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Xs.Ulp를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
서울디자인페스티벌 2025에 '디자인스페셜리스트'로 참가하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에게 가장 먼저 던져진 질문은 "우리의 작업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습니다. 많은 전시가 결과보다 과정을 조명하는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었지만, 플러스엑스가 찾던 답은 그런 과정을 나열하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15년간 쌓아온 브랜드 마크와 언어를 모아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작은 단위와 반복된 패턴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이번 글은 그 질문을 따라갔던 몇 주간의 기록입니다.
첫 미팅은 9월 16일, 여느 프로젝트 킥오프처럼 차분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윤성 CD님은 전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조적인 측면을 먼저 짚으며 대화를 열었습니다. 관람객의 동선 흐름,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정보의 순서, 그리고 전시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주된 논의 방향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나 장치보다 구조와 연결 방식을 먼저 고민하는 모습에서, 저는 '가장 플러스엑스다운 시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빠듯한 일정과 현업 병행에 대한 부담감은 팀원들 모두에게 있었지만, 재훈 대표님의 "다 같이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라는 한 마디가 팀의 긴장감을 풀어준 것 같습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가는 컨설팅 업무와 달리, 이번 전시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만족하는 디자인을 하는 자리입니다. 부담감 대신 '디자인 본연의 즐거움'에 무게를 두자는 배려로 다가온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덕분에 공감대는 빠르게 형성되었습니다. 15주년 아카이브라는 테마 속에서 결과물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은 지양하자는 것. '무엇을' 보여줄지보다 '어떻게' 보여줄지가 논의의 중심에 놓인 첫 장면이었습니다.
첫 미팅이 방향을 잡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미팅은 그 방향 안에서 실제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회의실 모니터 안에는 각자 정리해 온 문장과 이미지, 간단한 스케치가 뒤섞여 있었고, 그때 처음으로 전시가 아카이브형일지, 체험형일지, 혹은 메시지형일지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물 나열이 제외되면서, "플러스엑스를 어떤 구조로 보여줄 것인가"가 핵심 질문이 되었습니다.
모인 아이디어들은 각자의 시선을 담고 있었습니다. 아영님은 지난 15년을 영상 프레임처럼 따라가게 만드는 구조를, 현아님은 관람자가 카드를 꺼내며 선택하는 참여형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현준님은 과거–현재–미래의 흐름을 공간에 구현하는 방향을 이야기했고, 재훈 대표님은 완성된 결과보다 그 안쪽의 고민과 실패를 보여주자고 했습니다. 민석님은 플러스엑스의 워크플로우 자체를 전시의 중심으로 두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겉모습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결과물이 아닌 '일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이 공통된 태도 덕분에 논의는 '우리를 설명하는 방식'이라는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빠르게 수렴되었습니다.
논의의 방향이 좁혀지던 시점에서 윤성 CD님은 Xs.Ulp(엑설프)라는 개념을 가져왔습니다. 이는 15년간의 프로젝트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기준점을 제시하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나열할지보다, '모든 것을 어떤 기준으로 다시 바라볼까'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tra Small'과 'Unit in the Last Place'.
문자의 최소 단위가 알파벳이듯, 브랜드 경험의 최소 단위는 브랜드 마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동안 만들어온 로고들을 하나씩 분해해 A–Z로 재배열하고, 주기율표처럼 구조화하는 이 방식은 작은 단위로 나누고 다시 조립하면서 구조를 보는 플러스엑스의 사고 흐름이 시각화된 것만 같았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름 그 자체에도 있었는데요. 'Plus X'를 뒤집어 읽으면 'Xs.Ulp'가 됩니다. 브랜드를 해체하고, 가장 작은 단위로 돌아가 다시 조립하는 태도, 바로 그것이 플러스엑스의 방식이었기에, 네이밍 자체가 전시의 내용을 압축하는 직관적인 장치였습니다.
회의실에서 이 개념이 공유되자, 그동안 다른 방향을 가리키던 아이디어들은 하나의 선 위에 정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막연했던 기록들이 '패턴'과 '구조'로 읽히기 시작했고, "아, 이 전시는 여기서 방향이 결정되겠구나"라고 정리되었습니다. Xs.Ulp는 그렇게 우리의 15년 역사를 다시 펼쳐보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디자인 철학을 읽어내는 핵심 언어가 되었습니다.
개념이 정립된 후부터가 오히려 더 어려웠습니다. 추석 연휴를 지나 본격적인 제작 단계로 들어서자, 이제는 '생각의 구조'를 물리적 공간 속에서 구현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처음 주어진 3×3m라는 부스 크기는 무엇을 남기고 덜어낼지 끊임없는 우선순위 판단을 요구했습니다.
전시 디자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시점도 있었습니다. 더 화려한 디자인을 위한 충동이 아니라, 관람자가 들어왔을 때 메시지가 한눈에 읽혀야 한다는 기준 때문이었습니다. 도면과 프로토타입이 빠르게 오가며 구조를 다시 잡았고, 작은 디테일 하나가 전체 인상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3m 기준으로 설계되었던 요소들을 6×3m로 확장하며 협력 업체와의 조율이 더 구체적으로 필요해졌습니다. 전시 공간의 면적을 늘리는 것은 시야의 흐름, 동선의 속도까지 다시 계산해야 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전시는 어느 한 번의 결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고 여러 아이디어가 겹겹이 쌓이고, 때로는 충돌하며 사라지고, 실제 공간에 배치해보는 순간 다시 살아나는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전시의 형태는 그렇게 '계속 확인하고, 다시 놓아보고, 다시 정리하는' 집요한 과정을 통해 더 명확해졌습니다.
준비 과정을 돌아보면, 우리가 만든 구조나 콘셉트보다도 더 선명하게 남은 것은 하나의 전시가 만들어지기까지의 흐름이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겹치고, 방향이 바뀌고, 공간에 놓아보며 다시 정리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남기는지 더 분명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플러스엑스가 15년간 유지해온 태도—작은 단위로 돌아가 다시 정리하고, 구조를 세우는 방식—가 단순히 작업 방법론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온 일관된 철학이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1부에서는 그 과정의 앞쪽을 따라왔다면, 2부에서는 실제로 전시가 공간 안에서 어떤 형태로 서게 되었는지, 현장의 구조와 관람객의 반응, 그리고 전시를 통해 우리가 확인하게 된 지점들을 이어서 기록해보려 합니다.
오프라인 전시의 연장선이자 Plus X의 두 번째 실험인 Xs.Ulp Typefoundry를 온라인에서 경험해보세요. 브랜드의 형태와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달라질 수 있는지, 그 변화를 온라인에서 직접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https://xs.ulp.plus-ex.com
Plus 人(in)spiration – 플러스엑스의 '일' 그리고 '사람'이야기
더하기를 기울여 곱하기로 변화하듯 플러스엑스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함께 일합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다양한 경험을 새롭게 조합해 나가며 늘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플러스엑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