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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플럼 Jul 23. 2024

Hello, world!

코딩 교육 회사에 들어왔다. 나는 내가 입사 6개월 뒤면 코딩을 할 줄 알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다. 환경이

늘 사람을 바꾸는 건 아니다. 오늘은 릴스를 찍겠다며 온 사무실을 들쑤시고 다녔다. 사람이 환경을 바꿀 수도 있는 거다. 그게 더 좋은가는 의문이다.


주변인들은 여전히 내게 왜 코딩 교육 회사에 들어갔냐고 묻는다. 내 답은 늘 같다. 그냥, 망할 일 없을 거 같아서.


사실 진짜 답은 따로 있다. 그냥 그게 예뻐서. 내 인생을 평생 함께 할 물건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건 좋은 능력 같아서. 컴퓨터는 강아지가 아니고, 대화라는 관점의 접근은 씹프피 문과감성이지만 내 맘이 그렇다.  


코알못 주제에 기분 따라 코딩 교육 회사에 들어온 탓에 일이 쉽진 않다. 챗지피티에게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어려워, 초등학생 수준으로 설명해 줘, 친절하게 예시를 들어서 작성해 줘, 이 세 가지다. 그럼 챗지피티는 건축과 집에 관한 예시를 자주 든다.


웹 사이트는 집이에요. 웹상에 자신이 원하는 모양과 기능대로 집을 짓는 것과 같아요. 기특한 챗지피티. 전세 사기와 높은 월세로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은 요즘에 내 집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 주다니. 집, 웹 사이트는 집이다. 나는 챗지피티의 낭만에 취한다.


Hello, world. 여전히 나는 코딩을 못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는 파이썬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까만 창을 띄워놓고 코딩하는 개발자들을 볼 때마다 ‘저거 뭐 보이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좀 붕 뜬다. 우리는 두 번째 지구를 살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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