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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부는날 Aug 09. 2023

쓴다.

영화 [비밀의 언덕]을 보고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명은이는 글쓰기에 재주가 있는 아이다. 선생님은 명은이가 섬세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며 글을 써보라고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물음을 시작할 무렵의 명은이에게 글쓰기는 증명의 소중한 수단이 되었다. 환경, 평화와 같은 주제에 대해 쓸 때 그 앞에 쌓인 수많은 책들 안에서 잘 다듬어진 답을 찾으며 자신이 되고 싶은 나에 대한 답을 함께 찾고 있었다.


혜진이의 글을 통해 명은이의 껍질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결국 날 것의 마음을 원고지에 툭 내놓았을 때.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을 쓰고 말았을 때, 내 마음도 같이 울렁거렸다. 상은 거절했더라도 그 글을 쓰기 전과 후의 명은이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어떤 어른의 말보다 언덕에 묻은 자신의 글이 마음을 어루만졌다. 비로소 명은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고 그런 자신이 싫지 않았다.


어릴 적 쓰던 일기장이 떠올랐다. 학교에 제출하지 않는 일기장을 쓰기 시작한 게 언제더라. 거기에 쏟아놓은 수많은 비밀 이야기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잠긴 방 안에서 그 노트를 펼치던 마음은 생생하다. 블로그를 열어 글을 쓸 때도, 아이를 재우고 여기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쓸 때도 다 같은 마음이었다.


쓴다는 것은,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바로 보겠다는 의지이자 결국 내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자신이 되어가는 명은이의 반짝이는 눈빛이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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