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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일리 Jun 01. 2023

현수에게

'나의 글쓰기 이야기'

 안녕, 자유롭게 내 이야기를 써보자 하는데 최근 들어 가장 자연스럽지 않게 긴장하고 앉은 지금 내 모습을 발견하니 오히려 가볍게 미소가 지어지네.

아, 어떡하지, 지금껏 살아온 인생에서 내가 알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 완전히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어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그래, 어떤 면에선 이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내게는 특별한 내 인생이야기가 부족한 글에선 뻔한 자기계발서처럼 와닿으면 어쩌지 걱정부터 하고 있으니 이 걱정에서부터 내 마음이 보이는구나.


그래, 실은 나는 ‘특별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야. 나는 유독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 1982년에 태어났고 형제로는 연년생 언니가 한 명 있어. 학창시절 줄곧 평범한 학생으로 조용히 학교 다니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입시를 준비했고 그렇게 들어간 대학 졸업 후엔 공무원 시험 준비를 거쳐 올해로 16년째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어. 이렇게 평범한 내가 ‘나는 특별하다’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어색한가 싶은데 그래도 나는 무엇보다 ‘특별함’이 좋은 사람이 맞네.

 사람마다 그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는 말이 있는데, 내 경우는 ‘너는 특별해’라는 메시지가 담긴 말들이 그러해. 그러니까 반대로 나를 ‘공무원’이라고 칭하는 것처럼 내가 속한 집단 중 하나로 말하거나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표현하면 난 마음을 굳게 닫아버리곤 해.


 난 글을 쓰기 시작한 20대엔 특별해 보이고 싶었어. 하지만 특별해 보일 게 없으니 글이 잘 안 써졌어. 그때 내 글에선 실제 내 모습, 내 감정과는 괴리가 있는 특별한 감성을 모두 끌어다 썼던 흔적들이 많아. 난 그 당시 유독 30, 40대 여류 작가들 책에서 읽었을 법한 그 바닥 알 수 없는 슬픔에 관한 표현을 즐겨 따라 썼었어. 그땐 정말 그게 내 이야기 같았는데, 대학 친구들은 우리들만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내 글을 읽고 칭찬을 하곤 했지만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내 글을 읽으면 그 글을 쓴 사람이 실제 알고 지내는 내가 아닌 거 같다는 말이었어. 맞아 아주 정확한 말이지. “나는 특별해”라고 말하고 싶은데 실은 ‘나는 특별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어’라는 사실을 계속 글로 쓰고 있었던 거야.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마음 한편은 아직도 아쉬워.


특별함을 좋아하는 나를 밀쳐도 냈다가 민낯의 나를 보는 것을 괴로워했다가 긴 시간 동안 속 시끄러웠는데 그 과정을 모두 글쓰기와 함께 했다는 걸 보니 나는 글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어. 글쓰기는 내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선물하고, 아주 평범한 감정을 특별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내 장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었어.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문자로 마음을 표현할 일이 있을 때 내 마음을 진정성 있게 잘 표현하기에 큰 위로가 된다는 말을 동료들에게 종종 듣곤 해.


 이전엔 지금의 내가 아니어야만 하는 특별함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내 모습을 수용하고 일상을 관찰하고 나의 아주 작은 성장을 응원하며 발견하는 내 개성을 좋아하고 있어. 그리고 그 특별함을 좋아하던 시기의 나를 이젠 이해하고 사랑해. 그랬더니 과거에 즐겨 했었지만 멈추어 있었던 일들을 다시 시작할 용기가 생겼어.

 몇 년 전 내가 월급으로 받는 돈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벌어놓은 돈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었고 마음과는 다르게 내 주식계좌는 큰 손실이 났었어. 그리고 들여다볼 용기가 생기지 않다가 요즘 들어 다시 내 계좌를 볼 수 있게 되었지. 여전히 손실이 큰 상황이지만 어쩐지 희망이 보인달까? 다시 시작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동시에 내가 현재 벌고 쓰는 돈에 대한 기록도 하고 있어. 그 기록을 하는 파일명은 ‘나는 생각보다 많이 번다.’ 야. 그걸 쓰다 보면 내 월급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감동이 느껴지곤 해. 그 영향으로 내가 버는 수입을 마치 아주 작은 돈인 것처럼 표현하는 말 습관이 사라졌고 나의 소비패턴을 관찰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서 이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쓰고 있어. 또 하나, 단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싫어서 여행을 떠났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일상을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보았을 때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올해는 다시 여행을 갈 예정이야.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인 글쓰기와 함께하고 싶어.


이 과정을 함께 해준다니 고마워.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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