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 찬양 개론 1장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소수민족의 도시 '사파'. 이곳에 밤이 찾아오면 사파 광장을 중심으로 여행자 거리에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입은 꼬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꼬마 거상들은 좌판을 늘어놓고 물건을 팔기도 하고, 팔찌를 다발로 들고 다니면서 관광객을 보면 사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반면, 물건 파는 재주가 없는 아이들은 어설프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공연을 하고 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도시의 색깔을 만들고 관광객으로 하여금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게 만든다.
밤에 아이 혼자서 물건을 파는 모습은 한편으로 걱정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거리는 주변을 잠시만 둘러보면 사라진다. 아이들 주변에 부모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모들은 멀리서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다.
부모들은 지키는 것 이외에도 아이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부모들에게 어떤 판매방식을 전수받았는가에 따라, 아이들은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무작정 물건을 내밀면서 무릎 위에 물건을 올려놓는 지하철 1호선 전략도 있었고,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면 사진을 못 찍도록 등을 돌리는 보복 전략도 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한 꼬맹이들과 실랑이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꼬맹이들 중에서도 절대 상대해주지 말아야 하는 애들이 있다. 바로 세상 가장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물건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애들이다. 이런 애들은 다른 애들보다 기가 죽어 있다. 물론 연기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이들을 비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본다. 이 전략으로 물건을 판매한 아이는 관광객을 볼 때마다, 매번 풀이 죽은 채로 물건을 사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당당한 모습을 가지고 자랄 수 있도록 밝은 모습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아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게 옳다고 본다.
이 아이들은 사파에서 만난 '꼬마 거상'들 중에서 가장 이쁜 행동을 보여준 남매다. 누나는 사파 광장의 룰을 이해하고 있는 소녀였고, 남동생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천친난만한 아이였다.
관광객들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미소를 띤 표정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응대해주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남동생을 차분히 저지시키고, 모자가 내려가서 얼굴을 가리면 올려주는 등. 관광객과 남동생을 동시에 챙겨주는 모습이 너무 순수하고 예뻐 보였다. 이 모습에 남매들이 판매하는 팔찌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내 옆에 있던 일본인 관광객들도 사진을 찍다가 내가 팔찌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구매했다. 괜스레 일본인 관광객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날 최고의 인기쟁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새침데기 같은 매력으로 능수능란하게 물건을 판매하는 아이였다. 한국어를 알아듣는 것처럼 눈치가 빠른 천재 소녀이기도 하다. 이 꼬맹이의 매력을 경험하기 위해서 많은 관광객들은 기념품을 구매했고, 이 자리를 떠날 줄 몰라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관광객들이 건네는 베트남 머니가 별풍선처럼 보였던 곳이다.
사파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밤마다 아이들을 계속 마주치게 되면서 이색적인 모습은 평범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났다.
"과연 꼬마 거상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세상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믿는 나이에 관광객들에게 받는 스포트라이트. 어쩌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는 매일 밤이 기다려질 수도 있다. 놀이터에 미끄럼틀이 아닌,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로 대신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돈의 맛을 빨리 알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만일 사파의 '꼬마 거상'이었다면, 사파의 밤이 지겨울 때 한 번쯤은 물음 섞인 반항을 했을 것 같다. "엄마는 왜 아무것도 안 하고 나한테만 시켜?" 매일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물건을 파는 일이 지겹고 금방 싫증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아이들은 더 그러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다른 아이들도 하니까, 부모님의 강요로, 돈을 벌기 위해, 그냥 놀이처럼, 등등 꼬마 거상들의 속마음은 제각각일 것이다. 이런 생활을 즐기는 애들도 있을 거고, 억지로 하는 애들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일 뿐 진짜 속마음은 모르지만 말이다.
그냥 관광객 입장에서 쉽게 생각하면 그게 최고인 것 같다.
"그래 꼬맹이들아 건강히 팔찌 많이 팔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