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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택근 Nov 15. 2023

택근이, 학교에서

10년 전의 '나'

2013년 1월 겨울. 


 친구와 몰래 학교 녹음실에 들어가 밤새 녹음한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밤 10시가 지나면 학교 건물이 잠겨 버렸었기에 사실상 들어가면 해가 뜰 때까지 밖에 나오지 못하는, 스스로를 감금했던 것이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 싶고, 사서 고생했구나 생각이 들지만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은 좋은 추억입니다.


이 곡들을 녹음할 당시에 저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것 같아요. 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휴학 후 군 입대를 할지 아니면 새로운 것을 해볼지 고민을 많이 했었답니다. 20대에 첫 발을 들이고 주어진 ‘선택’이라는 것에 겁도 먹고 우물쭈물하던 시절이었죠. 미성숙하고 방황하는 당시의 '나'를 간직하고 싶었던 걸까요. 생각이 많던 한 청년의 모습이 녹음 소리에 고스란히 그려지는 것 같네요.  

김치가 해를 지나면서 익어가듯이, 녹음해서 기록한 ‘소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당시에는 듣기 싫었던 저의 연주 소리였지만 이제야 그 소리들을 그 소리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녹음소리들은 10년 정도 제 USB에 담겨있던 곡들입니다. 조금씩 잊혀 가던 곡들이에요. 당시 저에게 소중하고 감사하던 이들에게 CD로 구워서 선물해 준 기억도 있네요. 

예전에는 CD를 구매해 음악을 소유하는 개념이 있었죠. 요즘에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해 음악을 대여해서 듣는, 도서관과 같이 변함을 보고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도 있지만 우리가 도서관 가서 책을 빌리고는 그 빌린 책들을 기간 내에 읽기 위해 노력하고 또 따로 노트장에 옮겨 적기도 하듯이, 음악도 그러함을 느낍니다. 영원히 간직할 내 소유가 아닌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라 생각한다면 한 곡 한 곡 소중히 듣게 되는 것 같아요.

 

10년 전 녹음한 이 곡들을 모아서 이곳에 올립니다. 물론 유튜브도 20년, 30년이 지나도 계속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유튜브가 사라지면 제가 올린 영상들도 사라지겠죠. 

하지만 지금 현재, 많은 분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는 방법은 이곳 같습니다. 제 유튜브가 무언가를 기록하는 CD, 카세트테이프인 것이죠. 


찬양과 관련된 영상들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찬양 반주 영상들로 가득했던 제 채널이, 이제는 저의 개인적인 공간, 제 삶이 담긴 일기 영상 그리고 제가 관심 있는 것들로 관련된 영상들로 채워져 가고 있네요.  

그럼에도 계속 구독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영상들을 만들어 기록을 할지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리로든 글로든 사진으로든 영상으로든 '기록'하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남은 2023년, 구독자분들도 무언가를 기록해서 이 순간을 기억하실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25zDBVt5n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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