한지 얼마 뒤, 스토리 전체가 유출됩니다. 텍스트로 된 스토리만 유출된 게 아니라, 컷신이 모두 유출됐다고 합니다. 아직 출시도 안 된 게임이 이 정도로 유출된 일은 없어서, 크런치(빡센 노동)에 지친 너티독의 직원이 내부 자료를 유출했다는 루머도 있었지만, 결국 여러 해커들이 일을 벌였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스토리가 유출되고 얼마 뒤, 너티독은 게임 출시를 6월 19일로 하겠다고 밝힙니다. 하루 전인 5월 5일에 <라오어>의 감독인 닐 드럭먼은 <라오어>가 골드에 진입했다고 말했죠(영상). 업계용어인데, 게임이 완성됐다는 말입니다. 흔히 '골드 디스크가 만들어졌다'고 표현합니다. 


무기한 연기됐던 게임이 스토리 유출 사태를 맞은지 얼마 되지 않아 '완성'됐다고 하니 게이머들은 당연히 분노했습니다. 이는 제가 위에서 인용한 영상의 좋아요/싫어요 비율을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기준, 좋아요는 2만인데, 싫어요는 5.6만이군요. 


이 분노는 무기한 연기됐던 게임이 갑자기 출시 결정이 이루어진 것 때문에도 발생했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보기는 힘듭니다. 유출된 스토리가 너무 PC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상당하거든요. 한국 커뮤니티만 가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라오어>가 PC 때문에 망했다는 식의 뇌피셜들이 많죠. <라오어>는 예고편에서부터 두 여성이 키스를 하고, 게임에는 두 여성이 관계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합니다. 아직 해보진 않았지만 게임의 주제 자체가 두 여성의 사랑이 아닐까 싶구요. 

+<위쳐3>에 남자 하나가 여러 여성과 섹스하는 장면이 나올 때는 이런 논란 자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위쳐3>의 주인공 게롤트는 트리스, 예니퍼를 포함해 여러 성매매 여성과도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컷신도 마련되어있습니다.


또다른 예고편을 보면 주인공 엘리의 연인이 어딘가에 납치된 걸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이 게임의 주적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흔한 아포칼립스에서 살아가는 생존자이자 양아치들이지만, 이들이 상징하는 건 호모포비아죠. 여기에 버튼 눌린 아해들이 많은 듯 보입니다. 차마 게임에서 본인들로 상징되는 아해들에게 총알을 날리긴 싫은거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라오어>의 성적은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현재 대부분 국가의 샵에서 <라오어>는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참고로 주인공 엘리의 동성애 설정은 전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에도 나옵니다. 2편에 와서 갑자기 생긴 설정이 아니라는거죠. 남녀의 사랑에는 발작하지 않으면서 두 여성의 사랑에는 버튼이 눌리면 게임 스토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건데, 많은 이들이 본인의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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