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라면 아래 두가지 문구 중에 어떤 문구를 보고 기부단체에 더 투자할 마음이 드시나요?
A : 하루에 1,000원이면 아프리카 어린이가 굶지 않습니다.
B : 한 달에 3만원이면 아프리카 어린이가 굶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실험 결과는 A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사실 한달 총액은 같지만, 같은 금액을 몇 분의 일로 쪼갰을 뿐인데 왜 소비가 쉬워지는 걸까요? 비슷한 예로, 같은 금액이어도 할부로 결제를 할 때 또한 소비가 쉬워지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하버드대학의 존 거빌 교수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람의 심리를 조정하는 할부마케팅의 비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나누면 소비를 부른다
하버드대학교 경영 대학원의 존 거빌 교수는 어느 날 흥미로운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사람들에게 일 년간 기부할 의사를 묻되, 두 가지 조건 중 선택하는 방식이었죠.
1번) 연간 30만 원을 기부할 것
2번) 하루 850원씩 기부할 것
과연 어떤 쪽의 기부 참여자가 많았을까요? 50%가 넘는 사람들이 2번 하루 기부액을 택했고, 30% 정도만 1번 연간 기부액을 택했습니다. 결국엔 같은 금액을 기부하는 것이지만, 365일로 나누었을 때 850원이라는 값이 도출되면서 일시적으로 30만 원이라는 금액보다 적게 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쪼개면 수용하게 되는 심리
존 거빌 교수는 이 흥미로운 결과에 대한 심리를 분석했습니다. 거빌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가격을 평가할 때 2단계의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1단계 지출의 범주화 과정을 거친 뒤 2단계 심적 회계 과정을 거치는 거죠.
1단계에서 소비자들은 해당 가격과 비교할 대상을 떠올립니다. 850원이라는 금액을 생각했을 때 85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음료수 한 캔 같은 것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이 금액은 소소한 지출 범주로 분류됐기 때문에 2단계에서 기부하기에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생각해 이 제안을 수용합니다.
마찬가지로 연간 기부도 같은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1단계에서 3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 가령 고급 옷, 가방 하나 등을 범주로 분류하고, 2단계에서 상대적으로 많다고 생각하면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거빌 교수는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PAD라고 정의했습니다. Pennies-a-day, 하루에 1페니라는 뜻으로, 가격을 총액 형태로 제시하는 대신 일, 월 단위의 적은 금액으로 제시해 소비자가 가격과 관련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이죠.
우리 주변에 있는 PAD 전략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 PAD 전략이 숨어있는 제품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사례는 자동차, 스마트폰, 정수기입니다. 이는 모두 한 번에 지불하기에 높은 금액이기에 보통 할부 납부로 구매를 유도합니다. 자동차 시장은 이미 할부나 리스 판매가 보편화 되어 있고, 스마트폰 또한 매월 기기 할부금과 통신요금이 함께 합산되어 청구됩니다.
초기 정수기 시장은 높은 구매 비용으로 인해 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PAD 마케팅이 도입되면서 대여 방식으로 매달 할부 납부를 추구하는 고객이 늘어나게 됐죠.
PAD 마케팅은 지급 시점에 변화를 주어 구매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구매자는 사진의 재무 상황에 맞게 합리적 지출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급 강도를 낮추어 예산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죠. 그렇지만 총액의 심리적 계산 오류로 이뤄지는 할부 소비는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심리를 조종하는 할부 마케팅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그동안 습관적으로 할부를 이용했을 뿐, 그 속에 숨은 함정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분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는 할부를 선택할 때 순간의 만족이나 충동구매가 아닌, 좀 더 멀리 내다보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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