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없다
발굴을 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신기해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몇 번 오가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발굴이 뭐예요?
가장 흔한 질문임에도 사실 대답은, “없다”이다. 나의 대부분의 발굴경력이 한 개의 현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사실 그만큼 임팩트있는 발굴현장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 현장보다는 구경간 다른 현장에서 더 기억에 남는 유구들을 보았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이런 것도 남의 것이 더 좋아보이는 그런 것인가... 사실 그렇게 구경갈 정도면 입소문이 난 것이니 당연히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것 저런 것을 떠나서 질문에 대한 답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비전공자에게 설명하기 쉬운? 흥미로운? 그런 대답이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기억에 남는 거라면 온전한 고구려 집자리가 발견되었다라던가 완형의 토기가 대량으로 출토되었다던가 이런 것일텐데,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그리 특색있어보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발굴하고 있을 때 시민 한 분이 지나가다가 뭐가 나오냐고 물어 토기도 나오고 동물뼈도 나오고 건물지도 확인된다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시민 분 하는 말,
그런 거 말고 금관 뭐 이런 건 안 나와요?
물론 우리도 그런 유물이 나오면 난리가 날 것이다. 하지만 금관 같은 유물이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있는 유적인데, 그 한 마디로 의미가 퇴색되는 느낌이었다. 여하튼, 그 다음부터는 그 비슷한 질문을 받아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게 되었다.
최근에 경기광주역을 자주 지나다니고 있는데, 며칠 전에 깜짝 놀랐다. 몇년 전 구경왔던 현장이었음을 그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인데, 심지어 다들 무척이나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던 유적이었다. 누군가가 기억에 남는 발굴을 물으면 대답했을 만한 그 신기하던 유적이 이전된 것인지 그대로 묻힌 것인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에 또 놀라고 말았다.
그 유적은 강돌을 이용해 벌집처럼 만든 적석총이었다. 나는 실제로 처음 봤고, 사실 전국에 몇 기 없기도 하다.
보통 발굴은 택지 개발이 계획되고 계획이 진행되기 전에 실시되기 때문에 유구가 나오면 이전복원을 하거나 그대로 땅에 매립하고 개발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유적이 나왔을 경우, 유적을 보존하여 지하에 전시관을 만들면 보존 면적에 따라 용적율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하여 “공평도시유적전시관”과 같은 사례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보고서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광주 곤지암 적석총과 같은 경우는 이전복원조치로 정해졌을 것 같은데 후에 어떻게 복원할 지가 궁금하다. 복원 후도 관리가 안 되는 유구가 태반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고고학계 종사자로써 이런 유구는 모두 잘 활용하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나 위치 지정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버겁다보니 아쉬울 따름이다.
@대문 사진 출저: 울진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