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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Oct 24. 2023

제11화 빌바오(Bilbao)로 가는 이유

이동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빌바오, 항공, 80분

숙박 : Micampus San Memes Residencia Universitaria, 1박 74유로), 대학병원 기숙사, 싱글 침대 2개, 이층 침대 1개, 조리 가능. 넓고 깨끗함, 버스와 트램 타기에 좋음


빌바오 가는 길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찾아간 곳인 피스테라(Fisterra)에서 다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바닷가에 버스(Monbus) 정류장이 있고 거기서 사전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직행과 완행이 있는데, 직행은 1시간 20분, 완행은 3시간 반이 걸린다. 완행은 바닷가에 있는 마을을 다 둘러서 가는데, 경치는 볼만하다. 출발 시간에 따라 달라지므로 매표소 직원에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준다.


빌바오로 가기 위해서 기차를 타면 마드리드로 와서 다시 빌바오로 가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처럼 저가항공(Vueling Air)이 있다. 항공권 가격은 날짜와 시간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짐의 무게나 개수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니 예약할 때 잘 보고 해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빌바오까지는 1시간 20분이 걸린다. 국내에서 제주도 갈 때 타는 종류의 작은 비행기다. 중간중간 떨림이 심해 불안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빌바오 공항이 도착한다.


바벨탑의 죗값은 잊어라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3247번, 3유로)를 탄다. 공항출구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줄을 서 있는데 뒤에서 담배냄새가 나 돌아보니, 버스대기 줄에 선 여자가 잠시를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흡연에 대해서는 거의 제재가 없는 듯, 공항, 버스터미널, 역, 길거리에서 걸어 다니면서도 핀다. 흡연자 천국이다.


버스에는 다양한 얼굴색, 생김새의 사람들이 탄다. 옷차림새를 보면 순례를 마치고 온 사람, 히피들, 말쑥하게 차려입은 비즈니스맨, 멋을 낸 관광객 등 가지각색이다. 언어도 가지가지다. 스페인어도 낯설지만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가 난무한다. 바벨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오만한 인간의 죗값이라고 했나.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언어가 달라도 표정과 손짓으로 말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워 소통하니 그 벌이 무색해진 지 오래다.


특히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버스나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으면 아주 친한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아할 말이 많은 걸까. 말하기를 아니 대화를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하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어가 식사를 하면서 우리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먼저 나가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빌바오를 찾는 단 하나의 이유

빌바오는 이틀 일정이다. 오후에 도착해 숙소 체크인만 하고, 산책을 나간다.  가을에도 해가 늦게까지 있어서 8시가 넘어야 어두워지니 시간은 충분하다. 숙소

(Micampus San Memes)가 산 메메스 축구경기장 근처, 조금 외곽이지만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까지 2km 거리라 30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도심을 흐르는 네르비온 강(Nervion River)을 따라 걷는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인데도 조깅하는 사람이 많다. 강폭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강의 수량이 많아 오래전 다리가 생기기 전에는 이곳으로 큰 배가 드나들지 않았나 싶다. 이곳은 강에 놓인 다리조차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대학교의 이름을 딴 다리 건너에 고풍스러운 데우스토 대학(university of Deusto) 건물이 강을 바라보고 있다.


강을 따라 내려가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Bilbao Museoa)이 보인다. 빌바오를 찾은 단 하나의 이유다. 황금색 티타늄 조각으로 온몸을 감싼 건물이 빗물에 반짝이다. 먼저 눈에 들어는 건 둥근 쇠공으로 만든 ‘큰 나무와 눈(Tall Tree & The Eye)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도 인상적이지만 근처에 더 유명한 작품이 있다. 마망(Maman), 일명 ‘거미’다. 첫인상은 기괴하고 섬뜩한 느낌이다. 이 작품은 일명 '거미 엄마(Spider woman)'로 불리는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가 말년에 제작한 것이다.  '루이스 부르주아'. 그 이름만으로도 장르가 된 '20세기 최고의 페니미즘 작가'다. 마망은 유아가 엄마가 부르는 말이라는데, 테피스트리 실 짜기 실력이 좋았던 작가의 엄마를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1999년 영국 데이트 모던을 시작으로 캐나다 국립 미술과, 도쿄의 모리 미술관에도 설치되어 있고, 우리나라 리움미술관에서도 볼 수 있다. 작품 옆에 두 어명의 흑인 친구들이 철사로 손수 만든 마망을 만들어 판다. 중간 크기 하나에 5유로, 제법 근사하게 만들었다.

강 쪽이 미술관의 뒷면이고 정문은 반대쪽에 있다. 오른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도 되고, 왼쪽에 있는 다리(Puente la Salve)로 올라갈 수도 있다. 다리 쪽으로 올라가면 건물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좋다. 다리 아래쪽으로도 미술관 건물이 들어와 있고, 다리 상판과 아주 가까워 건물을 다리 아래로 욱여넣은 느낌마저 든다. 비정형의 미술관 모양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정문 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이쁜 강아지라는 찬사를 받는 제프 쿤스(Jeff Koons) 작품, 퍼피(Puppy)가 있는데, 아쉽게도 몸단장 중이다.


미술관 입장은 사전 예매나 현장 발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날로 미룬다. 강변을 따라 조금 더 가면 하얀 다리라는 이름의 주비주리(ZUbiZuri)가 있다. 다리를 건너 가면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강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여름에는 큰 그늘을, 겨울에는 찬 바람을 막아줄 든든한 파수꾼들이다. 내 고향 진주에도 플라타너스 나무가 참 많았다. 도시 가로수 대부분이 플라타너스였고, 초등학교 운동장에도 이곳만큼 큰 플라타너스가 있었다. 지금도 있을까?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가까운 곳에 빌바오 미술관(Bilboko Arte Ederren Museoa)이 있다. 벨라스케스, 고야, 피카소의 작품과 바스크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전시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여행의 끝은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의 추억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이다. “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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