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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백백 Jun 26. 2024

001. 뒤끝 있는 사람

001 / 100 — 06.22.2024

‘첫째 누나는 화가 많지만 먹을걸 잘 사주고, 둘째 누나는 예쁜데 지랄맞고, 셋째 누나는 착한데 뒤끝이 있어’

내가? 뒤끝이 있다고?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살 비비고 산 8살 아래 동생이 한 말이니 신빙성이 있다. 동생이 그렇게 생각한 계기가 있을까?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쿨한 성격은 아닌데, 그렇다고 속이 좁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기에 억울한 심정도 있었다.

동생이 곰탕을 떠먹은 숟가락으로 김치찌개를 퍼먹었다는 이유로 숟가락으로 동생 머리를 때린 일은 명절 술자리에서 매번 나오는 싸움에피소드 중 하나다. 김치찌개에 둥둥 떠 있는 기름기가 이유였다. 밥 먹다가 날벼락을 맞은 동생을 생각하니 지금도 미안하다. 어떤 이유로 싸운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동생 책상을 엎어버린 적도 있다. 뒤끝의 이유를 찾는 듯 동생과 싸운 일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다가 바로 인정하지 못한 자세가 뒤끝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나의 뒤끝을 인정하기로 했다.

쿨하지 못하면 미안해하기까지 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쿨한 사람이 매력적이고 멋있게 보이기는 하나 나는 오랫동안 깊게 곱씹는 사람이다. 쿨하지 못함을 이렇게 써 놓으니 사유가 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동생아, 이제부터는 ‘셋째 누나는 착하고 오랫동안 깊게 곱씹는 사람이야’ 이렇게 소개해 주기를




커버 : 생각하는 사람, 로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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