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해제 2시간 전
2년 동안 코로나를 잘 피해 다녔다.
그러다 이번 주 월요일, 알 수 없는 목의 불편함, 아니 불편하다 못해 막대기 같은 걸로 쿡쿡 찌르는 느낌에 싸해 급하게 자가 키트를 해보니 첫 번째 줄부터 진하게 나오는 게 아닌가! 엄마와 나는 양성, 아빠와 언니는 음성. 그렇게 허둥지둥 방 안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첫째 날은 정말 힘들었다. 정확한 온도를 재진 못했지만 몸은 뜨거운데 이불속에서는 덜덜 떨고 있었다. 이럴 때는 이불을 오히려 덮지 말아야 한다는 글을 봤지만 정신이 반쯤 나가 있어 춥다는 본능에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타이레놀로 버티다 보니 열은 내렸지만 2일~4일 차까지는 인후통과의 싸움이었다. 세상에 침 삼키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 줄이야.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칼을 삼키는 같다는 말이 이 느낌이구나. 여기에 현실감 있는 고통으로 설명하자면 입이 마를 때까지 달리기를 한 후에 한 방울의 침도 없는 상태에서 억지로 침을 삼켜야 할 때의 고통 x30정도였다. 침을 뱉으면 피가 나올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걸 계속 느끼니 절망적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적절했다.
처음 코로나 검사한 곳(소아과)에서는 인후통 관련 약을 가글밖에 처방을 안 해줘서 결국에는 이비인후과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민폐 같은 생각에 비대면 진료로 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자기네 병원 오는 것은 합법(?)이라며 상태를 직접 보고 처방 내리시겠다고 하셔서 정말 오랜만에 외출도 해봤다. 목 상태는 정말 심각했다. 목젖 옆이 부어있었고 목구멍 옆쪽이라 해야 하나 그쪽에는 하얀 염증이 생겨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아팠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속으로 울며 ‘맞아요… 정말 아팠어요ㅠㅠ’ 나의 아픔에 동감해주신 것에 감동을 먹었다. 폐 쪽에는 다행히 문제는 없었고 처방 내려주신 인후통 약이 얼마나 잘 듣던지 그날 먹고 바로 잠들었는데 일어났을 때 인후통이 1/3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괜히 가깝다고 소아과를 갈 것이 아니라 코로나는 이비인후과를 가야 하는구나를 배웠다.
지금은 격리 해제 2시간 전이다. 컨디션이 정상 수준이지만 약간에 가래와 하품할 때에 인후통은 조금 남아있다. 코로나에 직접적으로 걸린 이유는 수영장에서 감염된 것이라고밖에 추정이 안된다. 다만 6개월 넘게 다녔는데도 지금 걸린 것이라면 지난주 잠을 잘 못 자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을 주 이유로 삼겠다. 결론은 코로나가 면역력 떨어진 주인을 잘 찾았다는 점. 앞으로는 운동도 무리하지 않고 잠도 잘 자야겠다는 생각이다. 자영업자여서 쉬면 내 손해이지만 어정쩡하게 쉬어서 시름시름 앓는 것보다 한번 쉴 때 푹 쉬자는 생각에 이번 주는 일에 거의 손도 안 댔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일부터는 열심히 살아야겠다.
코로나는 약한 사람은 잘 알아보니 얕보지 말고 건강하게 살자. 코로나 환자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