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엽서를 부쳐요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타는 의지나 의욕이 아닌지도 몰라요.
견디는 마음은 필히 소진될 수밖에 없거든요.
‘이 시기를 버텨내자’는 마음은 아무래도 막막합니다.
하지만 ‘오늘을 산다’로 치환하면 꽤 만만해집니다.
요동치던 마음이 잔잔해 지고 또 담담해집니다.
오늘을 살 힘이 생겨납니다.
당장 앞에 놓인 삶에 몰두하는 사이,
나를 둘러싼 두려움, 불안, 고통이 잠잠해집니다.
한껏 고요해진 마음속은 내일을 담담하게 지낼 힘으로 채워집니다.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들어차는 사이,
작게나마 행복한 순간들도 발에 치이기 시작합니다.
싱그러운 아침의 상쾌함, 서늘한 바람의 쾌적함,
창을 활짝 열어 맞고 싶은 청량한 햇살의 포근함,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붉은 빛으로 감싸주는 것 같은 해 질 녘의 나른함.
이 작은 순간들이 쌓일수록, 마주하고 있는 격랑의 진통을 잊곤 합니다.
그렇게 담담한 마음으로 산 오늘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어느덧 캄캄했던 터널의 끝이 보일 테지요.
당당하게 걸어 나갈 순간을 맞이할 겁니다.
바랍니다.
그대가 걷는
오늘의 담담한 걸음이
내일의 당당한 걸음이 되기를.
훗날 우리가 당찬 걸음으로
서로를 맞이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