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의 내가 2023년의 나에게 보내온 편지
안녕, 나는 2028년의 마일리이야. 그 누구보다 너를 잘 아는 사람이지. 우리가 항상 상상했었던 ‘미래에서 온 편지’를 쓰게 되어서 기뻐. 지금은 2028년 7월이고 나는 지금 완주에 와있어. 전에 언니가 주말에 완주 집은 비어있으니 종종 내려와서 글도 쓰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보내라고 했지만 넌 운전을 못하니 갈 수 없다고 생각했잖아. 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먹고 싶은 것과 놀고 싶은 것들을 가득 싣고 내 인생 첫 차 ‘세숑이’를 몰고 내려왔어. 나는 이번 여름 휴가에 완주를 거쳐 광주로 가서 내 친구 종열이를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을 먹을 거야. 그 후 목포로 내려가 지현 언니에게 들러 인사하고 배에 차를 싣고 제주도로 갈 예정이야.
너에게 무슨 말을 써야 할까 고민했어. 일단 가장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싶어. 너는 드라마를 보면 이내 행복한 결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금방 안도하게 될 텐데도 중간에 오해가 쌓이고 갈등이 고조되는 부분을 유독 보길 힘들어했잖아. 왠지 그런 너에게는 행복한 결말을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
생각건대, 네가 나에게 가장 궁금해할 것은 아마 결혼을 했을까? 일거야. 풉. 아무리 아닌 척해도 그럴 거야. 늘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고 그것이 해결되기 전까지 너 자신이 영원히 미완의 존재로 표현될거라 생각했지. 일단 그 질문에 대한 답은 “YES!”야. 와우. 남편은 지금 제주도에 먼저 가 있어. 나는 결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았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답을 내었어. 그래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야만 했지. 오래 생각한 끝에 내린 그 답 중 하나는 상대방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이었어. 즉 존재 자체로 보는 것이었어. 생각보다 사랑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더라고. 내가 나를 잘못되어진 존재로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존재한다면 반드시 그곳엔 사랑이 있었어. 그렇게 남편도 내 옆에 있었어.
마일리야, 특히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 때 편안하고 다정한 느낌이 드는 사람을 유심히 보렴. 네가 유심히 보지 않아도 아마 그 사람이 널 먼저 볼테지만.
나는 2023년을 정말 행복하게 글을 쓴 해로 기억해. 브런치 스토리 작가도 그때 됐잖아. 그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후 변화가 많았어. 그 변화를 한마디로 말하면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더 깊어졌다고 표현할 수 있어. 글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처음엔 부담스럽다가 왜 내가 글을 쓰는지 생각해보니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어서가 아니라 글쓰기를 하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 같아서였던 거야. 열심히 써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니 더 자유롭게 써지더라고. 지난주에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하는 작가 사인회를 다녀왔어. 책을 들고 줄을 서 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최현수 작가님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오늘을 항상 생각해왔다고 말했어.
이 편지를 읽은 그다음 해엔 30일의 도전팀이 해산할 때 5년 후 다시 만나기로 한 해잖아. 그때 꼭 나가도록 해. 귀찮아서 안 나가면 후회할 정도로 서로의 삶에 깊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어. 이젠 여러 나라에서 살고 있는 팀원들을 만나면 영어 공부가 하고 싶어지고 전처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영어 실력이 금방 늘어. 영어 실력이 좋아진 이후엔 유럽을 자주 돌아다니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경험은 좋은 글쓰기 소재가 된단다. 그것은 지금 네가 떠올리는 여행 에세이와는 완전히 다른 나만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창의적인 이야기가 될 거야.
미래에서 온 편지를 읽고 지금 현재에 더 집중하며 살길 바라. 오늘 온전히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느껴주었다면 태어나서 할 일을 다 한 것이야. 그리고 즐거운 하루는 계속될 것이야. 그렇게 편안하게 지내다가 만나. 이곳에서 널 기다릴게. 안녕.
2028년 어느 늦은 밤. 마일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