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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gmong Jun 03. 2022

끝없는 배려

jun.2020


양수리 근처였던 것 같다. '금강조경'이라는 간판이 보이자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다. 얼마전 이 근처를 지나다 '다음에 올 때는 저 길로 한 번 들어서 봐야지...'라고 생각했었던 터였다. 6월의 녹음과 싱그러운 바람에 홀려 낯선 길에 차를 세웠다. 강과 나무와 바람이 완벽한 풍경을 만들고 있는 6월의 어느날, 스포티파이 음악을 들으며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즐겼다.   

본격적인 여름도 아닌데 성급한 뙤약볕에 정수리가 따갑다. 싱그러운 나뭇잎을 통과한 바람이 강을 건너왔다. 그나마 바람이라도 불어오니 기미주금깨 공포를 덜어내고 더 걸어볼까.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음정박자 무시하고 흥얼거리니 기분이 좋다. 

무성한 수풀 위에 버려진 듯한 오브제들이 널려 있다. 치마와 구두라는 열악한 차림을 뒤로하고 성큼성큼 다가갔더니 이렇게 멋진 오브제가 나무에 달려 있다. 나무판에 비치는 그림자가 아름다워 바라보다 발견한 작은 글귀, 'Love is 끝없는 배려'.

'그렇지... 사랑은 끝없는 배려.. 배려지, 서로간의 배려, 상대의 배려를 알아봐주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마음이지, 서로의 배려를 감사하고 고마워할 때 사랑은 오래도록 지속 될 수 있지.... 그렇지...'

누군가(아마도 '최태규'라는 이름을 가진 근사한 분으로 추측되는) 흘려 쓴 듯한 작은 글귀에 꽂혀 하루종일 '끝없는 배려'라는 말을 되새김질 했던 날. 6월이 막 시작된 싱그러운 어느 여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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