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조금은 낯설고도 인상적인 경험을 했다. 여느 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봄의 기운으로 가득한 공기와 아픔을 견뎌내고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는 내 몸의 컨디션 정도였달까.
늘 타고 다니는 6211번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상꺼풀을 지닌 어떤 남자와 3초 즈음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류장에 서있던 그를 바라보며 내린 것처럼 느껴졌고, 굉장히 기분이 묘했다. 뭐랄까. 그 사람과 내가 뭔가로 연결된 기분이었달까. 짧은 순간이었지만 무언가를 깊게 주고받은 느낌이었달까.
사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보통은 서서히 반하는 편이므로) 그게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는데, 오늘 아침 첫눈에 반한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사람의 인상착의가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었음에도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짧은 순간을 뒤로하고 정류장을 지나쳐 곧장 횡단보도로 향했다. 횡단보도 앞까지 네댓 걸음 정도를 걸으면서 낯선 느낌에 사로잡혀 뒤를 돌아봐야 할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마침내 횡단보도 앞에 도착했을 때에서야 슬며시 정류장 쪽을 바라보았고, 눈이 마주쳤던 남자가 내쪽을 향했던 시선을 성급히 피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받은 순간의 묘한 느낌을 그도 받았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만약 내게 목적지가 없었다면 그 남자에게 다가가 번호를 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낯선 타인에게서 느낀 바이브는 묘하고도 강렬했다. 영화 <클로저>에서 주인공이 "Hello, stranger?"라고 말했을 때 그런 느낌이었을까. 내 기억으로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지만, 출근 중이었기에 더 이상 뒤돌아볼 수 없었다.
논리적 비약일 수 있으나, 오늘의 이러한 낯설고도 새로운 느낌에 대한 경험으로 인해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종소리가 들린다'거나 하는 식의 말을 이제는 어느 정도는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왠지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것만 같은 전조 같았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