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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치노트 Oct 21. 2024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닮은 오츠카 로텍의 '넘버 6'

철저히 담담하고 기능적이어서 로맨틱한

이 레트로그레이드는 보기만 해도 옛날 앰프나 라디오, 또는 자동차 계기판이 떠오릅니다. 마침 스프링 중 하나는 일렉트릭 1번 기타줄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츠카 로텍의 넘버6. (사진=카타야마 지로 인스타그램 @jiro.katayama 캡처)


외관은 분명 담담하고, 기능적이고, 고전적이지만 어딘지 눈길을 끌 정도로 담담하고 기능적이고 고전적이어서 역설적으로 로맨틱합니다.


처음 봤을 땐 아랫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잘린 글래스와 정갈한 레트로 그레이드는 지브리 만화가 떠오르지만, 딱딱하리만치 기능적으로 생긴 다이얼 때문에 감성적인 여지가 절제되다가도, 문득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보이는 이 다이얼에 어떤 스토리가 담겨있는 것만 같은 호기심이 듭니다.


와인 시음회 같은 평을 남기게 만드는 이 시계는 오츠카 로텍(ŌTSUKA LŌTEC)의 '넘버 식스(№ 6)'입니다. 이름마저도 기계와 향수의 인상이 공존하니 그야말로 예술이네요. 괜히 올해 GPHG에 노미네이트된 시계가 아닌가봅니다.


케이스 소재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직경은 42.6mm입니다. 베젤은 8개 나사로 고정했고, 2시엔 기계장치의 나사가 떠오르는 크라운이 부착됐습니다. 모노크롬같은 시계 전문 미디어에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있는 기계 장치같다'고 평을 했군요.

오츠카 로텍의 넘버6 무브먼트. (사진=카타야마 지로 인스타그램 @jiro.katayama 캡처)

2015년 출시된 이 모델은 초기에 미네랄 글래스를 사용했지만, 이후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적용했습니다.


포브스 등의 리뷰에 따르면, 오츠카 로텍은 그간 일본의 워치메이커들이 보여준 전통적인 디자인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대신 손목만 봐도 스팀펑크 영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레트로 퓨처리스틱한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갖춰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츠카 로텍을 이끄는 독립시계제작자 카타야마 지로(Jiro Katayama)는 자동차 업계에서 근무하던 산업 디자이너 출신으로 30대 중반인 2008년에 시계 제작을 업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독특한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는 물체로 시계를 택하고, 미요타 무브먼트를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기술을 배운 겁니다. 오츠카 지역에 거주하던 그는 수십년이 된 장비들로 만든 시계라는 의미를 담아 '로우 테크'라는 단어를 조합해 '오츠카 로텍'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자신만의 감성에 충실하게 레트로 그레이드 등을 적용한 '산업적이지만 고전적인' 디자인이 완성됐습니다.

카타야마 지로. (사진=카타야마 지로 인스타그램 @jiro.katayama 캡처)

다만 그는 예스러운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과거를 답습하진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포브스 인터뷰에서 "과거에서 영감을 받아 옛 것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새로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보니 '레트로 퓨처리스틱'이라는 수식어가 왜 그를 따라다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츠카 로텍의 넘버7.5. (사진=카타야마 지로 인스타그램 @jiro.katayama 캡처)

끝으로, 어느 브랜드나 마찬가지지만, PR의 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오츠카 로텍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오카하라 케이스케(Keisuke Okahara)씨는 일본의 대표적인 독립시계 제작자인 아사오카 하지메(HajIme Asaoka)의 동명 브랜드와 또 다른 브랜드인 쿠로노 도쿄(Kurono Tokyo)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카타야마 지로가 아사오카 하지메의 회사인 '프리시전 와치 도쿄(Precision Watch Tokyo)'와 함께 일하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연계가 가능한 일일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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