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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Dec 30. 2022

독서록 회고, 2022

저 올해 30권이나 읽었어요!




39권

올해 내가 한 번 이상 열어본 책


대략 한 달에 3권 정도 열어본 셈이다. 올해 초에 '올해는 진짜 책 왕많이 읽는다. 무조건 많이 읽는다.' 결심하고 밀리, 리디를 이용하면서 돈이 나가는 게 아까워서라도 계속 시간이 날 때마다 뭔가를 읽었다. 완독을 떠나서 이렇게 열심히 깔짝거린 내가 참으로 기특하구만. 이 뿌듯한 마음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 반, 다른 누군가에게도 인사이트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 반으로 작성해 본다. 야호!



그중 기억에 남는 책


피로사회

명불허전 피로사회. 아마 매해 다시금 열어보지 않을까 싶은 책. 나중에 나도 나만의 철학적 견해를 뚜렷하게 갖게 된다면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 이거 읽고 나서 작가님의 다른 책인 <에로스의 종말>도 읽으려고 사뒀는데 아직 반밖에 못 읽었다. 이것도 역시나 읽기가 참 쉽지 않은데 그래도 흥미로운 내용이라 꼭 완독 하고 싶은 책이다. 시리즈물처럼 동일한 디자인의 북커버가 마음에 든다. 이런 커버인 책들이 나란히 두면 괜스레 뿌듯함.


우린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올해 초 번아웃에 코로나까지 걸려서 1주일 내내 집에서 쉬었는데, 그때 읽은 책. 번아웃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던 그때의 내게 정말 많은 위로가 되어준 책이다. 이후 여름에 작가님의 북토크도 참석했었다. 처음으로 북토크라는 것도 가 보고 내게 여러모로 참 의미가 깊었던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예지가 추천해 준 책. 그동안 나의 직업, 직장 등 커리어에 대해 막연하게 지니고 있던 고민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끔 도와준 책이다. 이후 나와 비슷한 고민을 지닌 주변 이들에게도 종종 추천했었다. n잡러로 산다는 것이 어떤 마음가짐을 수반하는지 조금은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다. 나중에 내가 직장에서 독립하게 되는 때, 다시 한번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주 보통의 행복

<프레임> 책을 너무 재밌게 봤던 터라, 작가님의 다른 책을 찾아보다가 신간이 있길래 읽은 책. 정말 가볍지만 따뜻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행복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 11월쯤 읽었는데 연말에 한 해를 정리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30권

올해 내가 완독 한 책


에세이 11권, 자기 계발 9권, 철학 3권, 심리학 2권, 경제/경영 3권, 시 1권, 소설 1권. 이렇게 보니 확실히 책 취향이 보이는구만. 책 편식 안 하려고 독서 모임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석처럼 다시 에세이랑 자기 계발 서적으로 돌아가버렷..


책 표지들을 쭉 나열하면서 보다 보니 문득문득 책을 읽었던 때와 장소 그리고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연상된다. '아, 이 책 이때 여기서 이런 마음으로 읽었지..', '이 책은 이런 부분이 좋았지.' 등등. 이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기록의 순기능이 이런 거겠구나 싶다. 이렇게 기록하지 않으면 머릿속 구석에 꽁꽁 숨겨져 있어서 떠올리기가 참 어렵거든.



77%

올해 완독률


딱히 목표 수치를 세워두진 않았지만, 전년도에는 91%인 것에 반해 상당히 떨어지긴 했다. 그만큼 깔짝거린 책이 많았다는 얘기니까 마냥 나쁘진 않은 것. 내년엔 80%를 목표로 가보쟈!










미완독한 9권 (백로그 같아서 괴롭)


9권

올해 완독하지 못한 책


읽던 도중에 재미가 없어져서, 더 재밌는 책이 눈에 띄어서 읽다만 책이 9권이나 된다. 세상에! 개중엔 절반 이상 혹은 10페이지 미만으로 읽은 책도 있다. (특히 UX 관련 서적은 아무래도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서 손이 잘 안 간다 가끔 필요한 부분의 개념만 펼쳐서 보고 닫는 편..) 사실 나는 완독에 관대한 편이라, 내가 책에서 읽고자 하는 부분을 다 읽었다 싶으면 전부 다 읽지 않아도 완독! 처리하는 편이다만 그래도 미완독은 미완독이니 분리는 해두는 걸로. 지라 백로그 티켓 같아서 괴롭지만 당장 읽을 자신은 없으니 흐린 눈으로 넘길래..











마무리


어떤 책들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통로가 되고, 또 어떤 책들은 사람이 걸어가는 길이 되기도 한다.
- 일놀놀일 중
기분이 꿀꿀한 날에 회사 앞 교보문고에 가는 것도 제법 마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의 문장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책장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시간을 유유히 흘려보내면서 고민의 답을 찾기도 했다. 그게 조언인 날도 있고, 위로인 날도 있고, 잠시의 웃음인 날도 있었다.
- 일놀놀일 중
나도 모르는 새 시나브로 쌓이고 있던 나. 내가 읽은 책이 쌓여 내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책들과의 우연한 만남들이 좀 더 특별히 느껴진다. 서점 매대에서 발견한 책, 선물 받은 책 등. 책은 매 순간 삶 속으로 들어온다. 읽다 접은 책 한 귀퉁이, 시선을 떼지 못해 밑줄 쳐 둔 문장들. 이런 것들이 쌓여 내 삶이 된다. 나는 내가 읽은 책이다. (You are what you read.)
- 일놀놀일 중


최근 읽은 책 '일놀놀일'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 중 책과 관련된 문장 3개. 이 문장을 봤을 때 '내게 책과 독서는 무슨 의미지?', '내가 언제부터 책을 좋아했었지?'와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스로의 의지로 책을 골라 읽었던 첫 순간은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빠 서재에 꽂혀 있던 베르나르의 '개미'를 읽었던 순간일 것이다. 그때 처음 책이란 매체의 재미를 발견했던 것 같다. 이윽고 나는 베르나르의 모든 책을 사 읽었고, 이토록 독서에 재미를 붙인 나를 보고 신이 난 아빠는 서울에서 운전하는 걸 죽도록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실컷 구경하라고 주말마다 이따금씩 강남과 광화문 교보문고에 나를 데려갔다. 종종 하교 후, 부모님이 퇴근할 때까지 도서관에 앉아 읽고 싶은 책을 읽었던 걸 보면 나는 책과 음악을 좋아하는(지금은 조금 시든) 아빠를 닮은 것 같다. 공부보다 책 읽는 게 좋았다. (그때 책 읽는 것만큼 공부에도 재미를 붙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아무튼 내게 있어 책 그리고 독서는 재미와 지식을 충족할 수 있는 매체와 행위다. 마치 우리가 배고플 때 맛있는 밥을 먹고 만족스럽게 허기를 채우는 것처럼.


최근 크루들과 함께 워케이션을 떠났던 강릉에서 질문카드 놀이를 하던 중, "용기가 필요할 때 내가 행하는 것"이란 질문이 있었다. 그때 나는 '독서'라고 답했던 것 같다. (사실 술 마시면서 얘기해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남)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두렵고 겁이 난다는 거고, 두렵고 겁이 나는 이유는 내가 닥친 상황이 '충분한 이해나 지식 혹은 경험이 없는 낯선 것'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면서 내가 앞으로 닥칠 상황에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지식을 얻고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겪은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공감하고 용기를 얻는다. 그렇기에 나는 용기가 필요할 때 독서를 한다.


나는 책을 통해 지식, 생각(혹은 고민의 과정), 철학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나 좋다. 그래서 나는 에세이 장르가 좋다. 마치 타인의 세계관을 보는 것 같아서! 그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때때로는 읽고 있는 나도 자연스레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그것도 정말 자세하고 깊게.


내가 읽은 책의 자취를 살펴보면 내 삶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자취를 기록하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을 끌어안고 이만 올해의 독서 회고를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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