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계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치노트 Aug 11. 2024

커뮤니티서 6년 전부터 등장한 '만화 지샥'

실제로 지샥이 영향 받았는지는 미지수

혹시 사진의 출처를 아시는 분은 꼭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사진의 저작권은 저에게 없으며, 문제시 바로 해당 이미지를 삭제할 계획입니다. (사진=인터넷 캡처)

2018년쯤 온라인에서 재밌게 본 사진이 있었습니다. 카시오(Casio) 지샥(G-SHOCK) 시계의 선들을 펜으로 그어 마치 만화처럼 커스텀한 이미지였습니다. 제가 본 게 2018년일 뿐이지 실제로 커스텀이 된 건 그 전일 수도 있습니다. 


3D처럼 만든 2D는 봤어도 2D처럼 만든 3D는 당시 일부 디자인 샵에서 판매되던 '2D백'을 제외하곤 처음이라 너무 재밌어서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나마 2D백은 가방을 평면으로 만들어놓기라도 했지만, 이 커스텀 시계는 투박하고 입체적인걸론 어디서도 밀리지 않을 지샥을 평평해보이게 만든 점에서 여러모로 참신했습니다.


그대로 사진을 캡처해서 보관했는데, 아쉽게도 출처를 아무리 검색해도 모르겠습니다.


이런저런 키워드를 검색하고 구글에 이미지 검색까지 여러차례 해봤지만 결국 원본을 찾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게 있지 않습니다. 우선 사진 출처는 '인터넷 캡처' 정도로 표기하게 됐습니다만, 혹시 출처를 아시는 분이라면 언제든 댓글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커스텀에 쓰인 지샥 시계 모델의 이름은 GW-9400BTJ-8. 지샥의 상징 격인 DW5600이라던가, 일명 톰크루즈 시계로도 알려진 DW6900 등 다른 시그니처 라인에 비해 굴곡이 훨씬 많이 진 시계입니다.


해당 커스텀 제작자는 시계의 수많은 선들에 굵직한 선을 그어 마치 만화처럼 표현했는데요, 지샥 역시 이런 일부 매니아들의 커스텀을 의식한 건지 비슷한 기법을 사용한 공식 '만화 지샥'인 'GA-2100MNG-7A'를 출시했습니다.

GA-2100MNG-7A. (사진=G-SHOCK 홈페이지 캡처)

팔각형 베젤이 오데마피게의 로얄오크를 닮아 '지얄오크'로도 불리는 GA-2100 모델에 스크린톤 기법을 프린팅한 것입니다. 지샥에 따르면 스크린톤 기법이란 만화가들이 2차원에 그림을 그릴 때 깊이감을 주고자 질감과 음영을 넣을 때 사용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9시 방향에 말풍선을 닮은 인셋 다이얼을 사용하는 등 위트가 넘치는 이 시계는 백판에도 일본어로 '쾅!을 뜻하는 '돈(DON)!'을 새겨넣었습니다. 종이 패키지에 만화 구획을 연상시키는 선들을 넣은 것도 아주 인상적입니다.


특히 재밌는 점은 이번 모델의 베젤과 밴드, 다이얼, 프레임, 기타 구성 요소가 시계마다 조금씩 달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이미지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정말로 만화가들이 손으로 그려낸 듯한 재미를 더했습니다.


사실 저는 지샥이 그간 일부 마니아들의 '2D 만화 커스텀'을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생각도 살짝 합니다. 제가 갖고 있던 사진의 출처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출처를 찾다가 기존에 비슷한 작업을 진행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Shakadrop.builds에 2022년 올라온 지샥 커스텀. (사진=인스타그램 Shakadrop.builds 캡처)

스페인을 중심으로 활동한다고 알려진 'Shaka'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 'Shakadrop.builds'에 지샥 GA2100의 다이얼을 커스텀한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지샥 특유의 입체적이다 못해 볼드한 인덱스와 인디케이터, 핸즈 등을 마치 손으로 그려넣은 것처럼 커스텀한 것이 특징입니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만화 지샥'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샥이 MRG 등 프리미엄 라인을 키우면서도 이런 위트있는 시계를 계속 내놓길 바라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만일 소비자들의 커스텀 수요를 반영한 게 맞다면) 요즘 불황기에 멀어지기 쉬운 시계 브랜드와 소비자들의 사이를 이렇게 친근하게 좁히는 흐름이 몹시 반갑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샥이나 스와치처럼 소비자들에게 친밀한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마케팅이기도 할텐데요.


계속되는 불경기와 물가인상으로 시계 수요는 낮아지고, 반대로 시계 가격은 매년(심지어 몇 차례씩) 오르면서 애호가들의 불만 아닌 불만이 갈수록 커지는 요즘 이렇게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구매자들이 긍정적으로 평을 남기는 선순환이 따뜻해 보였습니다.


애호가에 귀기울이면서 좋고 재밌는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 이런저런 커스텀을 하다가 정말 '정식 제품'이 나왔을 때 화답하는 소비자. 이거야말로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짜릿한 티키타카 아닐까요.


두 번째로, 지샥은 단순한 스포츠워치 브랜드나 한때 유행했던 추억의 시계 정도로 취급되기에 아쉬운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지샥은 1990년대 이후로 언제나 아이코닉했고 파급력 역시 컸습니다.


현대적인 장인정신에 기반한 고유의 헤리티지를 살리면서도, 자신들만의 위트를 앞세워 일주일 중 하루쯤은 시계 애호가들의 손목을 온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개발 과정이 어떻든, 시계 브랜드들의 이런 대담하면서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사로잡는 일탈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 오랜만에 A-ha의 Take on me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