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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May 19. 2020

엘든링: 이지 모드가 추가될까?


간헐적 박현우 5월 15일자로 배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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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든링> 개발자가 프롬은 이지 모드(easy mode)에 열려있다고 입장을 냈습니다(resetera). 링크를 클릭하시면 Omnipotent라는 사용자를 확인하실 수 있을텐데, 이 사용자는 잘 알려진 프롬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합니다. 이 개발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t's worth noting that as fans, your guys' voice and opinions do matter to From and they are willing to make adjustments, especially regarding difficulty when fans feel like they've missed the mark(이하 생략)"


요약하면 프롬(소프트웨어)은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고, 난이도 설정을 게임에 넣을 수도 있다고 한 겁니다. 주의해서 봐야할 건, 이지 모드를 넣겠다고 확실히 말한 건 아니라는 거죠. 


프롬이 지금까지 개발한 소울류 게임-<데몬즈 소울>, <다크소울1, 2, 3>, <블러드본>, <세키로>-에는 난이도 설정이 없었습니다. 이 게임들에서는 엔딩을 본 뒤에 더 어려워진 세계에 진입할 수는 있었고, 여기에 더해 <세키로>에서는 회차 요소 외에도 부가적인 설정으로 더 어려운 상태로 게임을 진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쉽게 플레이하게 해주는 게임 내 시스템은 없었습니다. 굳이 따지면 회차를 진행하거나 보스를 잡을 때 <다크소울>에서나 <블러드본>에서 동료를 불러서 난이도가 낮춰진 느낌을 받을 순 있지만 이렇게 한다고 보스가 더 약해지거나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보스나 필드몹들의 피통은 동료가 늘어갈 수록 연동되서 함께 늘어나죠.


그래서 프롬의 소울류 게임이 출시할 때 해외 게임사 몇몇 기자들은 프롬 게임에도 이지 모드가 필요하다고 꾸준히 기사를 썼습니다. 프롬의 가장 최근 게임인 <세키로>가 출시했을 때도 이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포브스의 객원기자 데이브 디어 Dave Thier는 프롬이 게이머를 존중해야 하며 그 일환으로 이지 모드(쉬움 모드)를 추가해야 한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Sekiro: Shadows Dies Twice' Needs To Respect Its Players And Add An Easy Mode


하지만 팬들을 존중하라는 이 기사는 여러 게임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조롱 대상이 됩니다. 해외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 못하는 놈들만 게임 기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편견이 팽배한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죠. 포브스의 또다른 객원기자 에릭 카인 Erik Kain 역시 해당 기사와 입장을 달리하며 아래 기사를 썼습니다.


No, 'Sekiro: Shadows Die Twice' Absolutely Does Not Need An Easy Mode


<다크소울>이나 <세키로> 같은 게임은 애초에 죽다보면 실력이 느는 다소 특이한 레벨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게임이고, 그 덕분에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다른 게임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성취감도 느끼게 해줍니다. 어려운 난이도는 애초에 게임과 뗄 수 없는 관계인거죠. 


하지만 이런 불가결한 요소는 게임의 접근성을 떨어뜨립니다. 몇몇 게이머들은 죽으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지만, 더 많은 이들은 쉽게 좌절하죠. <다크소울3>에는 '재의 심판자 군다'라는 튜토리얼 보스가 등장하는데, 이 보스는 '환불의 심판자 군다'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이 보스를 깨지 못해 결국 환불하는 유저들이 많기 때문이죠. 


게임 <갓 오브 워>를 감독한 코리 발록은 <세키로>를 언급하며 접근성을 높이는 것과 이지 모드는 동일한 것이 아니며,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이 본인의 창작에 방해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지 모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게임에 해롭지는 않다고 한 거죠. 


그런데 말이죠. <갓 오브 워>(2018)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접근성이 높은 게임이고, 명작이라고 평이 자자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소위 팬덤이라 불릴만한 것이 약합니다. 누구나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게임이어서인지, '매니아'라고 할 정도의 팬층이 적은거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정말 모르겠음), 2018년에 출시한 <갓 오브 워>의 트위치 시청자수는 2011년에 출시한 <다크소울>의 시청자수보다 낮습니다. 지금 제가 글을 쓰고 있는 기준으로 <갓 오브 워>의 시청자는 134명인데, <다크소울>의 시청자는 418명이네요. <갓 오브 워>가 플스 전용 게임이니 이 부분을 감안하기는 해야겠지만, <다크소울> 시리즈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갓 오브 워>의 인기는 출시 때 반짝하고 빠르게 사그라든 느낌입니다. 


저는 이게 게임의 난이도-접근성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갓 오브 워>를 하면서 감동을 받지 못했고 크게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재밌는 게임이라는 걸 부정하긴 힘들지만 지금까지 즐겼던 여타의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게임은 너무 쉬웠고, 물 흐르듯 진행됐고, 저는 그저 롤러코스터에 탄 관객 1인과 비슷한 상태로 게임을 즐겼습니다. 성취감 같은 건 물론 없었죠.


흥미로운 건 <다크소울> 게임 내에도 게임 도중 좌절한 게이머와 비슷한 존재들이 등장한다는 겁니다. <다크소울>에는 마음이 꺾인 전사(Crestfallen Warrior) 캐릭터가 매 시리즈마다 존재하는데, 이는 <다크소울>을 플레이하다가 좌절한 플레이어들을 구현해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NPC들은 마음이 꺾여서 안전한 구역 바깥으로 떠나지 않습니다. 본인들의 게임이 어려운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걸 이런 식으로 돌려서 표현한 걸지도 모르겠어요.  


대놓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크소울> 완전판의 게임 이름은 <Dark Souls: Prepare To Die>였고, <세키로>의 완전한 제목은 <Sekiro: Shadows Dies Twice>거든요. 여러번 죽을 거 감안하고, 게임에 임하라는 거죠. 실제로 게이머들은 많이 죽습니다. 하지만, 결국에 게이머는 성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프롬 게임들을 두고 '캐릭터가 아니라 게이머가 성장하는 게임'이라 표현하기도 하구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엘든링>에는 이지 모드가 도입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외 게임 커뮤들은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더군요. 저도 이지 모드가 반영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소울류 게임 특유의 성취감이 상실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네요. 미야자키 히데타카 감독느님이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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