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되는 생각들이 아까워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뭐가 아까웠는지 모르겠고 휘발된다는 표현이 적절한가도 모르겠다, 굳이 블로그여야만 했을까도 의문이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쓰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잡념을 붙잡아서는 주먹구구로 써대는 글에 읽을만한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도 뭐에 홀린 듯 써댔다.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고백이 담겨있다. 그 시기가 아닌 지금 그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볼게 못 됐다. 일기 같은 글이고 누구도 보지 않을 텐데도 부끄러웠다. 삭제까지 한 것은 별로 없지만 대부분 비공개 처리를 했다.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떨쳐내보려는 발악이었지만 소용없었다. 누구도 보지 않을 글이란 없다. 나도 나의 글의 독자이기 때문이다. 나의 글을 제일 먼저 읽는 것은 나라는 독자다. 독자가 없는 글은 없다. 서툰 글을 썼던 내가 있고 그 글을 읽으며 부끄러워하는 나도 있다.
갑자기 다른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쨌든 그 사이의 간격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그냥 메모 정도는 썼지만 뭔가 부족했다. 내가 느낀 것이 부끄러움이 아닌 걸까. 나는 분명 부끄러워했던 것 같은데 그 느낌이 부족하고 그립다고 느낀다. 부끄러움은 포함되어 있을 뿐 내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느낀 것은 내가 쓴 글을 보고 보자마자 후회하고 다듬고 뒤집어엎거나 아예 다시 써버리던 순간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글을 썼지만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나였고 그 글은 나에 대한 글이다. 모든 소설은 자전적이라했던가.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글은 자전적이다. 읽으면서 만나는 나도 있지만 쓰면서 만나는 나도 있다. 내가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리워했던 것은 쓰는 나인 것 같다.
아무튼 다시 좀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메모가 아니라 완결성이 있는 한 편씩의 글을 올려봐야겠다. 매일 올릴 것도 아닌데 참 거창한 일기 쓰기 다짐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