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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ater Feb 24. 2020

Sunset Rollercoaster- My Jinji

음악 리뷰

 타인과 음악을 공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경우가 드물고, 알고 있다고 해도 좋아하고 있을 경우는 더욱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음악 선호 성향은 그만의 은밀한 비밀이 되고, 그 비밀이 커지면 한 사람을 이루는 큰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취향이 정체성이 될 만큼 중요해지면 배타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어떤 이와 취향이 잘 맞는다고 여기면 그의 취향을 '좋다'라고 표현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취향을 '구리다'라고 표현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저 사람은 멜론 Top 100이나 들을 것 같다'라는 말을 욕으로 쓰기도 한다.


반대로 엇비슷한 음악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극적으로 반가워진다. 마치 해외여행에서 자국민을 만나는 것과 같다. 자국민이 바글바글한 여행지에서 자국민을 만나면 별 감흥이 없다가, 기대도 안 한 오지에서 자국민을 만나면 극적으로 반가워지는 것과 같다. 대중가요가 성행하고 더 많은 음악이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같은 음악 성향을 확인하는데 오는 즐거움은 강렬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 음악을 같이 들으며 그중 누구도 불편해하거나 지루해하지 않고 흡족한 마음을 공유하는 경험은 빈번하지 않다. 여기서 더 나아가 대화를 하듯이 이런저런 음악들을 건네며 서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경험이다. 심지어 어제 좋았던 음악이 오늘 듣기 싫어질 수도 있으니, 음악을 들을 때의 타이밍까지 변수로 작용하여 더욱 값진 경험이 된다.




그러한 값진 경험을 몇 달 전 마카오를 여행하면서 얻게 되었다.

호텔 창 밖으로는 새벽 내내 꺼지지 않는 불빛들이 보이면서, 더운 날씨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호텔 방 안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면서, 늦은 시간까지 남은 몇 명의 동료들과 맥주를 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분이 낮에 유적지를 여행하면서 나무 그늘 아래서 음악을 들은 경험을 이야기해줬다. 그때의 시원한 바람과 햇빛이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전해졌다.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묻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각자 평소에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지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엇비슷한 취향을 확인하고, 차례를 돌아가며 서로 자신의 핸드폰을 통해 한 곡씩 선별하며 음악을 들었다. 몇 바퀴가 돌 때 즈음 이 곡이 흘러나왔다.

아침이 오면 다 함께 한국으로 귀국하게 될 것이었고, 휴일을 보낸 뒤 회사에서 다시 함께 일할 사람들이라는 걸 잊었다. 보컬이 없는 기타 반주 부분이 흘러나올 때는 모두 지긋이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어 음악을 들을 지경이었다. 그리고는 곧 빨갖고 조그마한 해가 떠올랐다.


무용한 것들을 나누는 즐거움에 대해 곱씹어 본다.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 보려고 같이 모인 관계지만, 본래 우리가 무용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같이 무용한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닐까



ref.

- Sunset Rollercoaster - My jinji

- 본문 이미지: reddit - r/outrun Sunset Rollercoastersdsa- My JinjiSunset Rollercoaster- My J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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