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 후 내 마음은 가볍다
주유소에서 견인차까지 불러가며 시동을 건 이후, 배터리 교체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고 방법을 알아봤다.
우선 기왕이면 가던 곳에서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서비스센터의 견적을 알아봤다. 문의했을 때 깔끔하게 얼마인지 알려주면 참 좋으련만, 꼭 방문해서 점검을 받고 나서야 견적을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방문해서 세 시간이나 기다려 받은 견적은 어처구니없이 높았는데, 배터리 자체의 가격과 공임비, 게다가 갈지 않아도 되는 온갖 필터와 클리닝 서비스 등을 모두 해서 1천 달러가 넘는 금액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버리고 이번에는 자동차 부품샵에서 배터리와 교체 서비스까지 하면 얼마인지 알아봤다. 보통 200달러 내외였다.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교체 서비스를 받지 않고 직접 바꾸면 그만큼 아낄 수 있다.
남편이 유튜브 영상 몇 개를 보더니 어렵지 않다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에 대시캠 설치도, 에어필터 바꾸기도 우리 둘이 잘해 냈으므로 이번에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배터리 자체의 가격이 가장 좋은 곳은 코스트코였다. 100달러 내외로 배터리를 살 수 있다. 15달러의 환경부담금(?) 비슷한 것이 있지만 폐기할 배터리를 가져가면 돌려준다.
모델별 재고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침 우리 차 모델 배터리 재고가 하나 남아있길래, 간신히 시동을 건 차를 타고 가서 사 왔다.
코스트코 옆 타이어 센터에 이때 처음 가 봤다.
타이어를 바꾸러 온 사람들로 센터가 꽤 붐벼서 차를 조금 멀찍이 주차해 놓고 들어갔다. 배터리는 기다릴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사서 나올 수 있었는데, 문제는 무게였다.
내 머리 정도 높이 선반에 배터리가 올려져 있었는데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꺼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무거울 줄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내 근력이 운동 부족으로 많이 부족한가? 잠시 생각하고, 어떻게든 혼자 해 보려고 했지만 바닥에 떨어뜨려서 망가지거나 다치느니 그냥 도움을 요청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다행히 직원분이 와서 도와주셨다. 배터리의 무게에 비해 턱없이 얇은 손잡이를 잡고 차까지 옮기는 것은 내 몫이었다.
손잡이가 계속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원래 자동차 배터리는 10kg에서 20kg까지 나간다고 한다. 같은 무게라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른데. 손잡이가 조금만 두껍거나, 아래쪽을 잡고 옮길 수 있다면 훨씬 편했을 텐데. 옮기는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차까지 가는 동안 두 번을 쉬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미국의 주차장이 그날따라 어찌나 넓어 보이던지.
트렁크에 배터리를 내려놓았더니 차가 살짝 흔들렸다. 손바닥에는 멍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은 아주 뿌듯했다. 비록 작지만 무언가를 해 냈다.
그날 저녁 배터리를 바꿨다. 남편이 배터리를 들어보더니 이 무거운 걸 어떻게 옮겼냐며 감탄해 줘서 우쭐했다. 이 넓은 미국에 둘 밖에 없는 우리는 이렇게 조금만 무언가를 해 내면 서로서로 무한 우쭈쭈를 해 준다. 낯선 곳에서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하는, 우리 나름의 방법이다.
좁은 보닛 안 공간에서 집에 있는 연장으로 각도가 잘 나오지 않아 남편은 땀을 삐질 흘렸다. 삼십 분이 걸렸을까, 해가 질 무렵 우리 차는 새로운 배터리를 얻었다.
힘차게 걸리는 시동 소리가 좋았다. 20분 정도 달려보자며 적당한 곳을 찾다 라호야 코브에 갔다. 석양 감상이라니, 평일 저녁에는 좀처럼 부릴 수 없는 호사다.
옛 배터리를 코스트코에 반납하고 15달러를 받으러 가는 길, 이번에는 타이어센터 바로 앞에 주차를 했다. 저번에는 어디까지 배터리를 옮겼는지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15달러를 현금으로 받아 나오는 길, 이제 시동걸 때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또 우리가 무언가를 해 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가볍고 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