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정리
우리 집엔 2009년부터 써오던 양문형 냉장고가 있다.
거진 15년째 사용하다 보니 손잡이 지지봉 쪽은 약해졌고 양쪽 문 높이는 달라졌으며 장식으로 달린 큐빅은 떨어졌다. 이사를 두 번이나 다녔으니 성한 곳이 있을 리가. 아무튼 곧 이 냉장고를 처분할 예정이라 미리 정리할 겸 내용물을 다 꺼내고 정리했다.
우리 집은 (특히 아빠) 냉장고를 만능 창고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다 넣고 보는데 정리하다 2019년 칵테일과일 통조림을 발견하고 좀 흠칫함.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요. 언제 만들어놓은지 알 수 없는 메밀국수 진액, 유통기한을 모르는 콩가루 등 그냥 이번 기회에 다 버렸다.
정리하다 보니 요즘 인기 있는 브라이언 청소광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청소를 하니 내 마음의 묵은 때도 없어지는 기분. 왜 사람도 미련을 가지면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인데 (오 미련 마련 라임ㅋ) 냉장고 정리가 마치 마음 정리를 시각화한 것 같았다. 깊숙이 박혀있던 음식물 쓰레기들을 정리해야 공간이 생기면서 또 신선한 음식들을 놓을 자리가 생기니까. 된장이나 간장처럼 숙성되는 감정이 아니라면 썩은 내만 가득할 테니 냉장고도 마음도 자주자주 들여다보며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첫 번째 칸은 음료나 잼, 소스칸
두 번째 칸은 반찬재료(파, 마늘, 달걀 등)
세 번째 칸은 반찬
네 번째 칸은 김치류
마지막칸은 장류(고추장, 된장, 장아찌 등)
으로 정리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