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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치노트 Sep 15. 2024

클래식 음악 마니아를 위한 세이코의 메트로놈 시계

기능으로 시계에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법

세이코 메트로놈 시계. (사진=Seiko 홈페이지 캡처)

독특한 기능을 담은 시계를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는 일도 얼마 없을 겁니다. 의사들이 맥박을 잴 수 있는 펄소미터라던가, 샐러리맨을 위한 전자시계의 전화번호 저장 기능같은 게 대표적이죠.


시계가 필수품이었던 시절, 시계엔 이용자의 성향이나 직업을 반영한 기능이 담겼습니다. 휴대폰에 자리를 내주면서 시계는 악세서리가 됐지만, 그렇다고 그 수많은 기능의 쓸모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 자체로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됐으니까요.


이렇게 스토리를 한가득 담은 '기능적인 디자인'이 심미적인 만족감까지 주는 시계가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그 시계에 대한 이야기는 필요 없을 겁니다. 누가 뭐래도 이 시계는 누군가의 드림워치가 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 맷 흐라넷이 쓴 'A man & His watch'엔 한 레스토랑 셰프가 동업자에게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의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을 선물받은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은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핸들을 잡은 상태로 시간을 볼 수 있도록 다이얼을 45도 기울인 독특한 시계인데, 책에 실린 셰프는 '당신이 우리 레스토랑을 끌어갈 사람이니까'라며 동업자에게 이 시계를 선물받았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할 세이코(Seiko)의 메트로놈 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밌는 점은 세이코 워치가 아닌, 모회사 세이코 인스트루먼트가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다이얼은 바깥엔 계기판처럼 숫자가 빼곡히 쓰여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메트로놈과 튜너 기능에서 사용하는 숫자들입니다.


이 시계는 버튼을 눌러 '메트로놈 모드'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두꺼운 바늘이 달린 시침을 움직여 템포를 설정하면, 그에 맞춰 얇은 분침은 10시와 2시 사이를 오가며 박자를 알려줍니다. 물론 분침이 12시를 지나갈 때마다 소리도 나고요.


세이코는 클래식 등에 자주 쓰이는 템포 60, 72, 120, 132엔 별도로 삼각형 표시를 더해 보다 편리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합니다.

세이코 메트로놈 시계. (사진=Seiko 홈페이지 캡처)

메트로놈을 만드는 회사답게,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아는 거죠. '기능을 통해 시계에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법'은 바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메트로놈들처럼 튜너 기능도 있습니다. 조작 버튼을 눌러 '레퍼런스 톤 모드'로 바꿔 악기 조율에 사용할 수 있는건데요, a와 b플랫 등 노트와 440-442-443 등 피치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기능도 기능이지만 2022년 Good Design Award에서 베스트 100에 꼽힐 정도로 디자인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글라스는 미네랄글라스를 보완한 하드렉스(Hardlex)입니다. 케이스는 두께 10㎜, 가로 36.5㎜, 세로 39.6㎜입니다. 스트랩은 송아지 가죽이군요. 쿼츠로 작동하고, 무브먼트는 PA50이라는 칼리버를 사용했습니다. 


기능을 강조한 스탠다드 라인과 다이얼 색상등을 다양하게 만든 캐주얼 라인 두 종류로 구성했는데, 극찬을 받은 건 오히려 스탠다드 라인인 SMW002A와 SMW006A 쪽입니다.


사실 메트로놈을 두고 굳이 이 시계를 누가 쓰겠냐고 반문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정답은 방금 말씀드린 '라이프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이코는 "문득 전철에서 악보를 보면서 '이 템포 어느정도였지?' 싶을 때 시계 바늘이 템포를 가르쳐줍니다"라고 소개합니다. "무대에서 A의 소리를 확인하고 싶으면 시계를 살짝 귓가에 가져다 대 몰래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는 깜찍한 문구도 더했더군요.


하지만 핵심은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살며시 다가가는 새로운 컨셉의 시계입니다."


유명 시계 블로거 겸 유튜버 'Teddy Baldassarre' 역시 세이코의 메트로놈 시계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세이코 워치의 모회사 세이코 인스트루먼트(Seiko Instruments)는 프린터부터 알람 시계, 의료 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만든다"며 "메트로놈 시계는 흥미로운 표현을 찾을 수 있는 뮤지션의 도구를 기치로 내걸고 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세이코 메트로놈 시계. (사진=Seiko 홈페이지 캡처)

세이코 자신들도 이 시계의 디자인이 꽤나 매력적인 걸 아는 것 같습니다. 자사 홈페이지에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다이얼 레이아웃은 악기를 연주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메트로놈이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할 정도니까요.


끝으로 기술 이야기를 짧게 해보고 싶습니다.


세이코 메트로놈은 다른 아날로그 시계들과 달리 핸즈가 시계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요, 세이코는 이를 위해 각 바늘을 구동하는 2개 모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 모터의 회전 방향과 속도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기술을 도입해 '작지만 제대로 된 진자의 움직임'을 구현했다고 하는군요. 특히 소형화 모듈을 사용해 시계 두께를 줄였다고 합니다.


- 클래식 팬들이 좋아할 법한 시계를 소개했지만. 정작 이 글은 에어로스미스의 'One way street'을 들으면서 썼습니다. 퀸이 떠오르는 초창기 스티브 타일러의 소년같으면서도 탁한 보컬과 피아노, 할리데이비슨 엔진 소리를 닮은 ZZ TOP 스타일의 미국 하드락 리듬과 기타는 '맛있는 음악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유쾌한데 장난스럽고, 밝은데 능글맞은 건 언제나 치트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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