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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17. 2023

성장통

에세이

나이를 먹어도 성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성장통은 사춘기에 다 끝났는 줄 알았는데 서른 줄에도 아직 성장통을 겪는다. 이러다 다 늙어서 병원 침대에 누워도 성장해야 하는 꼴이 나는 것 아닌가 싶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 처음은 어색하고 두렵고 낯설다. 


상상해 본다. 처음 불을 쓰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선조들에 대해. 그들은 아마 매 순간 희열과 공포 양극단을 오가는 감정적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우리의 뇌가 그들과 많이 달라진 게 없다니까 어느 정도는 감이 온다. 그들은 아마 매일이 신비체험이었을 거다. 자연의 일부에 자신의 정신을 의탁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일부러 스스로를 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대의 삶은 익숙하고 반복적이다. 고등 교육에 거쳐서 의자 앞에 앉아 있기, 시간을 엄수하기, 규제에 따르기, 규율 안에서 승리하기 등을 가르친다. 이는 곧 사회에 나가서 사용될 인간의 기본 소양이다. 재밌게도 이런 교육을 거쳐도 이십 대의 삶은 이런 틀에 잘 맞춰지지 않는다. 서른 즘이 되어서야 간신히 그 틀에 맞추려고 애쓴다. 적어도 최소 30년이 지나야 이 현대적=모던한 삶에 적응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규격 외의 것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뻣뻣한 인간이 돼버린다. 우리는 이것을 낮잡아 불러 '꼰대'라고 칭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런 뻣뻣함을 가지게 되는데 그렇지 않고서 이 사회를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들으면 기겁할 얘기지만 안타깝게도 사회는 성장할수록 더욱 촘촘한 규제를 갖게 된다. 기술적 문화적 발달 모두 마찬가지다. 규격 외의 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 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전에 없던 기술과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을 그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선과 현대는 시간의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또한 조선과 현대의 젠더에 대한 정의 역시 완전히 다르다. 인간의 뇌와 신체 구조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사회가 기술, 문화적으로 발달했을 뿐이다. 성장했을 뿐이다. 


촘촘해진 언어 구조와 사회망 덕분에 인간은 더 많은 법률과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 현상은 입법부에서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진다. 사회는 자체적으로 규제를 생성하고 그 외의 사람들을 규격 외로 취급한다. 사실 이런 행동양식은 아마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하기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분명 네안데르탈인을 만나자마자 직감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들과 자신의 차이를.


현대의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규격 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성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성장과정에는 반드시 성장통이 따른다. 뻣뻣함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억지로 늘리기가 아니라, 근력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근육량이 많아질수록 몸은 유연해진다. 언어 구조가 촘촘해질수록 정신은 유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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