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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고합시다 Aug 20. 2018

게장 말고도 도둑은 많다!

반찬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든든하게 뚝딱, 비워낼 수 있는 반찬들을

역사적으로 먹방에 강한 민족


요즘은 손님맞이용으로 펴는 원형의 두레반이나 사각의 교자상이 있긴 하지만, 보통은 서구식 테이블이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이런 테이블이 대중화되기 훨씬 이전, 조선시대 후기부터 우리 선조는 ‘각상’ 또는 ‘소반’이라고 부르는 작은 식탁을 애용했다. 예법을 중시하고 가부장적인 문화 탓에 그 옛날에도 양반 남성들 사이에선 1인 식탁이 유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크기가 작다고 해서 소반에 차려진 음식의 수까지 소박하진 않았다. 밥과 국, 김치, 초장, 간장, 조치(일종의 찌개류) 6개 종류가 가장 기본적인 상차림이었다. 여기에 더해 5첩, 7첩, 9첩 등의 추가 반찬까지 한상에 오르면 적게는 11그릇, 많게는 18그릇이 한상에 펼쳐지는 것이다. 게다가 밥이나 국의 경우 웬만한 성인 남성 얼굴만큼 큰 그릇에 담아 먹었으니,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먹방에 강했던 게 아닐까 싶다.


배는 부른데, 허기가 진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는 큰맘 먹고 한정식 집에 가지 않는 이상 그렇게 거하게 차려진 한상으로 끼니를 때우긴 어렵다. 특히 집에서 차려먹는 식사는 식사 준비 과정부터 식사 후의 뒤처리 모두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어서,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대충 있는 반찬으로 먹게 된다. 그렇게 끼니를 때우다 보면 배는 부른데, 어쩐지 모르게 허기가 진다.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하지만 꼭 거창한 한상이어야만 제대로 된 식사라는 고정관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간소한 반찬으로도 만족스럽게 반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낼 수 있으니까. 특히나 요즘처럼 더운 여름의 주말엔 그런 간단한 한 끼가 더 요긴하다. 집에서 지지고 볶고 하다가는 식사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지고 식욕이 뚝뚝 떨어질 테니까. 그래서 반찬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든든하게 뚝딱, 비워낼 수 있는 반찬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뚝딱! 오징어채 볶음


설탕, 소금 등으로 버무린 뒤 건조한 오징어를 얇게 찢어낸 오징어채.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간식이기도 하다. 특히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날 때는 오징어채나 건오징어를 질겅질겅 뜯어줘야 제맛! 날것을 먹지 못하는 입 짧은 내게 오징어는 말리면 말릴수록 더 맛있는 것만 같다.


잘 말린 오징어채는 고추장 양념에 볶아도 맛있고 간장 양념에 볶아도 맛있다. 양념이 잘 스며들어 쫀득쫀득하면서도 촉촉한 식감이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 뜨끈한 밥에 오징어채 볶음 두 가닥 정도 사뿐히 올려서 한입에 왕, 하고 넣으면 씹는 동안 밥에 양념이 배고 오징어채의 향이 은은하게 코로 흘러나온다. 밥보다 질긴 오징어채 덕분에 급하게 넘기지 않고 여러 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으니 급히 먹다 체할 일 없는 건 보너스. 오징어채를 진미(眞味), 또는 일미(一味)채라고 부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먹어보면 안다.




두 번째 뚝딱! 장조림


개인적으로 간장 베이스의 양념은 거의 다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식 메뉴들은 대체로 입맛에 잘 맞다.) 홍두깨, 양지 등등 기름기가 적고 결대로 찢기 쉬운 소고기 부위나 돼지고기 안심을 푹 조려낸 고기 장조림은 특히 한국적인 간장 양념의 대표 메뉴인 것 같다. 소금 간이 된 생선구이를 먹듯이, 장조림은 그 특유의 짭조름한 맛 덕분에 밥 한 숟갈에 고기를 조금만 찢어 올려도 충분하다.


고기 장조림이 부담스럽다면 메추리알이나 계란 장조림도 좋다. 특히 고기가 질겨서 씹어 삼키기 어려운 아이에겐 메추리알 장조림이 딱이다. 단백질 섭취에도 좋고, 국물을 작작하게 뜨거운 밥에 적셔주면 밥 투정부리던 아이도 금방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장조림 메뉴 중 최고의 별미는 계란 장조림이다. 계란은 반숙으로 삶고, 간장 양념에 매콤한 고추를 더하면 일본식 간장 계란인 아지마타고의 한국 버전을 즐길 수 있다. 넓은 국그릇에 갓 지은 밥을 담고, 계란 두세 개와 장조림 양념을 적셔 비벼 먹으면, 또 한 그릇 뚝딱! 다른 무엇도 필요 없다.



세 번째 뚝딱! 깻잎 무침


요즘처럼 더운 여름엔 입맛이 뚝뚝 떨어진다. 그럴 땐 깻잎무침 한 장이면 메말랐던 침샘도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 깻잎은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쌈이나 볶음 요리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런 깻잎이 간장과 고춧가루, 식초, 설탕 등의 양념을 만나면 향은 잘 어우러지면서 식감은 훨씬 부드러워진다.


깻잎 뭉치를 대충 양념에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떼어내면서 정성스럽게 양념으로 무쳐야 맛이 잘 밴다. 그렇게 무친 깻잎은 또 한 장, 한 장 떼어내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이불 덮어주듯이 얹어 먹는다. 양념 덕분이 목이 멜 일도 없다. 진하고 강한 양념과 순수하고 담백한 쌀밥이 서로를 채워주는 동안 이미 당신은 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것이다.




네 번째 뚝딱! 구운 김


해조류도 잘 못 먹는 나지만, 유일하게 구운 김만은 좋아한다. (예전에 ‘김 예찬론’이라는 글을 썼을 정도로.) 김은 가난한 대학생의 한 끼를 감싸주던 소박한 반찬이면서, 어릴 적 소풍의 기억에 진하게 배어있는 김밥의 향이기도 했다.


특히 갓 지은 쌀밥과 구운 김만 있다면, 그 외의 어떤 반찬이든 환상의 조합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밥 위에 김치를 올리고 김으로 싸먹어도 맛있고, 통조림 참치를 곁들여도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장조림, 오징어채 볶음은 물론이고 멸치 볶음, 나물 무침과도 조합이 좋다. 정말 그런 반찬조차도 없다면 참기름이나 간장만 곁들여도 간단한 별미가 된다. 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한 조미김도 있으니, 이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설픈 가짓수보다 때론 하나의 제대로 된 반찬


본가에서 나와 독립해 산 지 벌써 10년 째. 이제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반찬은 직접 만들 수도 있지만, 외식이 아닌 집에서 먹는 식사는 늘 대충 때우기 일쑤다. 가끔은 아쉬운 마음에 편의점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이런저런 반찬들이 구색을 갖추고 있으니, 라면 끓여 먹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어서. 좀 자극적이긴 해도 그럭저럭 맛은 있는데, 뒤가 개운치 않았다. 입이 텁텁하거나 속이 더부룩하거나.


먹을 것 없는 잔칫상보다는 제대로 된 하나의 반찬이 오히려 만족스러운 한 끼를 책임진다. 영양소를 고루고루 챙겨야 하니, 평소엔 부지런히 이것저것 챙겨 먹더라도 가끔 시간도 없고, 입맛도 없을 땐 한 그릇을 뚝딱 책임지는 반찬과 1대 1로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글쓴이 : 김경빈  (먹고합시다 필진 / 시집 <다시, 다 詩> 저자 / 브런치 매거진 연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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