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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훈 May 21. 2023

옛터

에세이

옛터, 그런 공간이 있다. 옛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기억 속에 남은 공간들. 그리고 그 터만 남고 사실은 사라져서 흔적만 남은 곳, 동시에 기억이 도사리는 곳. 나는 그러면 무엇이 그것을 증거 하는가? 하고 질문하게 된다. 만약 그 공간에 대한 증거물이 아무것도 없다면, 오직 기억뿐이라면. 


그 기억을 증거 해줄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나 혼자 기억한다. 나 혼자만 기억한다는 건 꽤 슬프고 외로운 일이다. 왜 그런 일 있지 않나, 나는 분명 똑똑히 그 사건과 공간을 기억하는데 거기 있었던 모두가 잊어버렸을 때 그럼 굉장히 억울해지고 만다.


인간의 공감능력은 기억능력에 어느 정도 기반한다. 누군가 나의 말을 기억해 줄 때 우리는 감동받는다. SNS는 현재 완전히 기능과 방식이 다르지만 처음엔 각자의 기억을 최대한 공유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는 것에서 시작했다. 지금도 물론 여전히 인기가 높은 방식이기도 하다.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는 것, 그게 인스턴트식일지라도 수치가 대신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니까 괜찮다.


예전에는 기억을 공감받는 일이란 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신문이나 방송국이 기억해 주는 것을 최고로 쳤다. 거기에 소개되면 사라진 옛터라 하더라도 기록에 남으니까. 지금은 기록하기 너무 쉬운 시대니까. 옛터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만 가지고 있는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더 소외되는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다 기록되고 있는데 내 기억만 소멸되고 있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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