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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동화 Mar 17. 2020

놀라지 말자: 영어엔 조사가 없다 1

12. 영어를 그려라 PIE - 조사가 없다는 건 정말 조사가 없다는거다

장담하건대, 분명 제목을 보고 한마디 하고 싶어 들어온 분들이 있을 거다.

영어에 무관심한 사람이 아닌 이상 도대체 누가 영어에 '조사'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겠냐고.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엔 이 사실을 모르고 들어온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영어를 오랫동안 가르쳐 온 필자도 이 사실을 온전히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같지 않다.


지식의 저주


지식의 저주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상할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나타나는 인식의 왜곡(cognitive bias)을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재밌게도 영어학습에서의 지식의 저주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영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어쩔 수 없이 모국어의 도움을 받는다.

조사가 없는 언어(영어)를 배우지만, 어쩔 수 없이 조사가 매우 발달된 언어(한국어)의 필터를 통해 그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래 예문을 해석해 보자.


He sent you the comic book.

[우리말식 해석] 보냈다, 에게 그 만화책

[원어민이 실제로 보는 정보] 그, 보냈다, 너, 그 만화책.

이 정도는 조사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The dealer let me look over the car.

[우리말식 해석] 그 판매인 허락했다 나 살펴보도록 그 차.

[원어민이 실제로 보는 정보]  판매인, 허락했다, 나를, 살펴보(다), 그 차.


자 어떤가? 원어민들이 실제로 딱 이 정도 정보만으로 이해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자 이제 난이도를 살짝 올려보자.


The old couple water the buds once a week.

[우리말식 해석] 그 노부부 물 준다 그 새싹 일주일 한 번씩.

[원어민이 실제로 보는 정보] 그 노부부, 물, 그 새싹들, 한번 일주일.

water가 동사로 쓰였는데, '물'이라고 해석하는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시는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읽어보시길, water는 물이다. 물~[주다]는 우리말이 들러붙은 거다.

동사자리에 있다고 해서 우리말처럼 단어가 바뀌거나 정보가 추가되는게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동사자리에 있다해도 water라는 단어가 늘어나거나 변하지 않는다. 명사자리에서 water가 물로 보인다면 동사자리에서도 역시 물로 보이는게 정상이고 원어민들 또한 딱 그 정보만을 본다는 말이다.


My dog sniffed them out.

[우리말식 해석] 내 개 냄새 맡아 그것들 찾아냈다.

[원어민이 실제로 보는 정보] 내 개, 킁킁거렸다, 그것들, 밖.

세 번째 문장까지 어찌어찌해서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 분들도, 이 문장에선 항복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지만, 영어를 공부하는 여러분들 대부분은 교묘한 우리 뇌의 작용에 속아 자신도 원어민들이 느끼는 정보를 비슷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착각해 온 것이다.


즉 조사가 없는 영어를 해석하고 뜻을 이해하게 되자, 원어민들도 우리와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보여준 몇 가지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우리는 사실 원어민들의 영어 이해 방식을 정확히 체험하지 못한다. 그랬다면 [원어민이 실제로 보는 정보] 만으로 모든 문장이 이해돼야 정상이다.


작정을 하고 쓰는 글이니 여러분들을 더 괴롭혀 드리겠다.

be동사는 ~이다, ~있다 정도로 번역되는 표현이다.


The hotel is under construction.

그 호텔은 건설중 이다.


자 이 문장을 의문문으로 바꿔보자.

Is the hotel under construction?

그 호텔은 건설중 인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어순이 바뀌면 해석이 바뀌는 걸까?

단순히 의문문 구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만약 영어에도 단어에 특정한 뜻이 붙는다면, 어떤 원리로 순서가 바뀐다고 의미까지 바뀌는 것일까?

우리말 ~이다.는 어느 자리에 있어도 ~이다.로 사용되지 다른 의미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원어민들은 머릿속이 어떻게 돌아가길래 자리를 바꿨다고 뜻을 바꿔 이해할 수 있을까?


to 부정사의 괴상함


She left for Iceland to see auroras.

그녀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문장 끝에 붙는 to부정사의 상당수는 ~하기 위해.라는 해석이 어울린다.

그런데 동일한 구조의 아래 문장은 해석이 달라진다.


She went to work to find herself promoted.

그녀는 직장에 가서 자신이 승진됐음을 알았다(발견했다).


보통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학교와 학원교육을 통해, 위의 두 문장을 구별하는 공식을 배운다.

그리고 이 공식을 암기해 두 문장을 해석할 수 있게 되면 우리의 교묘한 뇌는 원어민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두 문장을 구별할거라 믿게 만든다.

하지만 다시 보시라. 

원어민들에게는 윗 문장이든 아래 문장이든 같은 모양의 to부정사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머리속은 계속해서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당연히 우리말과 똑같이 이해된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뭔가 비슷한 개념이 존재할꺼야.."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다시한번 문장들을 봐 주시라.

to와 동사원형이 결합된 형태 어딘가에 암호가 찍혀 있지 않는 이상, toⓥ는 그냥  toⓥ이다.

그리고 표현이 하나라면 개념도 하나다. 

원어민들의 머리속엔 정말로 [~하기 위해]라는 우리말 개념이 없다.


마무리 


필자의 글이 조금이라도 와 닿기길 진심으로 바란다.

여러분이 알고 있던 지식 말고, 약간이라도 진짜 체험이 되셨기를 바란다.

영어에는 조사가 없다. 그 표현이 없다는 건 그 개념이 없거나 거의없다는 거다. 


다음 글에선 너무 뻔하지만, 이런식의 우리말 개입이 영어를 공부하는데 왜 큰 단점이 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쓸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다. 빨리 지나가길 기도한다.


맘에 들면 책도 사시라.(아니면 사서 필요한 중고딩이나 이런저런 수험생에게 선물도 좋다)

내 책이지만 묻히긴 너무 아깝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25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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