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여행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본격 빠니보틀 영업글)
완전 진부한 말인데, 유튜브의 시대라고들 한다. 이젠 검색도 네이버 / 다음이 아닌 유튜브로 한다고 하고, 초딩들의 꿈은 유튜버고, 또 초/중등생들은 메신저로 카카오톡, 페이스북메신저가 아닌 유튜브 메신저로 한다고 한다.
왜 유튜브인데? 글, 사진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을 잘 보여주는게 동영상이고, 유튜브는 동영상에 최적화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잘 설계해놓은 수익구조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덕분에 유튜브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동영상을 보기에 최적화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글, 사진으로 설명되지 않는, 그러나 동영상에 최적화된 소재는 어쩌면 메이크업, 게임 등이 아닌 여행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메이크업, 게임보다도 여행 유튜브가 더 뽐뿌오고 재밌응께..
여행은 좋아하나 돈이 없는 내게는 유튜브는 선물같은 존재다. 유튜브 내 업로드되는 동영상을 보면 어느정도 해당 여행지를 가고 싶은 욕구가 충족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남미가 생각나면, 남미를 검색해서 남미 여행 영상을 본다. 최근엔 인도와 멕시코에 꽂혀 인도 멕시코 영상을 엄청 봤따. 우리나라에 여행다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세계 곳곳을 누비는 한국 여행자들의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그렇게 잘 갈 수 없다. 재미 측면에서도, 걸어서 세계속으로보다는 훨 재밌다.
그리고 내가 챙겨보는 여행 유튜브 중 가장 인상적인 유튜버는 단연코 빠니보틀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남성 유튜버에 대한 편견을 엄청 갖고있는 편이라,,^_^ 남성들, 특히 남성 1명이 주로 등장하는 유튜브는 믿고 안보는 편인데 유일하게 챙겨보는 유튜브가 바로 이것..
얼마나 인상적이냐면, 이 사람을 4월즈음에 처음 알게되었고, 당시 구독자수는 3~4만?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현재 구독자수는 15만명이다. 증가 속도 참빨라..나만 알고 싶은 유튜버지만 다들 이사람 유튜브 봐줬음 좋겠다. 우리의 조회수 하나하나가,,그의 광고 수익이 되고,, 빠니보틀씨 여행해야 한다구욧,,!
간단히 빠니보틀을 설명하자면, 동남아부터 시작하여 인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스탄"으로 끝나는 국가를 여행하고 있는 30 대 남성이다. Q&A 영상을 봤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이슬란드까지 갈 예정이라도 했던 것 같기도. 그리고 인도 여행 영상으로 빡 떴다.
사실 인도 여행 영상은 유튜브 여행 영상 조회수의 치트키다. 일단 구글 트렌드 검색 결과를 봅시다요?
구글트렌드에서 키워드1을 인도여행으로, 키워드2를 일반적으로 여행유튜브라고 설정해서 검색할 경우, 일반적인 여행 유튜브에 비해 인도 여행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도는 꽤나 높은 편이다.
(2018년 12월에 비정상적으로 인도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이유는 2018년 12월 27일 "혼자" 인도 여행을 간 여성분이 실종되었다고 기사가 떴기 때문..이라고 추측합니다 기사링크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사례는 인도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녀가 공항에서 잠시 부모님에게 연락하지 않아서 부모님이 아묻따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은 "아니 이 위험한 인도를 또 겁없는 여자 1명이 혼자 들어갔다가 또 사고를 당했답니다 여러분 인도가 이렇게 위험해요!" 하고 대서특필해서 엄청 화제가 됨. 근데 사실 바로 몇시간만에 여성분은 안전하다고 부모님께 연락했는데 이런 뒷이야기는 당연히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고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또 "아니 그때 여자 한명 실종됐잖아! 빽" 이러는중..)
각설하고, 검색 트렌드 결과를 유튜브에 한정지어 보면 다음과 같다
유튜브에 한정될 경우 인도 여행에 대한 관심도는 보시다시피 엄청납니다... 개인적으로 추측해보자면, 내가 생각해도 돈 모아서 보다 쉽게 갈 수 있는, 치안이 (비교적) 안전한 유럽, 동남아, 미국 등보다는 뭔가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이번생에 가기 힘든 인도같은곳들이 더 궁금할 것 같긴 하거든..
그리고 실제로 인도여행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구글트렌드 검색 결과 딸려나오는 다음과 같은 관련 주제를 통해 알 수 있다.
강간, 성범죄, 치안.. 등 각종 부정적인 어휘들로 얼룩진 인도이기에 사실 더 궁금할수밖에 없는거다. 나같이 인도 가고싶지만 겁많은 사람들은 '아 죽기전에 인도는 가보고 싶은데, 위험하다는데 괜찮을까?' 싶은 마음인거고, 부정적임의 끝판왕인 사람들은 '야 그렇게 위험한 곳을 어떤 정신머리 나간 새끼가 가는거냐?;'하는 마음인거고 (그리고 놀랍게도 실제로 이런 마인드의 사람들은 인도 여행 영상 댓글에 똑같이 댓글을 단다. "너가 살아돌아온건 운이 좋아서 그런거야"와 같은..)
따라서 인도와 같은, 유럽 등지에 비해 비교적 '오지'로 여겨지는 곳들의 여행 영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거다. 나같은 겁많은 놈들의 경우 영상으로 대리만족 할 수 있는거고, 어떤 사람들은 '인도 여행 위험한데 왜갔냐' 라면서 훈수 두기 위해서 여행을 찾아보고.. 뭐 나도 실제로 인도 여행을 안가봤기에 왈가왈부 할 수는 없지만 그간 인터넷에서 봐온 반응과 주변의 반응을 정리하자면 대충 이랬다.
그가 여행 유튜브계의 치트키인 인도여행 유튜브로 빡 떴다는 사설이 길었는데, 그가 인도를 다녀온지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의 인기가 꾸준, 아니 오히려 상승세인걸 감안하면 그의 인기는 비단 그 치트키때문임은 아닌 듯 하다. 유명세에 힘입어 유튜브를 시작해도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금방 사장되는 연예인들의 유튜브채널처럼, 여행 유튜브 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도 '인도여행'과 같은 콘텐츠 치트키는 단기간에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일부 늘리는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갔을 때에는 절대 치트키만으로 먹고 살수는 없다. 걸어서 뭐 1년동안 인도여행만 할 사람이 아닌이상 말이다.
그래서 또 혼자 엄청 그의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엄청 고민해봤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는데, 나의 뇌피셜이니 태클은 정중히 사양합니다..그냥 이새끼는 이렇게 분석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
'여행 유튜브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부터 시작해봅시다.. 나와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여행 유튜브를 보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분석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A) 편집이 화려해서 보는맛이 남 (콘텐츠 스킬적인 측면) : '와씨 내 삶 존나 팍팍한데 개멋지다..부럽다..'와 같은 감성
(B-1) 여행유튜브 주체가 (내가 여행했던 혹은 여행할 곳에서) 돈을 개많이 써서 부러운 맛으로 봄 (대리만족의 측면) : '나는 여기서 호스텔을 전전했는데 이사람은 맨날 호텔에서자 ..미슐랭에서자..'와 같은 느낌
(B-2) 풍경이 너무 탈한국이라 지나치게 멋있음(대리만족의 측면): 미세먼지 가득한 한국에서 혐생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너무 보고싶은 푸르른 하늘의 지구별 어딘가를 본다는 것에 대한 만족
(B-3) 여행유튜브 주체가 (내가 여행했던 곳에서) 이런 저런 것들을 함 (대리만족, 추억팔이의 측면) : 아 난 이랬는데 저사람은 저랬구나 하는 추억팔이 용
(C) 내가 살면서 절대 가지 않을, 가보지 못할 곳들을 여행함 ((B)와는 다른 결의,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같은 류의 대리만족)
(A), (B-2), (B-3)와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여행 영상은 뭐 소위말해 '여행에미치다', '경식스필름' 과 같은 채널이라 할 수 있겠고, (B-1)과 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영상은.. 돈많은..여행유튜버들... 나는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갈 이비자 우슈아이아에서 몇박씩 숙박하고 모엣샹동 등 샴페인을 콸콸콸 마시는 그런 사람들의 영상,..
그리고 빠니보틀의 영상은 (C) 유형에 가깝다. 여행 주체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걸어서세계속으로 아니면 보지 못했을 여행지들을 간다. 근데 걸어서세계속으로나, 동물들과 잔뜩 나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비해 재밌다. 말빨이 엄청나다. 사실 말빨만으로 먹고 들어간다. 당연히 개그맨급의 재밌음은 아닌데, 여행지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들을 위트있는 언어로 잘 풀어낸다. 그리고 영상당 10~15분으로 짧아서 금방금방 본다. 10~15분에 말빨이 재밌는 누군가가 내가 살아생전 가지 못할 것 같은, 혹은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는데 재밌다.
말빨 외에 그의 여행 영상은 특별한거 하나 없다. 진짜로 특별한게 없다. (사실 그 특별한거 하나 없다는 그 점이 상당히 계산된 것 같긴 하다)간단히 특징을 요약해보자면
(1) 편집은 컷편에 풀 자막이 끝임.
(2) 기타 (예능용) 특수 자막 없음. 특수효과 없음
(3) 한 영상에 스토리/주제가 하나다.
(4) 조회수 부풀리기 위한 선정적, 자극적 요소없음
(5) 말빨 좋음
이정도를 꼽을 수 있다. 진짜 단순하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온전히 개인적 역량에 달려있는 (5)번, "말빨"을 제외하고 (1)~(4)번의 특징은 지금까지의 유튜브 내 흥행 공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나름 소소하게 전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1), (2)번에 해당하는 편집을 보면, 온갖 화려한 특수효과 하나 없이 이렇게 재밌게 끌고 갈 수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빠니보틀의 영상들은,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고프로로 찍고 이어붙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프로를 들고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고 적당히 쳐내서 이어 붙인다. 근데 또 그 모습이 대단한것도 아니다. 그냥 주구장창 혼잣말 하면서 돌아다니고, 현지인들한테 말걸고, 노숙하고, 흥정하고, 밥먹는게 전부다.
물론 컷편이 가장 어렵다. 자신이 촬영한 수많은 raw data 중에서 적당히 스토리텔링으로 엮을만한 것들을,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비교적 덜 느낄 수 있는 10~20분 내외로 편집해야 하기 때문. (이는 여행 유튜브 해보겠다고 깔짝대던 나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말이다.. 특수효과넣는것보다도 '재밌는' 부분들을 골라내서 컷편하는게 은근 고된 작업이다)
대부분 이렇게 국경 히치하이킹 하면서 혼잣말하고, 태워준 사람 돈내고, 밥먹고 끝 -
근데 또 이전 영상 편집 관련 일하던 사람이라 은근 보다보면 "와 이사람 편집 감이 있구나" 하는 포인트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인도 홀리 축제 영상에서 음향은 그대로 가는데 중간중간 장면에만 슬로우 모션 걸어주는 장면들. 이부분은 진짜 감탄하면서 봄)
사실 이부분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이다. 그의 영상들은 뭔가 엄청 색다르고 유별난 포인트가 있다기 보다는, 여행에서 겪는 소소한 것들을 날것 그대로 담백하게 보여준다.
인도 명상 체험기, 인도 델리 시장 산책하기, 요새 안에서 하루 보내기, 사막에서 캠핑해보기, 뭄바이 슬럼가 방문하기, 2500원짜리 게스트하우스 방문기, 인도에서 10000원으로 하루살기 등.. '인도'라는 여행지이기에 매우 특별하면서도, 포장하지 않은 채 그가 경험하는 것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그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가지 않는 인도부터 시작하여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을 여행중이기에, 그가 여행에서 겪는 일상이 일반적인 여행자들이 겪는 유명 관광지의 일상과 다를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하다.
이 지점을 빠니보틀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 한 영상이 주제 하나를 다루는 것은 은근 영리하면서도..!! 재밌는 지점이다. 사실 그동안의 여행 브이로그들 / 여행 동영상들은 한 장소에서 벌어진 수많은 일들을 하나의 영상에 압축하기 마련이다. 하나의 영상에 수많은 내용을 압축하면 보통은 두가지다. 자세하게 담은 나머지 영상이 길어지거나,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전에 20~30분 길이로 압축하되 내용을 많이 쳐내거나.
대부분의 여행 브이로그들은 후자를 택하는데, 이 경우 수많은 내용들이 생략되고 인위적인 모습만 남고 내용적으로 뚝뚝 끊기게 된다. 즉, 여행 유튜버들은 여행 중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들만 편집하는 단순한 문법을 택하게 되는데, (경험담임) 시청자는 재미가 없어진다. 실제 여행의 당사자나 전후 스토리를 알기에 재밌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맥락이 삭제된 영상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빠니보틀은 10~14분, 길어봤자 20분 정도인 하나의 영상에, 하나의 소재, 하나의 맥락만 담는다. 방사능 온천가기, 음식 찾아 떠나기, 800원짜리 이발하기 등. 그렇게 되다보면 한 영상에서 관객은 소소한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음식 찾아나가기 - 음식먹기 - 그의 후기 등)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며 하나의 짧은 영상이 하나의 다큐와 같아지면서, 오히려 더 풍부한 정보를 담게 되기도 한다.
사실 이는 내가 제일 중요시여기는 부분 중 하나다. 편견이 작용하는 부분이지만, 내가 주제 막론 대부분의 남성 유튜버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영상에 여성혐오적 색채가 가득하거나,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요소를 컨텐츠로 삼기 때문.
후환이 두려워 그러한 선정적인 콘텐츠의 예시 사진을 함부러 올리진 못하겠으나, 여행 유튜브라는 거대 카테고리 내에서 그러한 선정적 영상들은 뭐 다음과 같다. '여행지에서 금발의 미녀와 한숙소에?' '미소녀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독일에서 처음만난 여자와 같은 목욕탕에..' 와 같은 저질 문법의, 여행지에서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듯한 영상들...
다행히도, 빠니보틀의 영상에는 그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요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여행자로서의 본인과 여행자로서의 일상을 영상에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빠니보틀의 유튜브를 즐겨보면서 느꼈던, 그의 영상의 포인트들을 짚어봤는데 결론적으로 그의 유튜브는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가장 기본적인 문법은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동안 '여행 유튜브 콘텐츠'의 법칙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역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을 유튜브로 검색한다고 하는 시대다. 궁금한 정보도 유튜브에서 검색하고, 타임킬링도 유튜브 동영상으로 한다고 하고, 필요한 내용도 유튜브에서 찾는다고 한다. 덕질도 유튜브에 올라오는 아티스트 영상으로 보면 된다, 근데 검색이든, 타임킬링이든 뭐든 결국 시청자는 필요와 효용에 의해서 동영상을 선택하고, 시청할 뿐이다. 덕질?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동영상에서 볼 때의 효용만큼 엄청난게 없다. 궁금한걸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알게되면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에 대한 효용이 있다. 타임킬링 용으로 무슨 영상을 보게 된다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재미가 바로 utility, 효용인 것 ..
여행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여행'이라는 특수한 카테고리에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유튜브 동영상 콘텐츠' 중 하나일 뿐이고, 시청자는 매우 단순한 존재이기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없거나 재미,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바로 스킵해버린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경우 여행에 필요한 정보는 유튜브로 찾기 보다는 다른 포털에서 찾는 것이 훨씬 유용하기 때문에, 여행 유튜브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시청각적인 만족이나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 아니면 기본적인 콘텐츠적인 재미 등이다.
그런 점에서 빠니보틀은 유튜브 콘텐츠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재미'는 아주 충실히 지키고 있다. 그의 영상들이 다루고 있는 장소가 평범한 한국인들이 잘 가지 않는 장소(인도, ~스탄, 조지아) 임을 감안하면 소재의 희귀성에서 오는 빅-잼이 있으며, 그의 말빨이 가져다주는 ,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꿀잼쓰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 외에, 그간 여행 동영상들이 따랐던 문법은 철저히 거스르고 있다. 그간 여행 동영상들은 '내가!!!!!!!!한국에서 느낄수 없는,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화려함과 fancy함을 즐기고/느끼고있다!!'에 강조하려 애썼다. 화려하지도, 돈을 많이쓰지도, 않는다. 선정적인 요소도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인게 돈을 많이쓴ㄷ다기 보다는 가난한 여행에 가까우며.... 화려하지도 않고.. (그러나 빠니보틀이 인도에서 5성급 호텔 갔을땐 화려해서 눈물났다) 선정적인 요소도 활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행으로서의 본질, 즉 여행지에서의 일상 그 자체만 담아내려는데 집중한다.
작년 1년동안 학교에서 유튜브 ecosystem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보니, 조회수/구독자 획득에 따른 수익 창출이라는 금전적인 목표에 눈이 멀어 영상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하는 유튜버들을 많이 봤었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썸네일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요소를 넣는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이익에 눈이 먼 시도들은 주제의 본질을 흐린다 생각한다. 화려하게 편집된 동영상이 우리의 시청각을 자극해도, 그동안 여행하며 우리 몸속에 내재된 여행 dna들은 사실 여행은 매번 화려할수만은, 행복할수만은 없다는 것을 안다. 뭐같은 일이 몇번쯤은 발생해줘야 비로소 여행인 것 아니겠읍니까,,^^ 그런 관점을 견지해보면, 빠니보틀의 유튜브는 참 색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행 유튜브 중에서 그가 최고야', '다른 여행 동영상들은 뽐뿌만 자극하고 실상을 제대로 담지 않아!' 한다는 막무가내식의 결론은 아니다. (물론 선정적인 문구 / 썸네일로 조회수 유도하는 영상은 여전히 내겐 최악이다) 다만, 뭔가 화려해야할것 같고 특별해야 할 것 같은 여행동영상들의 춘추전국시대에서 이처럼 색다른 문법을 따라도 동영상 콘텐츠로서의 재미는 충분히 충족할 수 있음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나오지 않아도, 편집이 화려하지 않아도, 행복하지만은 않은 여행이더라도, '동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여행'이라는 소재를 충분히 잘 담아낼 수 있다.
모두 빠니보틀 영상 보고 구독 하셔서 그의 여행 자금에 큰 보탬이 되어주세요.. (관계자 아닙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xzm3yY6D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