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첫 수술 후, 무려 SVIP실에서의 4박 5일
응급수술을 마치고 나와 입원실을 결정해야 하는데, 1인실은 현재 없고 SVIP 실이 남아 있고, 그마저도 아니면 다인실에 가야 한다고 했다. 쿨 하게 남편은 SVIP실로 결정했고, 4박 5일 동안 입원실에서 푹 쉬었다.
(1인실 > VIP실 > SVIP실 > VVIP실 순서)
이틀 후, 1인실 자리가 났다고 하여 방을 옮길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짐을 바리바리 풀어놓고, 또 남편이 계속 옆에서 자고 함께 있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이라도 함께 편하게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 평생 한 두 번 있는 이벤트인데 그냥 FLEX 하자!!
남편은 혹시라도 내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된다면, 보호자로 병실에서 직접 간호하는 것을 좀 꺼려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두려워(?)하는 듯했다. 우선 남편이 어렸을 때 큰 수술을 몇 번 받았던지라 극도로 병실을 싫어하고, 또 피 보는 것을 못한다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우선 소변줄을 꼽고 있고, 이 틀 정도는 혼자 움직이기 어려워서 간호를 하면서 오로 패드도 갈아주어야 한다. 반평생 생리를 한 여자들은 오로가 유난히 양이 많고 긴 - 생리 정도라고 생각되지만, 남자들에게는 울컥울컥 나오는 피 덩어리이겠지.
나 또한 남편이 조금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니, '그래, 차라리 여자로서 지킬 것은(?) 지키자. 남편도 저렇게 까지 어려워하는데 굳이 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라고 생각했다.
출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연분만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남편이 지정 보호자로 출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왕절개 수술일을 잡고 나오면서, 엄마에게 보호자 부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의논할 참이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응급수술을 해 버렸지모야!
수술 후, 첫날밤과 이튿날 온전히 하루가 가장 힘들었다. 출산 후, 자궁이 다시 수축하며 작아져야 하는데, 그 수축하는 자궁벽을 갈라서 다시 꿰매었으니 아랫배가 계속 통증으로 울부짖는 느낌이었다. 출산 시간이 거의 자정에 가까워서 밤낮도 흐려지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 데다가 침실은 암막커튼으로 꼭 닫혀있어서 시간의 흐름도 알기 어려웠다. 아직까지 첫 출산의 비현실적인 시간들이 쭉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금 정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핸드폰으로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연락했다. 마침 출산일 근처가 내 생일이어서 카카오톡 생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많은 분들께 축하와 격려를 받았다. 순산을 기원해 주신 분들, 감사하게도 선물을 챙겨주신 분들 등, 하나하나 채팅창을 내려보며 혹시 감사인사를 빼놓은 분들은 없는지 찬찬히 살폈다.
아직 아기는 보지 못했는데, 배에는 이제 통통거리던 생명이 없고, 장기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려고 꿀렁꿀렁 거리는 느낌들이 태동을 대신하고 있다. 철분이 부족하여 주사를 추가해서 맞고, 소변줄도 다시 위치를 좀 만졌는데 아프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남편은 거실에서 널브러져서 자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문을 휙휙 열고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청소 여사님, 식사 여사님 등등 들어오시니, 그때마다 혼비백산 옷 챙겨 입거나 소파에 앉아 있던 척하기 바빴다 - 병실 특성상, 안에서 열어줘야 들어오는 것이 아닌 인기척 후, 바로 문을 여신다.
남편 혼자 2번 신생아실 면회에 다녀왔다. 다른 남편들은 모두 부인이랑 같이 와서 아가 보면서 둘이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고 조잘조잘 감동을 나누는데, 나는 계속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 남편은 회사 일정으로 면회시간을 못 맞추기도 하는 등, 둘이 신생아실 면회는 한 번 밖에 하지 못하였다.
병원밥은 Great! 는 아니었지만,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을 가진 나에게는 무난한 밥상이었다. 조금 맛이 없을 때는 '환자식이니까 그렇겠지? 조리원 가면 더 맛있게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희망을 가졌다.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삼시 세 끼를 다른 사람이 차려주는 밥을 먹으니 아주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로서의 삶이 시작된다니, 아직은 내가 인큐베이터에 있는 것처럼 입원실에 있고, 아이는 신생아실에서 자라고 있다. 곧 더 큰 인큐베이터(조리원)에 가서 본격 엄마 연습을 조금 더 한 다음에 세상에 함께 나가겠지?
시간이 느린 듯 빠르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