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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Feb 03. 2019

오슬로의 우울

#9 오슬로 왕궁에서





이제 노르웨이 왕궁을 보기위해 slottsparken 왕궁 정원(Palace Park) 쪽으로 걸어간다. 

3월의 봄 풍경이라고 하기엔 앙상한 가지, 비오는 날씨처럼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계속된다. 

 


왕궁 정원에 있는 옹이가 많은 나무. 

어떤 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크기가 어마어마했는데 우리나라처럼 조경을 위해 나뭇가지를 잘라내거나 하는 작업을 하지않는 것 같았다. 

평소 인위적인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경주의 왕릉같은 자연스러운 인상을 받아 친숙하게 느껴졌다. 

춥고 을씨년스럽고 앙상한 풍경이었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평소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나라의 수도라고는 믿겨지지않을 만큼 유독 깨끗한 공기. 

쓰읍- 쓰읍, 하고 숨을 들이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세계에서 공기질이 나쁘기로 손꼽히는 우리나라가 오버랩되며 

잘사는 나라, 매너있는 나라, 국가경쟁력이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이전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차박차박 걷다보니 드디어 저 멀리 노르웨이 왕궁이 보인다. 


<겨울 정원 속의 노르웨이 왕궁>

* INFO 노르웨이 왕궁

- 오슬로 중앙역에서 구글맵을 이용하여 도보로 10분정도 거리에 있다. 

   트램을 타보고 싶을시엔 10, 12, 15번을 이용하여 Radhusplassen에서 하차하면 된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있는 노르웨이 국왕의 공식 관저이다.

1849년 스웨덴-노르웨이 연합 왕국의 국왕 칼 14세 요한에 의해 지어졌으며 

현재는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의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덴마크 태생의 건축가 한스 린스토우가 설계하였고 1824년부터 장장 25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되었다. 3층 건물로 173개의 객실이 있으며 회의실, 예배당 등이 마련되어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의 왕궁과 비교하면 화려한 장식이 없는 소박한 편이다. 왕궁 앞에는 카를 14세 요한의 기마상이 세워져 있다. 2002년 이후에는 정문과 담장을 없애고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오슬로 시민의 대표적인 공원 및 휴식공간으로 활영되고 있다.   

오슬로 중심부의 최대 번화가인 칼 요한스 거리가 시작되는 곳에 있으며, 매일 오후 1시 반에는 왕실 근위병 교대식 행사가 열린다. 

여름 관광시즌에는 하루 5~6차례 왕궁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가 열린다. 가이드 투어는 영어와 노르에이어로 진행된다. <두산백과 참고>




이 왕궁을 지은 칼 요한 14세의 기마상이 왕궁 앞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칼 요한 14세는 스웨덴-노르웨이 왕국의 국왕이자 이 왕궁을 세운 장본인이다. 



노르웨이 왕궁은 우리나라 어느 화려한 모텔따위의 숙소보다 더 소박한 모습이었다. 

왕궁이라고 해서 거창한 장식도 없었고 바리케이드처럼 접근하는 사람을 막는 울타리 또한 없었다. 

알고보니 2002년도에 국민들과의 허울을 없애기 위해 과감히 장벽을 허물었다고한다.  

소박하고 개방적이며 열려있는 왕궁의 건축 형태에서 

노르웨이인들이 권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성향을 읽어내는 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너무나 소박해서 사진적으로나마 위용있게 찍어본다. 



여행 비수기 철이라 이 곳도 한산했다. 

여름에 이곳을 방문하면 일조권이 좋은 이 곳에서 반라로 벗고 태닝과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1905년 10월 26일 독립한 노르웨이는 면적은 세계 68위지만 인구는 117위로 낮은 편이다. GDP도 전체는 44위이지만 일인당 4위로 굉장히 높은 수준에 속하며  

EU엔 가입하지 않았음에도 유엔, 나토 (NATO), 유럽 경제 지역, WTO, OECD의 멤버중 하나이자 또 *쉥겐 조약에 서명한 국가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던 나라다. 

또한 HDI (human development index), 인간 개발 지수에서 몇년간 세계 정상을 기록하는 대표적 선진국이다. 


주 30시간 이하의 노동법을 갖고있는데 우리나라가 주 40시간인것에 비해 정말 낮은 수치가 아닐수 없다. 또한 최저임금제도가 세워져있지않은데 그것은 최저임금제도가 있으면 고용주들이 최저임금만을 주려하는 악습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로 인해 무슨일을 하던 한화로 월 300정도 받으며 일을 할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노르웨이가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이 풍부한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INFO 쉥겐 조약 

국경에서의 검문 검색 폐지 및 여권검사 면제 등 인적 교류를 위해 국경철폐를 선언한 국경개방조약을 말한다. 

2018년 3월, 이 조약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는 덴마크,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스위스, 스웨덴, 스페인, 몰타, 벨기에,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이다. 

이 나라들을 경유하여 입국할 시, 여권검사를 하지 않고 편하게 입국이 가능하며 

자신의 출국일 기준으로 180일 내, 총 90일만 체류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인적, 여행, 물류 등 여러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 훌륭한 조약으로 취급받았지만 최근 이슈화되고있는 IS, 테러등의 자국민을 향한 테러 위험도가 증가하여 뜨거운 감자로 문제 제기되고 있다. 





왕궁앞에서 기념촬영을 남기는 사람들. 

우리를 비롯해 이 시간, 이 공간의 유일한 해외 관광객처럼 보였다. 


한산해서 여행하기도, 무언가를 관람하기도,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기도 참 좋은,3월의 노르웨이.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웅성웅성 분주해지더니 왕궁에서 검은색 승용차 몇대가 나왔다.

천천히 나오더니 사람들이 지나가는 곳 주변에 서서 사람들이 편히 지나가도록 계속 정차하고 있는게 아닌가. 노르웨이인들이 생각하는 권력의 형태가 여기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 여기서 살고싶어.

더이상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이지도, 미세먼지에 답답하지도, 

낡은 정치형태를 보며 한탄하고 싶지도 않아. "


이 풍경을 보며 내가 그에게 던진 말. 

그 또한 이 말에 공감을 한건지


"우리 노르웨이어 공부하자."

라고 한다.


"그런데 있잖아, 내가 쭉 살아왔던 우리나라를 이런 곳으로 바꾸고 싶기도 해. 

좀 더 살기 좋은 곳. "


"그래?"


"응. 우리나란 여기보다 음식이 훨씬 맛있잖아. 한식, 절대 포기못하지."


피식, 그가 동감하는 표정으로 싱겁게 미소짓는다. 





노르웨이에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오슬로의 밤도 궁금해졌다. 

이 곳에 밤이 오고 별이 떴다면 이런 풍경일까. 

역시나 겪어보고싶은 그 풍경을 생각하며 벤치 한켠에 앉아 수첩을 펼친다. 

펜을 꺼내 끄적끄적. 

내가 보고 내가 느끼고 내 손이 종이위에서 춤을추듯 움직이는 

그 감각에만 몰두하는 이 시간, 소중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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