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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Apr 30. 2020

다음에 만날 때는 꼭,

다음이 말하는 인생의 목표

2017년 3월 15일에 작성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빠져나오다가 식당 앞에서 할머니 두 분이 서로의 손을 꼭 쥐며 당부의 말을 나누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꼭, 건강히 다시 만납시다.

그 말을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가 이상하게도 찌르르하게 가슴속에 남는다. 의미 없어 보였던 형식적인 안부의 말이 그렇게 가슴을 울릴 수가 있나. 그러다가도 생각해보면 나도 지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다음을 약속할 때 건네는 안부의 말을 시기에 따라 나름대로 선별했던 것 같다.

취직하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다시 만날 때까지 퇴사하면 안 돼!"
취업난의 쓴맛을 볼 때는 "다음에 볼 때는 월급으로 밥 살게!"
대학을 다닐 때는 "시험 잘 보고 연락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내일 보자."

안부의 말에 진심을 담은 적은 많지 않다.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며 상대와 내가 가장 공감하는 인생의 화두를 기사의 헤드라인처럼 콕 집어서 말했고 지금도 그렇다.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던, 세상도 가끔 비웃는 중학교 3학년 때 썼던 일기장에 이런 말이 있다.

'중학교 때는 좋은 고등학교에, 고등학교에 가면 좋은 대학교에, 대학교에 가면 좋은 회사에, 좋은 회사에 가면 결혼에, 결혼하고 나면 자식 농사에, 자식 농사를 하고 나면 결국 죽기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나 열심히 사는 건가?'

세상과 자아에 혼란을 느끼고 자신에 심취했던 시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문제는 그리고 10여 년의 세월이 더 지났음에도 삶의 허무함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  ,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며 인생에 대한 기준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낀다. 아니, 애초에 인생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없었기에 정처 없이 흔들리는 것이 맞겠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내가 정의하는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과 일과 수많은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고민의 끝에 해답이 없음을 알고 무력함을 여러 번 느끼다가 결국 선택한 것은 도피. 한 잔의 술에 지워버리고, 한 번의 웃음에 흐리게 만들고, 한 번의 수다에 망각해버린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항상 나름의 목표를 세운다. 우리가 아니라면,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리고 그 작은 목표들이 모여서 삶의 일부를  차지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삶의 구성 요소가 모여 어떤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혹여나 살아 있음에 그저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다음에 만날 때는 꼭, 인생의 의미를 찾았기를 바란다.



+ 2020. 4. 30. 처음 브런치 작가 지원할 때 올렸던 글인데 떨어져서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찾아봤다. 3년 전의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니 놀랍다. 그때는 더 어리고 영특했나 보다. 지금은 속세와 타협해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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