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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May 16. 2020

재미있는 사람

두 바버의 시작


  내가 박종현을 처음 알게 된 건 2019년 글쓰기 수업에서였다. 내면이 부족하다고 느껴 수업을 듣게 되었다는 박종현은 자신을 경치 사냥꾼이라 소개했다. 닉네임에서 느껴지듯 박종현의 글에는 위트가 있었다.


  글쓰기 수업은 주어진 주제로 글을 써오고 발표하는 식이었다. 수업 이름이 '내 생활을 조명하는 글쓰기'다 보니 항상 나와 관련된 주제가 주어졌다. 나의 글을 발표하고 코멘트를 받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글을 통해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3주간의 아쉬운 수업이 끝나자 단톡방이 만들어졌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모여 글쓰기 클럽이 탄생할 줄 알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목적이 없던 모임은 술자리와 결혼식을 가는 정도의 모임이 되었고 금세 잊혀갔다.


  1년이 지나 박종현의 인스타그램에서 익숙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헤머링 맨 동상을 촬영한 영상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메시지를 보냈다.


"근처에 일하는데 담에 오면 커피 ㄱㄱ"


그는 한술 더 떠 답장을 보냈다.


"커피 말고 술을 달라!!"


우리는 금요일 퇴근 후 세운상가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예상먼저 도착해 메시지를 보냈다.


"도착~"


바로 칼 답장이 날아왔다.


"5분만 시간을..."


나는 평소처럼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켰다. 영상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을지로를 배경으로 한 360도 카메라 워킹의 영상. 박종현이 근처에 왔음을 느꼈다. 고개를 들자 1년 전 처음 봤던 모습 그대로 재미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었다.


  그날은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날이었다. 날씨 때문인지 파전집은 줄이 꽤 길었다. 협소했지만 딱 두 명을 위한 자리가 있어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해물파전과 서울 막걸리를 시켰다. 주문이 밀렸던 것인지, 주문이 누락됐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해물파전이 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간장에 절여진 양파를 안주 삼아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비슷한 게 많아도 너무 많았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관심 있는 사람이 비슷하다는 것. 무엇보다 새로운 일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이 사람과 같이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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