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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Feb 12. 2021

우리는 왜 계속 아픈 것일까?

새소년 싱글 '자유'를 듣고서

이 브런치는 전문가가 아닌, 한 명의 기획자겸 대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꼈던 이야기들, 그리고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푸념 공간이다. 전문가의 실속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조언은 언제나 환영한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독자가 많기를 바라며, 미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기 위해 함께 고민하기를 고대한다.


스물이 되자마자 집을 떠난 나는 빠르면 한 달에 한번, 늦으면 명절 때나 가족들과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럴 때면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몇 마디에 눌러 담아 전하느라 일상적인 대화보다는 각자의 삶에서 느낀 점을 나누곤 한다.


사실 처음에는 그저 아버지와 술잔을 기울인다는 것이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 기쁠 따름이었지만 해가 지나갈수록 이 시간은 서울에서는 내뱉지 못했던 약해빠진 고민들을 뱉어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되었다.


아버지와 술자리를 가질 때면 늘 듣던 이야기가 있다. 젊은것이 좋고, 젊어야만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들은 너무나 소중하지만 늙어서 주변에 손을 벌리는 것만큼 비참한 것이 없다고, 지금이야 실패가 멋진 영광의 상처가 되어 용서받지만 시간이 훌쩍 지나 누군가를 책임질 시간이 오면 실패는 지금과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라며.


결국 늙어서 남한테 손 벌리고 살지만 말라는 말이라며 이야기를 정리하시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아빠, 걱정하지 마. 죽어도 남한테 손 벌리는 삶을 살지는 않을 거야”라며 호기롭게 대답하고는 했다.

마치 나는 모든 조건에서 예외인 것처럼.


설을 맞아 오랜만에 가진 식사자리에서도 여지없이 아버지는 같은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대답이 달라졌다. 전까지는 호기롭게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 라고 이야기했지만

“자칫하면 그럴 수도 있겠는데?”라는 패기에 두려움이 더해진 생각이 들었고 이를 이야기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어머니가 이제 철이 드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나약해진 것일까? 겁쟁이가 되었나? 아니면 이제야 현실을 보게 된 것일까?

https://youtu.be/ImKWbWCpR74

새소년 (SE SO NEON) ‘자유(Jayu)’ Official MV

지난 2월 5일 새소년이 새로운 싱글 ‘자유’를 공개했다. 유아인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는 소식과 그의 남다른 연기 실력을 감상할 수 있는 티저 영상을 보고 이 노래를 접하게 되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자니 왜 계속해서 나는 그렇게 외롭고 힘들어하며 같은 시간을 반복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원인 모를 슬픔을 자주 느낀다. 하지만 불특정 한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기 위해 인정투쟁을 반복하는 내 삶이 행복하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이제는 쫓던 꿈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할 것 같고, 성과를 만들어내기에 시간이 그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20대 막바지, 누구나 느끼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세상에 부딪히고 찰나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상처 받는다.

내가 이루어 낸 작은 성과에 한껏 들떠 세상이 내 편인 것만 같다가도 여지없이 찾아오는 나보다 앞서 있는 것들과의 비교로 스스로가 한심스러워지고 두렵곤 하다. 결국 앞에 있는 것을 따라가기 위해 또다시 한숨을 내쉬고는 이룬 것들을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마치 찰나의 순간만 느낄 수 있는 자유에 중독되어 계속해서 자신을 불태우고 상처 내며 그 잠깐의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자유 뒤에 찾아오는 책임과 고통들을 감내하는 것 같다.


결코 손에 온전히 쥘 수 없는 자유이지만 그 맛을 우리는 잊지 못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유아인 혹은 엄홍식이라 쓰고 빛이라 읽는다.

완전한 혼자라는 것이 실감되는 요즘,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이 글을 읽고 있을 불특정 한 동지들의 살아가는 모습, 화면 속 유아인 님의 표정을 보니 외롭지만은 않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이 없지만 사실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능성은 수치로 환산하기 이전에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복은 손에 쥐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누군가에게는 중2병스러운 이 이야기는 내 인생에서 20대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만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우리는 서로 무슨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를 응원한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가끔은 슬픔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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