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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Nov 11. 2022

그놈의 입방정이 문제지

주변에 나 빼고 다 걸렸어!라고 말한 다음날 걸렸습니다...

우리는 코로나 직전에 다행히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마쳤으나, 결혼 후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코로나와 쭈욱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임신 시기와 출산 후 아기가 신생아였을 때 극심한 코로나 공포에 시달렸었고, 특히 임신 막달에는 코로나 확진된 임산부가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분만을 했다는 둥, 확진 후 찾아오는 연쇄적인 후폭풍 등이 대단할 때여서, 더더욱 조심하며 지내게 되었다. 아기가 태어나고, 신생아 아기를 처음 만나러 온 양가 부모님은 신랑의 타이트한 관리감독(?)하에 자가 키트 후 입장 가능했고, 백일을 축하해주러 온 직계가족들도 열심히 그들의 결백을 증명한 후 꼬물이와 조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신생아, 백일, 이백일을 잘 지내고 이제 다가오는 돌 준비를 하고 있는 10개월 차 아기가 되었다. 


그 사이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환경도 많이 변했다. 확진 후 후폭풍은 과하지 않으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질병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변했으며 특히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을 경험한 사람은 어림잡아도 8-90% 되는 것 같다. 나도 아기와 둘이 시간을 하루 종일 보내는 집순이에서 문화센터도 다니고 같은 아파트 육아맘들과 공동육아라는 것도 시작해 보며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또 벗기도 하는 자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주 월, 화는 유난히 평일 치고 일정이 많았다. 월요일 문화센터 이후, 문화센터에 같이 다니는 육아맘 둘과 같이 점심 겸 차를 한잔 하면서 열심히 수다도 떨고, 장도 같이 봤으며 화요일은 점심부터 우리 집에서 공동육아, 그리고 저녁에는 결혼 전 열과 성의를 다해 활동하던 성당 성가대 동생이 놀러 와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집에서 편하게 먹어서 그런지, 아이가 잠든 이후 늦게까지도 수다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주변 코로나 확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자랑(?)스럽게 


    '주변에서 걸린 사람이 정말 많은데, 우리는 아직 안 걸렸어.' 

        '어, 언니 저도 아직 코로나 안 걸렸어요!' 

    '오 여기는 청정구역이구만!' 


그리고 다음날인 수요일 밤부터, 나는 고열과 오한 증상을 동반한 아주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을 보였고, 다음날 가장 일찍 문 연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집에서 두 번이나 실시해본 자가 키트에서 양성반응이 보이지 않아서 설마 독감이나 다른 감기몸살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이 우선 문진을 하시고 목을 살펴보시더니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하시고 대조선이 뜰 때까지 기다리신 후 바로 보여주시며 코로나 확진을 땅땅땅해 주셨다. 음...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남편은 코로나 확진 결과를 전달받고 즉시 시어머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사실 그날은 시어머님 생일을 맞이해서 서울에 있는 호텔에 숙박도 잡고, 박물관 구경도 하고 근사한 밥도 먹으려고 오랫동안 계획한 일정을 위해 아침부터 청도에서 어머님과 아가씨가 조카를 데리고 상경을 준비하고 있었다. 졸지에 나는 이 모든 계획을 수포로 만든 못난 며느리가 되었다. 물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막상 타이밍이 이렇게 되니 평소에도 딱히 잘하는 것 없는 며느리인데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어머님 생일상이라도 차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한 솥 끓인 미역국과 소갈비찜은 내 격리기간을 책임질 음식으로 전락했고, 평소라면 몇 조각 못 먹는 소갈비찜을 한 솥이나 혼자 다 먹게 되는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왜 하필 그 주에 우리 집에서 만나서 공동육아를 하자고 했을까. 또 문화센터 마치고 내가 한번 사겠다고 빵과 음료를 사고 오랜 시간 수다를 떨었을까!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나와 월요일, 화요일에 만난 사람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기 엄마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나와 같이 코로나 청정구역을 외치던 성당 후배한테도 연락하기가 민망했다. 


병원에서 아기는 아직 증상은 없다고 하자, 잠복기 일수도 있으니 며칠간 잘 지켜보고, 열이 나면 우선 병원으로 오라고 한다. 10개월 우리 아기... 잘 넘어갈 수 있겠지...?


역시 입이 방정이다, 입방정 떨지 말자 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가 보다. 


입과 혀라는 것은 화와 근심의 문이요, 몸을 죽이는 도끼와 같다. 

- 명심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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