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건강에 이슈가 생겼다. 매번 한 달에 한번 심각하게 체하는 날들이 근 1년간 지속되던 중, 마침내 견디다 견디다 호르몬 문제를 알아봐야지 하고 찾은 여성의원에서, 무려 지름이 10센티 가까이 되는 근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근종. 문자 그대로 근육에 생기는 종양 정도로 이해하면 되고, 암으로 변이 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한다. 과거에는 40대 이상에서 발병될 확률이 높았지만, 어떤 연유인지 2-30대 가운데 발병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밝혀진 원인은 여성호르몬 과다 정도. 폐경이 될 때까지 한번 생긴 근종은 스스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그 지름을 넓혀 무려 30센티까지 자라기도 한다고.
결론은, 내가 가진 근종 또한 앞으로 계속 커질 확률이 다분하므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이었다. 1차 병원에서는 아직 미혼인 내게 '난임', '임신 합병증' 같은 단어들을 꺼내며 수술을 할지를 가족과 상의해보라고 했지만, 2차, 3차 병원을 각각 모두 가본 결과 "수술을 해야만 합니다"라는 것이었다. 23일에 1차 의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근종을 확인하는 걸 시작으로 그렇게 나는 28일 화요일, 다음 달인 10월 21일로 수술일을 확정 짓고는 병원을 나섰다.
그간 태어나서 병원에 입원해본 일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없다. 근종 수술을 위해서는 3박 4일을 입원해야 하고, 의사의 말로는 1주에서 2주 정도는 회사에 가지 않고 쉬어주는 편이 좋다고 하므로 나는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그간 한 번도 회사를 그렇게까지 오래 쉬어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남들은 임신, 출산을 경험할 나이이니, 나도 병원에 가서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까 싶다가도, 내 주변에 미혼인 30대 친구들 중에 근종 수술 경험이 있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기에, 어쩐지 나만 홀로 병에 걸려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진단받은 이야기를 주변에 들려주자, 주변에 근종 수술하는 30대들이 많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작 그 이야기를 하는 본인은 근종으로 수술을 해본 경험이 없다. 문득, 그들은 나를 위로할 수는 있어도 이해하긴 어렵겠다는 결론에 다다르며, 묘하게 씁쓸해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각자가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들이므로 같은 경험을 한다 해서, 그게 백 프로 같은 경험 일리는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쩐지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외계인 같은 기분이 들어 '근종힐링카페'라는 네이버 카페에 가입했다. 거기에는 온갖 고통스럽고 끔찍한 이야기가 많아 가입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까 싶으면서도,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다시금 지구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고통은 어떤 모양과 형태로라도 겪고 싶지 않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술의 과정 자체가 고통이라는 아이러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너무 잔인하다. 단순해져야지. 단순하고 담담하게, 이 질병의 치료가 전화위복이나 새옹지마가 되길 바라며, 단순하고 담담하게, 여기서 더 나아가 신앙심으로 무장한 감사의 마음으로 견뎌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