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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숲 wiseforests Dec 16. 2022

스타트업 실패를 받아들이며(2022)

20대 청춘을 바친 2000일간의 여정.

오늘은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있던 SK청년비상 창업경진대회 입상일로부터 2000일이 경과한 날이다.


93년생(만 29세)의 나는 2022년 연 말을 맞이하며 농업을 혁신하고자 20대 청춘을 바쳤던 사업에서 완전히 실패했음을 받아들였다. 사업과 생활은 뒤로하고 자아까지 무너졌을 때, 더 이상의 ‘Breathing Space’는 없음을 느꼈다.


위로와 격려와 함께 주변에서 내민 손들은 참 따뜻했다.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삶의 태도는 틀리지 않았음을 반증해주어 마음을 다 잡는데 한결 수월했다.

주변의 냉철한 판단들과 조언은 정신없던 나를 한 번씩 일깨워주었다.


숨은 원망이 담긴 행동들은 겉으로는 모른 척했지만 의도를 상기해봤을 때 가슴을 쓰라리게 만들었고,

무시와 책임져야 할 현실, 그리고 강요의 말들은 한 겨울 바람처럼 차디차고 드셌다.  


실패가 분하고 억울하다. 하지만 차분한 이성으로 반추한 과거의 나와 현재의 인적 자산 수준은 성공(혁신) 바라보기엔 턱없이 낮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움직여야 할 때이다.


바닥을 형성했으니 다시 최고점을 갱신하러 가려면 지체하고 낭비할 시간이 없다.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한 내 인생의 태도를 반영하는 격언들. 다시 한번 상기하며 나아가자.


자금은 천천히 모아 나가면 될 것이고,

체면치레는 회장님들에게 시골 참기름을 짜서 보내던 젊은 시절 아버지처럼 정성으로 보완하고,

결혼은 40대가 되기 전에만 하면 되겠지!


•      태도: There is no free lunch & No Pains No Gains.
 게임을 좋아하고 특출 나지 않았던 시골 아이를 지금까지 올라오게 한 건 ‘근성’이었다.
 고등학교 전교 30~40등에서 전교 1~2등으로, 그리고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로스쿨과 관세사 지망생.
 어머니 부고와 함께 포기한 관세사 시험을 뒤로하고 과외로 모은 돈으로 시작한 사업.


•      관계: The axe forgets, but the tree remembers.
 거품이 걷히자 내 인생의 은사와 선배 그리고 친구로 삼을 사람이 선명해진다. 스스로 더욱 성장하고 성공했을 때 멀리해야 할 이들은 ‘Positive(특정)’되어 오히려 다행이다.
반대로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도울 수 있는 물질적 수준을 갖춘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      목표: 人而無恒不可以作巫醫[인이무항불가이작무의], 捲土重來[권토중래].
 경력으로 취할 건 취하되, 스스로의 인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실패를 발판 삼아 같은 분야에서 일어난다.  
 티몬/위메프 출신 창업가(RXC/캐처스), 월가 출신 창업가(뉴욕주민) 이름만으로도 시드 투자로만 수십~수백억을 유치한다. 자본 시장이 평가한 나는 단 몇 억을 받기 힘든 수준이며 상대적 약자로서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훼손당하게 된다.


•      실천: 修身齊家 治國平天下[수신제가치국평천하], How to win & Serve to win

상대적 차이와 지난함을 인정한다. 누군가가 수년을 힘써 만들어간 수준을 하루 사이에 따라잡는다는 건 도둑놈 심보이고 요행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본인 스스로를 키우며 절제하고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 나는 나를 담는 그릇을 키워야 하고 실력을 더욱 빠르게 지수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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