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스코틀랜드에서 공부할 때 만난 프랑스인 Loussine라는 친구와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다가 급하게 정한 결정이었다. Paris에 오면 일단 이 맛집을 가야 하고 Paris 말고 이런 지역도 있으니 꼭 가봐. 프랑스인 친구에게 직접 프랑스 여행 코스 추천을 받았으니 어찌 안 갈 수가 있으랴.
영국 런던 St Pancras International 역에서 프랑스 파리 Gare du Nord 역으로 가는 Eurostar 기차에 몸을 실었다. 숙소는 Asnières-sur-Seine 지역으로. 프랑스 파리 시내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걷는 걸 좋아하기에 하루에 3~4시간 뚜벅뚜벅 걸을 생각을 하고 파리 외곽지역에 위치한 이곳에 머물기로 했다. 알고 보니 1800년대 후반 Georges Seurat, Vincent Van Gogh 등의 화가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지역. 뮤지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의 모티브가 된 Georges Seurat의 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그림의 실제 장소를 볼 수 있다니. 이 이유만으로 이곳에 갈 이유가 생겼다.
Île de la Jatte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 A. Sisley (1873)
The Seine with the Pont De La Grande Jatte - V. Van Gogh (1887)
작은 섬이다. 옛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왜 이곳을 그토록 좋아했을까. 당시에는 파리 중심부에서 조금 걸으면 갈 수 있는, 자연이 있는 한적한 섬 동네였을까.
나이가 들었나 보다. 좋아하는 화가들이 걸었던 거리를 걷는 것. 그들이 어쩌면 앉았을 벤치에 앉아서 또한 글을 끄적여보는 것이 홀로 여행의 낭만이지 않을까 싶다.
Café Saint Honoré
커피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크루아상
프랑스 카페를 가면 아침 세트 메뉴로 커피와 오렌지 주스 그리고 크루아상이 있다. 생각해 보면 속 쓰림의 종합세트인 커피와 주스인데, 이 조합도 꽤 괜찮았다. 새로운 단짠의 맛이랄까. 달콤하고 시큼한 오렌지 주스와 부드럽고 찐한 커피는 나름 궁합이 잘 맞았다. 한국 돈으로 4000~5000원 정도. 영국에서 이만큼 주문하면 8000~9000원 정도 할 텐데,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이 들어 아침 열심히 이 카페 저 카페 돌아다녔던 것 같다.
Louvre Museum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여러 명소들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하게 된다. 내일 가볼 곳을 미리 검색해서 이곳이 왜 지어졌으며누가 디자인했고 당시 사람들에게 이 건축물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등.
Eiffel Tower 에펠 탑
에펠탑
고대부터 인간들은 크고 높은 것을 갈망하는 습성이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이 행위를 신에게 도전하는 행위라고 설명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이것을 통해 재력과 영향력을 표출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또한 누군가는 이것을 인간이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도전정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에펠탑은 아무 쓸모가 없는 '무엇'이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도 아니고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아주 보기 싫은, 아무 기능도 없는 '무엇'이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아무 의미 없는 것을 보려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로 온다는 것은, 에펠탑을 "가장 가치 있지만 쓸모없는 '무엇'이다"라고 볼 수도 있겠다.
River Seine 센 강
센 강
도시 혹은 마을이 어떻게 형성이 되는지 보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부분들이 많다. 일단 생명에 꼭 필요한 '물'이 있는 곳, 강을 주변으로 거주지가 형성이 되고 사람들이 모이기에 식료품점, 음식점 등과 같은 상점들이 자연스레 생긴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서 휴식할 수 있는 공원과 교회, 성당, 절과 같은 종교시설 등등.
배낭여행을 할 때에 한 도시에 일정 기간 머물며 도시의 구조를 파악해 직접 지도를 그려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다 싶다.
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
노트르담 드 파리
빅터 휴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노트르담의 꼽추>의 주 배경이 되는 파리에 있는 대성당. <노트르담의 꼽추> 뮤지컬을 공부하면서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여러 영상들과 사진들을 보아왔지만 실제 앞에 서서 올려다보니 꼽추 '콰지모도'가 저 위에서 파리 시민들을 바라봤을 심정이 더욱 그려진다. 곳곳 보이는 가고일들과 대화를 나누는 콰지모도의 모습도 상상이 된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로빈 윌리엄스의 캐릭터와 맷 데이먼의 캐릭터가 공원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기억이 난다. 로빈 윌리엄스의 캐릭터가 이런 말을 던진다. 본인이 단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다고 해서 고아의 삶이 어떤지 과연 이해할 수 있겠냐는. 네가 책을 통해서 여러 정보들을 접하고 또한 여러 예술작품들을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 얘기할 수 있겠다만, 그것들을 통해서 네가 진심으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는. (이 대화를 통해 맷 데이먼의 캐릭터는 환자 서류에 기록된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본모습이 담긴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Panthéon 판테온
팡테옹, 프랑스 파리
The 18th arrondissement
몽마르트 골목 (1)
몽마르트 골목 (2)
Montmartre몽마르트
구불구불한 골목거리들이 많다. 약 200년 전,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곳. 물랑루주 뒤쪽으로 골목 타고 계속 걷는 이 길. 왜 이곳으로 예술가들이 많이 모였을까 생각을 해본다.
Pontorson
Pontorson, France
파리를 떠나 '퐁토송'이라는 곳으로 떠났다. 시골이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면 옥수수밭. 오른쪽으로 돌려도 옥수수밭이다. 평생 이렇게 시야가 확 트이는 곳에 가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외국의 공포영화들을 보면 옥수수밭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번 들어가 길을 잃으면 평생 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근처에 아무도 없는데 밭 안에서 사브작 사브작 소리가 들리는, 두려움과 공포의 요소로 등장을 한다. 한국인으로서 그동안 이런 영화를 볼 적에 이게 뭐가 그리 무섭나 싶었지만 실제로 보니 꽤 서양인들이 옥수수밭을 무서워했을 만하다 싶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에 들어가 한번 길을 잃으면 정말로 영영 못 나올 것만 같았다.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공감과 이해를 하기가 힘든 경우들이 많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보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떠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무언가를 조금 더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Mont Saint-Michel몽셍미셸
Mont-Saint Michel
Mont-Saint Michel Abbey
몽셍미셸 골목
Loussine가 적극 추천해 준 곳이다. 몽셍미셸. 영화에 나오는 여러 성들의 모티프로 사용된 이곳. 디즈니 만화 영화 인트로 영상에 나오는 마법의 성처럼 보이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고대의 요새처럼 보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한때는 감옥으로도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는 '형벌과 고립'이라 여겨지던 곳이, 누군가에게는 '안전한 요새'. 현대에 와서는 아름다운 관광명소로 평가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Saint Malo셍 말로
Saint-Malo
Saint-Malo 골목
숙소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추천해 준 곳이다. 숙소에서 2시간 정도 기차 타면 갈 수 있는 곳.
온 마을 전체가 성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을 몇 바퀴 돈 후 함성을 지르면 과연 정말 이 성벽들이 무너질까 생각을 해봤다. '소리' 또한 에너지이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다 같이 동일한 소리를 큰 소리로 내면 분명 무언가를 움직일만한 힘이 생길 것이다.
처음 보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이기에 안에 들어가 구경할 때에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적이 쳐들어와도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겠지. 게임 속에서나 영화를 볼 때에 성을 함락시키면 그 마을 전체를 다 얻는 것이나 다름없는 설정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수많은 뮤지컬의 배경으로 나오는 1800년대의 프랑스. 이곳에서 2주간 생활을 해보며 극 중 인물들의 심리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반 고흐, 조르주 세우라트 등의 화가들이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랑트 자트섬. 노트르담 대성당 꼭대기에서 콰지모도 꼽추가 내려다봤을 파리. 에릭 사티, 드뷔시 등 피아니스트/작곡가들이 살며 영감을 받았을 몽마르트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