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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랑고랑 Jul 27. 2021

그렇게 여행이 그립다.

코로나19 썅썅바

여행의 느낌      


  필라테스를 10개월째 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필라테스를 할 때마다 흉곽을 닫으라는, 척추를 하나하나 접으라는 강사님의 말씀은 잘 들리지 않고 동작을 하면서도 자꾸 예전에 간 여행의 ‘느낌’들이 떠오른다.


생각이 아니라 오감의 느낌이다.

체르마트에 가서 먹었던 푸드코트의 통통하던 소시지의 그 맛,

숙소에서 아이가 비눗방울을 날리는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맡은 냄비밥의 냄새,

너무 덥던 레고랜드에서 막 샀는데, 미적지근해서 욕 나왔던 생수병의 온도,

그냥 여행자라면 절대 안 가겠지만, 5살 아이 엄마라 가야 했던 독일 동네의 작은 놀이터의 석양이 드리워진 공기 자꾸 그런 게 생각이 난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보면 세계를 다 갈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여행 따위 필요 없다던 아버지의 밑에서 큰 나는 내가 크면 내가 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찍어버릴 거야!! 라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자라났다.

성인이 된 이후엔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하고 과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초특가로 나온 15만 원짜리 일본 여행까지 다니면서 아 여행은 너무 좋구나. 여행 가서 삼각김밥만 먹을지언정, 사과 하나를 사먹을까 말까 고민하더라도 정말 나는 평생 여행하리라 라는 생각이 가지고 살아왔다. 결혼 이후엔 남편은 나의 여행에 개의치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가열하게 여행을 다녔다.

몇 년에 한 번씩 빚을 내서라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 돈을 번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에 “어머님, 그럼 여행을 갈 수 없잖아요.”라며 반박하던 며느리는 그 말의 정점을 찍기 위해 결혼 10주년을 앞두고 5살 꼬맹이와 해외에 출장 외에 놀러 나가본 적이 거의 없는 남편을 끼고 독일과 스위스 30일 여행을 계획을 짜서 출발했다.


  돈은 미래의 내가 갚을 거라면서.      


  코로나 19가 온 세계를 휩쓸기 전 내가 한 짓 중 가장 잘한 짓이었다.      


  여행 내내 블로그를 하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어디에 다녀온지 정확히 기억날 줄 알았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정확한 여행지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은 블로그가 해주겠지)


내가 오로지 기억하는 것은 그 때의 공기의 온도나 하늘의 색깔이나 마을의 냄새 같은 것 뿐이다.


그런 감정들이 너무 넘실거려서 이 글을 써본다. 예전에 브런치를 도전했을 때는 이걸로 책을 내겠어! 라는 마음이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어딘가 토해 나야지만 마음이 나아질거 같아 이 글을 쓴다. 코로나 이전의 여행이 마치 전생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요즘, 오로지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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